최근 포항의 패스 플레이에 대해 바르셀로나 같다는 평가와 더불어 '과메기타카', '포항셀로나'같은 별칭이 붙었는데 사실 포항의 패스 플레이와 바르셀로나의 패스 플레이는 그 컬러가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크루이프니즘, 즉 공을 소유해서 경기의 주도권을 쥐는것에 전술의 기반을 두고 있고 이를 위해서 선수들의 짧은패스를 이용한다. 따라서 바르셀로나의 공격전술이란 공을 계속적으로 소유한 가운데 상대가 빈틈을 보이면 그 부분을 찌르고 들어가는 형태가 기본이다.
그러나 포항의 축구는 이러한 크루이프니즘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분명 포항 역시 좁은 공수간격을 이용해 상대에게 강한 압박을 가해 공을 탈취하고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골을 만들어가지만 포항의 축구는 바르셀로나와는 달리 높은 공점유율을 유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소 무심한 편이다. 포항이 공격상황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주도권의 유지보다는 공격의 '속도'이고 이것은 사키이즘과 맥이 닿아 있다.
바르샤가 흡사 투우사처럼 패스를 통해 상대의 수비대형을 해제하고 그 부분을 찌르는 것과 달리 포항의 공격 방식은 기동과 집중에 주안점을둔 나폴레옹의 군대와도 비슷하다. 상대진영에서는 당연히 상대선수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상대진영에서 빠르게 공격을 전개해 가려면 공이 있는 지역에서 수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포항 선수들은 상대 진영에서 쉴새 없이 움직이며 공이 있는 지역에서 수적우위를 확보하는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원터치 패스와 같은 간결한 플레이를 할 수 밖에 없다. 잠깐이라도 지체하는 순간 확보해놓은 수적우위가 사라지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포항의 높은 볼 점유율과 패스워크는 공격속도와 더불어 공격상황에서 수적우위를 높이기위한 과정의 결과물이지 경기의 '기본'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또한 이점이 포항의 경기가 전반과 후반이 다른 이유를 말해주는 동시에 포항의 발목을 잡을 수 있지 않나 싶다. 포항의 전술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선수가 로봇이 아닌이상 90분 내내 활기찬 움직임을 보여줄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보니 포항은 전반에는 전방위적인 압박과 패스&무브를, 후반에는 역습위주의 전술로 경기를 운영하는데 이때문에 후반전의 포항은 전반과 달리 위험한 장면을 꽤 자주 맞이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후반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경기를 잘 매조지해온 포항이지만 문제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점차 저하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후반기 포항이 이 부분 때문에 엎어지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 황선홍 감독이 어떤 운영의 묘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PS : 핵심선수 대부분을 라인업에서 제외했지만 역전끝에 아쉽게 무승부를 거두고 온 분요드코르 경기를 생각하면 기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