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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는 두 커뮤니티에 대해 알아보자. A와 B 사이트로 약칭하는 이 두 웹사이트는 모두 특별한 테마를 정하지 않고 사용자들이 유머 자료를 공유하며 즐겨 찾는 곳이다. 대체로 A 사이트는 진보적이며 가벼운 유머 및 다양한 주제의 게시판이 모여 있고, B 사이트는 유머 자료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추천한 글이 저장돼 유포되는 곳이다. 기자 역시 유니텔을 사용할 당시 개그를 소재로 모인 사람들의 동호회에 가입해 웃고 즐겼던 기억이 있어 최근에도 유머 자료를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문제는 두 사이트 자체의 성향이 판이하게 달라 사용자들이 서로 충돌한다는 점에 있다. 생각보다 큰 소속감을 가진 두 그룹은 마치 서로를 이겨야 하는 것처럼 대립 양상을 띠고 있는데, A 사이트는 B 사이트를 무시하려 하는 입장이고, B 사이트는 A 사이트를 폄훼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싸움은 두 웹사이트를 넘어 다른 커뮤니티에까지 그 영향을 끼치고 있어 최근 많은 이슈가 되고 있다.
기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은, B 사이트의 사용자 성향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패륜에 가까운 언행과 범죄 수준의 비하 발언, 사실 왜곡에 인격 모독까지 인터넷과 TV 뉴스에서도 거론됐을 정도로 그 내용이 심각한 수준이다. 연예인의 사진에 칼을 꽂거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포즈의 사진을 올리는 소위 ‘인증샷’이 올라오기도 하고, 역사를 왜곡하거나 대외적으로 부끄러울 정도의 전관 모독 발언은 차마 이 기사에 단어 그대로 옮길 수 없을 정도다.
더 심각한 것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봐도 최소한 인격 모독, 나아가 범죄 행위로까지 판단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B 사이트의 이용자들은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커뮤니티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B 사이트의 이용자 중 일부는 A 사이트의 운영자 계정을 해킹하거나 A 사이트의 접속을 방해하는 행위에 가담하거나 찬동하고 이를 B 사이트에 자랑스럽게 게시한다. 최근 이를 참다못한 A 사이트 운영자가 고소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B 사이트 측에서는 안하무인이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가 B 사이트의 회원들에게 토론 프로그램 출연을 요청하고 토론을 진행했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표면에 나서지 못하고 B 사이트 내에서만 표 전 교수를 비난하고 있다. B 사이트를 옹호했던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 등은 출연 요청을 거절했고, 심지어 표 전 교수가 녹화 당시 방청객들에게 B 사이트의 회원이 있냐고 묻고, 나서는 이가 없자 “이 중 B 사이트의 회원이 있을 것이며 녹화가 끝나면 그 사이트에 방청 후기가 올라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어김없이 B 사이트에는 방청 후기와 방송 스포일러가 올라왔고, 정작 표면에는 나서지 못한 이용자들은 사이트 내 게시판에서 표 전 교수를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A 사이트는 B 사이트와 그 이용자들을 속칭 ‘벌레’라 칭하며 피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심심치 않게 A 사이트 이용자를 빙자한 B 사이트 이용자들이 게시물과 댓글을 올리지만 A 사이트 이용자들은 그들의 글과 댓글에 ‘반대’를 주며 유입을 거부하고 있다. 자신이 즐겨 찾는 웹사이트와 회원들을 비난하고 폄훼하는 행위에 대한 대처는 소극적이지만, A 사이트 뿐 아니라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B 사이트의 평가는 매우 낮은 편이어서 네티즌들이 B 사이트 이용자들의 선동에 넘어가지는 않는 추세다. 다만 A 사이트 이용자들은 적극적이지 못한 대처가 아쉬운 정도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이 앞서 언급한 예절과 지성이다.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인터넷이라는 사회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예를 갖추고 정보를 분별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성을 약간만 갖추고 있다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나이와는 관계없는 사항이다.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서 저지른 범죄는 법적으로 피해갈 수는 있을지언정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더욱이 적극적인 대처와 리액션이 없다면 가해자들은 그들의 언행에 대한 잘못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돼 인터넷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조건 ‘나만 아니면 되지’ 하는 생각으로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가혹할 정도로 냉정해져야 할 때도 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A, B 두 사이트 간의 논란은, B 사이트의 행위에 대해 A 사이트가 바로잡아줘야 하는 ‘교정’의 소양을 피하고 있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다행히 A 사이트의 운영자는 계정 해킹, 사이트 해킹 등의 범죄 행위에 대해 대상자를 고발하겠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A 사이트 이용자들도 동조하는 분위기여서 일차적인 논란은 곧 가시적인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다.
규칙, 지키는 것과 계도하는 것 모두 중요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는 속담은 알고 보면 교훈적이지 않다.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회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충분한 계도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을 방패삼아 자신만 빠져나가려는 네티즌도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인터넷은 대중에 전파된 지 20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문화다.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던 규칙을 곧이곧대로 들이대는 것은 무리다. 물론 관련 법규들이 제정되고 인터넷 안에서도 적용되는 법들이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들고 있지만, 근거도 없이 헛된 소문을 만드는 ‘카더라 통신’이나 전관을 모독하는 발언 등은 네티즌 스스로 제재하지 않으면 끝없이 되풀이되며 자정 능력을 잃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
A 사이트에 대한 B 사이트의 횡포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는데, 이제는 A 사이트를 사칭하며 스스로를 폄하하는 게시물과 댓글을 퍼뜨리며 네티즌을 선동하고 있다. 아마 자신은 알고 있을 ‘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점이 있다. 당당해지기 바란다. 자신의 언행에 자신이 있다면 굳이 숨길 필요가 없지 않은가? 비공개, 혹은 익명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폄훼하는 것만큼 비겁한 것이 없다. 숨어서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다가 누군가 반박하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B 사이트를 애용한다’는 것도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밝혀라. 네티즌은 닉네임으로 진짜 자신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 대신 닉네임으로 온라인에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다. 온라인에서도 당당해지는 것, 그것이 ‘진짜 네티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