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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94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o.10
추천 : 2
조회수 : 26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10/22 05:51:55

몰락의 역사학


어제를 그리워하는 걸 여기서는 

미래지향적 운명론자라 부른다.

과거에 사는 패배주의자에게는 과분한 

저주를 여기서는

영광의 그림자라 부른다.

지난 십 년의 일기는 지루한 미래가 되었다.

나는 신화에 산다.

너의 장래희망은 이미 다녀간 기러기의 이야기.

내일은 꿈꾸지 말라

너의 일기를 뒤져라

치유의 독설을 원하는 너에게 

내 그을린 페이지를 뒤져 읽는다.

불면의 밤이면 난 

주머니에 숨긴 석양을 꺼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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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폐


휜 묘비가 갇힌 묘지는 늘 검다.

새는 밤새 젖은 모래에 묻어둔 찬 숨을 찾으려 운다.

한 번도 숨을 찾아 쉬어보지 못 했지만 아직

숨은 몰락의 시린 곡이 거기 있음을 안다.

무명을 묻은 무덤은 늘 무료해 묻곤 했다.

마른 바람에 비친 소식에 가끔 

쇳소리로 노래를 하던 눈은

여전히 네모난 묘지를 떠나지 못 한다.

젖은 공작이 그려진 무덤에선 여전히 흑백인

유령의 독백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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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여기는 눈이 너무 많다.

난처한 눈길이 닿는 곳 지천이 눈이다.

열어라, 바른 눈에 꽂힌 복부를.

상한 내장이지만 지폐가 있으니 무죄.

숨은 눈이 반듯하게 날 세운다.

일어나라.

좁은 어깨에 구국의 운명을 걸고 잠을 깬다.

피할 수 없으니 즐겨라.

눈을 피할 수 없으니 여기서 자위를 하시오.

체포된 체게바라가 써있는 영광의 영수증은 

불온한 실루엣에 내려지는 영장의 훈장.

눈 서린 페티시에 시린 눈의 관음, 그 면목없는 숨을 닦는다.

올바른 방법으로 걷는 올곧은 주름에게 결백한 표정을 묻는다.


여기는 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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