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제가 살던 집과 가장 비슷한 사진을 검색해서 가져왔습니다.
글재주가 없어서 '~다'로 딱딱하게 좀 말해도 양해해 주세요.
지금으로부터 18년전 내가 10살 때 일이다.
우리 가족이 단칸방에서 살다가 전세 2200에 그나마 좀 넒은 방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한 집에 살던 사람은 우리 어머니의 친구분이셨는데 돈을 꽤 벌게 되어서 그 집을 내어주셨고
우리 가족은 "얼씨구나~ 방이 2개구나~ 거실도 있구나~ 부엌도 따로 있구나~" 하고 이사를 갔다.
한밤중에 어머니께 집 구경 가고 싶다고 해서 이사할 집을 찾아갔을 때
1층이라 습기지고 어두침침한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넓은 집에 살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다.
넓다고 해도 다 합쳐 20평 조금 안되는 그런 집이었다.
마당도 있는데 거기에 1평정도 되는 정원이 있고 거기서는 매일 썪은 냄새와 벌레들이 진동하였다.
집 뒷편 도로 건너편이 산이라서 자주 곤충채집을 하고 다녔지만 거기서 본 곤충들은 대부분 처음보는 벌레들 투성이었다.
TV에서 가끔 나왔던 붉은 색을 띈 모기를 보기도 하였고 고양이들과 쥐들이 끊이질 않았다.
집이 1층이긴 하지만 거의 지하에 가까운 구조였다. 전혀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낮에도 형광등을 켜지 않으면 동굴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이사하고 난 뒤 일주일쯤 지났을까...
건조대가 없어서 방에 줄을 길게 연결해서 거기에 옷을 널었었는데
동생과 내가 잠들어 있을 때 바람소리인지 뭔지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줄에 걸려있는 옷걸이가 시계추처럼 계속 좌우로 움직인다.
정말 오랜 시간 계속 바라봤는데 좌우로 계속 움직인다.
주위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분명 바람때문이라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이사온지 1년쯤 되었을까...?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새벽에 갑자기 내 바로 옆에서
"챙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꿈에서 들었다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고 큰 소리였다.
나는 급하게 옆에서 자던 동생을 깨워서 무슨 소리 못들었냐고 물어보았다.
동생은 아무소리 못들었다며 그냥 잠들었다. 나는 꿈에서 들은 소리라 생각하고 잠에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학교갈 준비를 하는데 유리를 밟았다.
맙소사...
벽에 걸려있던 시계에 고정된 유리가 바닦으로 떨어져 깨진 것이다.
그것도 내가 자던 자리 바로 20cm 옆에...
다행히 유리조각을 밟은 발 이외에는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분명 내가 그 시계의 건전지를 갈아끼운게 거의 반년도 전에 일이라 유리가 튼튼히 고정되었다는 것은 확실했고
심지어 이사오자마자 걸었던 시계다...
그 날 뉴스에 지진에 대한 뉴스는 없었고 창문과 멀어서 바람때문에 떨어졌을리도 없고
안쪽으로 고정된 유리가 바람에 떨어질리도 없었다.
시계유리가 왜 떨어진건지 가족들하고 아직도 얘기중이지만 답이 안나오고 있다.
이사온지 2년후...
어머니께서 보험일을 하셔서 형편이 조금 좋아졌다.
어머니께서 비싼 보험을 하나 가입시켜서 곧 큰 TV가 온다고 하셨다.
20인치도 안되는 작은 TV만 보다가 27인치 브라운관 TV가 온 것이다.
진짜 신세계였다. 마리오가 버섯도 안먹었는데 이렇게 크고 아름답다니...!!
그리고 TV를 받고 정확하게 15일이 지난 후의 일이다.
평소처럼 나는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마당에서는 옆집 집주인 아저씨 분께서 하수구 작업을 하고 계셨다.
열쇠를 열고 집으로 들어가 잠깐 쉬다가 슈퍼에 갔다.
30분쯤 후에 집에 돌아왔다.
여전히 아저씨께서는 하수구 작업을 하고 계셨다.
열쇠를 잠그지 않아서 그냥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이 뭔가 어지럽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안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장롱안에 있던 이불들이 다 밖으로 나와있었다.
그리고 그 커다란 27인치 TV가 사라졌었다.
나는 '이게 뭐지... 어머니께서 TV를 다른데 파셨나...?'라고 생각하며
멍... 하게 안방에 앉아서 과자를 먹었다.
1시간 후에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돌아오셨다.
어머니께서는 집이 왜이러냐며 물으셨다.
나도 슈퍼갔다 왔더니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옆집 주인집 아저씨는 작업을 하는 동안 아무런 소리도 못들었고 지나가는 사람도 못봤다고 한다.
