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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오후
게시물ID : freeboard_7222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반자동
추천 : 0
조회수 : 14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22 23:02:01
매 순간순간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린다. 딱히 누군가를 기다리는건 아니지만 메신저와 전화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초초하게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린다. 나는 그래서 휴대전화가 싫다. 인터넷이야 사무실이든 집을 나가버리면 그만인것을,,,광케이블선의 영역을 넘어버리면 자의든 타의든 자유롭게 된다. 그러나 휴대전화는 어떤가...내가 누군가를 찾고 누군가가 나를 찾고, 찾지 않을때도 누군가가 찾으까봐 항상 몸에 지니고 있어야 된다. 나는 맨손으로 짐 없이 다니는걸 좋아한다. 그러나 이건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불가능해졌다. 일단 휴대전화를 지니고 다니려면 어딘가에 메달거나 담아서 다녀야 한다. 양손을 자유롭게 쓰고 싶다면 말이다. 과거에는 바지주머니나 외투에 넣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겁기도 하거니와 몸에 넣거나 달고다니는건 촌스럽거나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가방에 넣고 다니게 된다. 양손에 신주단지처럼 받쳐들고 쳐다보고 있지 않다면 말이다. 나는 매순간순간 휴대전화에 얽매여있다는 생각을 한다. 울리지 않는 전화와 미동도 없는 기계 따위가 어쩌다 혹시나 모를 사람들의 연락을 기다리며 말이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을 내가 무심결에 놓쳤을까봐 수시로 휴대전화를 확인한다. 냉소적인 사람이 본다면 무슨 바보같은 행동이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럼 그냥 무시하고 다니라고 말이다. 나 역시 무시하고 다닌적이 있다. 그냥 꺼놓거나 집에 두고 다니거나 발신정지를 걸어 놓거나 하는 등의 여러 방법을 사용해 보았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나 보다 타인이 불편해 한다는 것을 말이다. 연락이 되지 않아 불편한건 내가 아니라 타인이 되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은 이기적이면 타인을 화나게 까지 한다. 또한 나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치기도 한다. 그래서 결국은 가방 구석에 처박아 두고 순간순간 열어 확인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휴대전화가 가장 불편한 물건이 되었다. 잠을 깨우고, 영화를 방해하고, 지하철과 버스를 시끄럽게하고, 또또또 수많은 것들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나쁜 점은 실시간으로 그 사람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고심하고 고심하여 종이에 글자를 쓰고, 그 사람을 떠올리면 유치한 문장으로 그를 생각하면 글을 쓰고 편지를 부칠까 말까를 고민하면 몇날 며칠을 고민한적이 있다. 잘있냐고 잘 지내느냐고 그 말한마디 전하고 싶은데 전할 길이 없어 마음 졸이던 그 긴 시간들이 그를 더 절실하게 만들고 간절한 심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전화가 이러한 나쁜점만 있다고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내 의사와 상관없이 소지하고 연락을 받아야되는 것이 불편할 뿐이다. 매순간순간 전화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랑 연결되어 있지만 인사 한마디 나누지 않는 사이인것을 풍요속 빈곤이 별건가 싶다. 힘들고 슬픈데 그 많은 번호 속에서 소리내어 울어도 부끄럽지 않는 전화벨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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