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한지 이제 꼬박 1년 된 저희 집 식구 냥이 '홍시'라고 합니다.
고양이와 함께 산건 이번에 두번째이지만 처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 그렇다보니 실질적으로 챙겨주고 키우신건 어머니고 어렸던 저는 데리고 놀거나 장난치는 것만 좋아했던...
스무살 넘어 자취를 시작하고 반려동물을 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경제적이며 생활적인 여러 부담들 때문에 고민만 한참 하다가 포기하곤했었는데요. 작년 가을 쯤 이런저런 힘든 상황에서 누군가를 보듬어주는 관계에서의 힐링이 간절히 필요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았고, 당시 형제들 중 가장 조그마했던 이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지요.
그런데 이런 이쁜 오드아이가 땋!!!!!
집에 온지 한두시간 만에 적응을 땋!!!!!
말로만 듣던 전형적인 개냥이가 뙇!!!!!!!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개에비해 애교도 적고 사교성도 적다는 건 알았지만, 그래도 한번도 키워본 적 없는 개를 키우는 것 보다는 한번이라도 키워봤고, 화장실 관리나 등등 신경쓸게 조금은 적은 고양이를 택한 거였는데,
그런거 상관없이 시종일관 애교일변도인 개냥이가 뙇!!!!
몇 가지 썰 좀 풀어볼게요 ㅎㅎ
잘 때는 항상 요렇게 몸 옆에 붙어서 자요. 머리맡, 침대 다리맡, 겨드랑이 아래 등등 저 노란건 친구가 선물해준 인형인데 홍시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이에요. 던져주면 물어오고, 던져주면 물어오고, 하루 종일도 그렇게... 맨날 그렇게 던져주다가 투수되겠다고 할 정도로 지치지 않고 반복하곤 해요.
거기다가 어찌나 똑똑한지 방문은 죄다 열고 다니구요, 혹시나 잠가놓기라도 했다간 장판이며 문이며 거의 우는듯한 소리를 내며 긁어대는 통에 제 방문은 추운 겨울에도 항상 오픈...
부르면 대답하고, 달려오고, 무릎 냥이 이런 것들은 너무 일상이라 ㅎㅎ
아 벌레도 엄청 잘 잡아요!
한번은 바닥에 앉아서 탁자 밑을 뒤지다가 뭔가 손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화들짝 놀라고 봤더니 곱등이가!!!
너무 놀라서 침대 들추고 가구 들추고 온 방을 뒤졌는데도 안나와서 홍시한테 '홍시, 이따가 곱등이 나오면 꼭 아빠한테 알려줘야되!'
했더니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냥 대답을 하더라구요.
그런데 진짜로 몇 분뒤에 침대밑에서 우당탕 하더니 입으로 물고 제 앞으로 가져오는거 있죠! 얼른 휴지로 꽁꽁 싸매서 버리고 홍시랑 하이파이브!
또 얼마전에는 홈메이트 친구 방 베란다에 말벌이 십수마리가 들어온거에요. 그 얘길 듣고 후다닥 집에 들어갔는데 홍시가 겁도 없이 말벌을 거진 네다섯마리? 척척 잡고있더라구요. 나중에 소방관님들의 도움을 받아 다 쫒아냈는데도 한 두마리 씩 남아서 벌벌 떨면서 잡았는데, 홍시는 어쩜 겁도 없는지...
여름에는 파리도 잡고, 가을에는 노린재 잡고, 세스코가 따로 없네요.(구충제?는 제 때 놔주고 있어요~)
중간에 커다란 고릴라는 무시하세요. 같이 있는 복실복실한 아이는 '꼬기'라고 지난 겨울 쯤 친구에게서 잠시 맡아서 홍시와 유년기를 같이 보냈던, 태어난 달도 같은 동갑내기 친구에요. 당시 꼬기가 집을 두번 정도 옮겨서 괭장히 예민해져서는 가까이만 가도 캬악질을 하면서 침대 아래 들어가서 꼼짝도 안하고, 이틀은 밥도 안먹고 했는데, 홍시가 특유의 사교성으로 계속 따라다니면서 꼬기가 캬악질을하면 '왜 그러냐옹?'하는 표정으로 계속 친한척하고.. 그러기를 만 하루만에 결국 꼬기가 항복, 좁은 캣타워 안에서 꾸겨져 잠들더라구요.
그 뒤로는 대략 6개월 동안 저렇게 항상 붙어다니면서, 잠도 같이자고, 말썽도 같이 부리고. 정말 너무너무 이뻐서 죽겠던 시기였어요.
화장실에 용변보러가면 얼른 나오라며 앞에 발라당,
안아올리면 팔에 안긴채로 그르릉,
19? 하지만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관계로....
마지막은 엽사 투척!
같이 지내는 1년 동안 제 잘못으로 여드름이 나서 고생했던거 빼면 거의 잔병 치례 없이, 음식 투정 없이, 대단한 말썽 없이, 너무너무 이쁘게 함께 있어주는 사랑스러운 가족이에요. 나중에 제게 가족이 생기고 자녀가 생기면 제 자녀에게도 좋은 형제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