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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여관의 봉숙이를 듣고 쓴 습작
게시물ID : readers_94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뭐하면수전증
추천 : 5
조회수 : 3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22 05:29:04
구질구질한 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딱 한 잔만, 딱 십분만, 딱 한 마디만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그도 자신의 태도에 환멸까지 느끼곤 했지만 그 순간 순간에는 그것을 되풀이하고 말았다. 그리고 되풀이 할때마다 그녀는 웬지 지친 표정으로, 그러나 말투만은 다정하게 대답했다.

좋아, 맘대로 해.

그는 그 대답을 듣는 것만으로 행복해졌지만, 사실 그녀가 자신을 위해준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함을 알고있었지만 언제나 그러지못했다. 대답과 동시에 그는 더 삐뚤어진 맘으로 행동하곤 했다. 그녀를 잡아끌고 한 잔이 몇 병이 되고, 십분이  몇시간이 되고, 한마디는 어느새 본론을 넘어 결론까지 치닫곤 했다.

좋아, 맘대로 해.

그에겐 마법과도 같던 그 말. 그의 구질구질함을 덮어주던 말. 그러나 오늘은 그녀도 더이상 그를 견뎌낼 수 없었는지 다른 말을 꺼냈다.

됐어, 나 돌아갈래.

그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왜? 안간대서 술도 시키고 다 했는데 왜?

측은한 눈빛이 그를 찔러온다.

됐어, 나 돌아갈래.

그녀는 벌떡 일어나 문으로 나선다.

어디가? 잠깐, 야, 기다려봐!

그는 망설임 없이 돌아서는 그녀의 태도에 놀라 허겁지겁 그녀를 따라나선다. 와중에 계산하라는 사장님에게 대충 지폐를 찔러주곤 가게 박으로 나서자, 그녀가 저멀리서 택시를 잡으려 손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황급히 그녀에게로 달려간다.

야, 왜 그러는데? 어디 가려고? 뭐하러 택시잡어? 

그녀는 대답이 없다.

아니, 야, 가더라도 나 술깨고 태워다줄테니까 좀 이따가 가지, 왜 그래 갑자기?

역시 대답이 없다.

왜 이래, 오늘? 아니 이왕 나온거 이야기 좀 더 하고... 어쨌든 내가 술 깨면 태워다준다니깐? 좀 쉬었다 가자!

깊은 한숨만이 돌아온다. 그녀의 한숨에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하는데, 순간 택시가 그들의 앞에 와 선다.

나 갈게.

그녀가 통보한다. 그는 잡아보려 했지만... 그녀의 냉막한 말투와 행동에 흠칫 손을 놓쳐버린다. 놓친 그 손이 택시 문을 열고 어둔 택시 속으로 그녀는 빠져든다.

학익동이요.

택시는 그렇게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출발해 버린다. 그는 남겨진다. 오늘따라 그녀는 왜 그러는걸까. 그는 혼자 되뇌지만 대답을 구할 수 없다. 혼자 생각하지만 머리만 아프다. 술이 괜시리 더 취할 것만 같아, 자신도 모르게 그는 헛구역질을 한다.

웩, 웨에엑...

밤은 그렇게 그의 헛구역질 소리와 함께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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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 글을 쓰고 나서 정리하다 요즘 핫한 장미여관의 노래가 괜시리 듣고싶어져서 노래를 듣다가,

장미여관의 < 봉숙이 >를 듣고 그냥 떠오른대로 써봤습니다.

장미여관 쌩유!

좋은 노래 고마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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