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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94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집시데인저★
추천 : 4
조회수 : 465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10/22 10:51:59
아버지 생신이셔서 시 한편을 써 드리려던중
저한테 굉장히 와닿은 시 하나가 있어서
책게님들 보여주려고 퍼왔습니다.
산양
이건청
아버지의 등뒤에 벼랑이 보인다
아니 아버지는 안보이고 벼랑만 보인다
요즘엔 선연히 보인다.
옛날 나는 아버지가 산인 줄 알알다
차령산맥이거나 낭림산맥인줄 알았다
장대한 능선들 모두가 아버지인줄 알았다
그때 나는 생각했었다
푸른 이끼를 스쳐간 그 산의 물이 흐르고 흘러
바다에 닿는 것이라고
수평선에 해가 뜨고 하늘도 열리는 것이라고
그때 나는 뒷짐지고 아버지 뒤를 따라 갔었다
아버지가 아들인 내가 밟아야 할 비탈들을 앞장서 가시면서
당신 몸으로 끌어안아 들이고 있는 걸 몰랐다
아들의 비탈들을 모두 끌어안은 채
까마득한 벼랑으로 쫓기고 계신 걸 나는 몰랐었다
나 이제 늙은 짐승 되어 힘겨운 벼랑에 서서 뒤돌아보니
뒷짐지고 내 뒤를 따르는 낯익은 얼굴하나 보인다.
겨우겨우 벼랑 하나 발딛고 선 내 뒤를 따르는
초식 동물 한 마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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