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을 보내온 시청자 황원택 씨의 눈에 비친 공항의 풍경은 생경하고
또 처절했던 것 같습니다.
공항이 생긴 이래 처음 겪는 천재지변.
제주 전체 인구의 6분의 1쯤 되는 사람들의 억류 그 자체가 한국전쟁 이후
역사에서도 찾기 어려운 대서사였습니다.
폭설이 내렸던 곳은 또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눈폭풍이 휩쓸었던 그곳에는 흑인 여시장인 뮤리엘 바우저 역시 있었습니다.
폭설이 예고된 전날부터 집무실에서 먹고 자며 현장을 지휘한 그녀가
'이번 폭설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아마도
겁주기 차원이겠지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항공편 결항과 지하철 운행 중단을 기자회견을 통해
미리 알려 혼란을 최소화했고, 예고된 폭설에 대비해 아예 그 전날부터
워싱턴으로 오는 비행기들을 막았습니다.
현장에 맞는 지침과 현장을 지킨 시장.
그래서 그녀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눈 폭풍을 이겨 낸 시민과 시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
다시 시청자 황원택 씨의 현장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태를 더 악화시킨 건 '내부지침'만 끌어안은 채 안일한 대처로 일관한
공항당국이었습니다.
밤샘 난방을 부탁하는 요청에 난방비는 누가 부담하느냐고 되묻는.
물론 공항당국은 이야기가 와전됐다며 펄쩍 뛰었지만,
공항당국이 '내부지침'만을 손에 쥐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번에도 혼란을 수습하고, 서로를 보듬은 건 현장을 지켰던 시민들
스스로의 몫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들과 현장직원들의 헌신 그리고 시민의식.
아마 이번 일을 기록한다면 이 사태를 몸으로 체험한 사람들의 노고가
꼭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황원택 씨의 메일은 이렇게 끝맺고 있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 기자들에게만 통용되는 격언이 아닌 한 명의 시민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었습니다. 여행의 즐거움보다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갑니다."
오늘(26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