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유감 [2004-10-19] 조선일보가 대통령 건강을 챙겼다. 20일자 6면 '정치토크' 가십란에서다. 이 기사는 대통령이 비행기 여행을 피곤해하고, 기내식도 잘 들지 못해서 때때로 페이스를 잃는다고 전했다. 그래서 러시아 동포간담회나 한·러 기업인 초청 오찬 때 중언부언으로 시간을 오래 끌어 수행원들이 당황했다는 것이다. 먼저 드는 생각은 대통령은 정말 힘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 안 나오게 하려면 피곤해도 내색하면 안 되고, 입맛이 없어도 식사는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말도 길게 해서는 안 되며, 강조한다고 같은 얘기를 반복해서도 곤란하다. 그로 인해 대통령직 수행에 결함이 있다는 비판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부터 밝히면 이 기사는 '소설'이다. 기사 근거가 "측근 인사들이 전했다"는 것이어서 <청와대 브리핑>도 '측근 인사'들을 취재한 결과다. 노 대통령은 비행기를 타는 것을 남들보다 '유독' 피곤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내에서 너무 의욕적으로 일해 참모들이 걱정할 정도였다. 태블릿 PC를 설치해 순방 자료 등을 꼼꼼하게 점검했고, 참모들을 불러 기내에서 수시로 정상회담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로 가는 기내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한 <현대 러시아 정치·경제의 이해>를 다시 읽기도 했다. 기내식도 거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남김없이 비웠다. 한·러 경제인 오찬이나 동포간담회 관련 부분은 당시 현장취재를 했던 기자들이 작성한 풀(pool) 기사를 보면 잘 나타난다. 어디서도 중언부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기사와 실제 상황은 이렇게 달랐다. '소설'과 '다큐멘터리'의 차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이 허구가 논픽션처럼 전달됨으로 해서 갖는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사실을 모르는 독자들은 노 대통령이 국제화시대의 대통령답지 않은 습관을 갖고 있고, 그로 인해서 중요한 외교적 행사가 차질을 빚은 것처럼 오해하기에 충분하다. <청와대 브리핑>이 제목 포함, 불과 9줄의 짧은 가십성 기사에 긴 설명과 반박을 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좆선아... 언제까지 소설만 쓸래? 1면 톱부터... 이제는 가십까지... 옛날에 '선데이 서울'이란 잡지가 있었죠. (아마 20대 이상은 아실듯...) 기자들이란 넘들이 책상 머리에 앉아서 소설쓰듯 쓴 기사들로 가득차 있고... 야리꾸리한 여자 수영복 사진들 사이사이 끼워져 있고... 좆선을 볼때마다 '선데이 서울'이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