분명 사람이 지나갔다면 그 아저씨를 지나쳤어야 하는데....
게다가 우리집에서 창문 밖으로 나가려고 해도 주위에 담이 있어서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창문의 방충망도 멀쩡하였다. 바닥에는 발자국조차 없었다.
옆집 주인집 아저씨가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우리 가족이 옆집에 살 때 돈도 빌려주고
우리 동생을 거의 친자식처럼 키우신 분이라 전혀 의심되지 않았다.
그 집에서 사는 7년동안 친척분들과 멀어지고 또 몇분은 돈때문에 싸우고 돌아가시고...
아무튼 별로 집과는 관계없지만 안좋은 일들이 많았다.
화장실 하수구만 보면 중학생이었던 내 마음이 미어질듯 아팠다.
부모님께서 스트레스성 탈모로 매일아침 하수구가 막혀서 물이 빠져나가질 않아서이다.
큰아버지께서 안좋은 사고로 돌아가시고 나서 사촌동생 2명과 아파서 누워계시는 할머니는 우리집에서 지냈다.
큰어머니는 우리 집안 선산과 땅을 다 팔고 재산을 빼돌리고 잠적해 버렸다.
큰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1년이 되어서야 할머니께서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되시고 몇일 후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나와 아버지는 할머니댁을 찾아갔다. 큰어머니가 와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할머니댁에 도착하고 나서 아직도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눈이 하얗게 뒤집혀서 집안 곳곳에 돈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다니는 큰어머니 그 미친년의 모습을...
가구건 뭐건 고물장수를 불러서 다 옮기고 있었다.
그 이후 사촌들은 큰어머니를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고 다른 남자를 만나 살았다고 한다.
현재는 그 남자가 또 바람을 피웠고 빼돌린 돈을 다 탕진해서 남은 집안 땅들을 측지하는 분 모셔와서 살피는 모습을 봤다고는 하는데
명의가 달라서 가져갈 수는 없을 듯 하다. 사촌들과는 형제처럼 지냈는데 현재는 군대간 이후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할머니댁이었던 그 땅은 선산 가져갈 수 있게 도와준 5촌 중 한 명이 그 땅을 받아쳐먹어서 살고 있다고 한다.
가끔 할머니댁이 그리워 방문하면 나를 무서워하는 눈빛이 보인다.
아무튼 그년 보고 나서는 귀신이든 불가사의한 일이든 별로 안무섭게 된 것 같다.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니까...
이야기가 집얘기에서 다른 곳으로 샜지만... 어쨌든
우리 가족이 그 집에서 떠나고 나서 4년간 아무도 이사를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부모님께서 그 기분나쁜 곳에서 이사를 더 빨리 가려고 했는데
주인집에서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서 오랫동안 소송을 하였고 월급의 일정부분에서 전세금을 받아내는 것으로 합의를 봤던 것이다.
그만큼 세들려던 사람도 없을 만큼 기분나쁜 곳이었고 집구경 하는 분들도 몇분 계셨지만 계약하는 분은 그동안 아무도 없었다.
우리 가족이 그 집을 떠난지 현재 거의 딱 10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그 옆집 아주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동네 양아치들의 아지트가 되었다고 한다.
그 집 앞에 친척집이 있어서 추석과 설날에 차례지내러 갈 때 가끔 그 집을 보는데
어떻게 저런 집에서 살았을까... 하며 매번 생각하곤 한다...
지금 부모님께서 사시는 집도 이전 집에 비하면 낫지만 폐가 뒤에 지어진 집이라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다.
폐가가 있어서 지네들이나 벌레들이 집으로 자주 들어오기도 하고 천장에서는 쥐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 날은 집에서 쉬고 있는데 다리에 지내가 엄청 빠르게 타고 올라왔다.
너무 깜짝 놀라서 아령으로 완전 으깨죽였는데 이 일을 아버지에게 말했더니 아버지 曰
"너희 엄마한테는 벌레 나왔다고 말하지 마레이? 너희 엄마 옛날부터 너희들 안무섭게 하려고 무서운거 봐도 벌레같은거 봐도 전혀 무서운 티도 안냈다. 늦은 밤마다 너희 잘 자나 확인하고 너희 방에 벌레 없나 매일 꼼꼼하게 여기저기 살피고 약 뿌리고 했다 아이가. 근데~ 너희한테 티는 안내지만 너희 엄마 진~~짜 벌레랑 귀신 무서워한데이? 너희 낳기 전에는 벌레나 무서운 곳은 근처도 못갔었다... 엄마한테 잘해레이..."
아...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