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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너머니 블랙넛에관한 생각..
게시물ID : tvent_65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깡키
추천 : 2/6
조회수 : 1490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5/07/22 14: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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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힙갤러는 아니지만 힙갤에 올라온 글을 페북에서 보게 돼서 여기 올려봅니다.  우선 저는 한때 자녹게 등에서 활동하며 랩을 했던 여성이고,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와 관련된 에디터 일도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을 서두에 꺼내는 이유는 제 글이 어느 한 쪽에 치우쳐 편협한 시선에서 쓰여진 글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어서입니다. 힙알못 주제에 쓰는 글이 아니라는 점과, 랩을 하면서 친한 오빠들에게 어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와 성희롱을 굉장히 많이 당했기 때문에 블랙넛 문제에 대해 예민한 여성분들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실제 쇼미더머니에서 부르지도 않은 블랙넛의 옛날 가사를 굳이 퍼와서 욕하고 하차운동 벌이는 건 물타기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혐에 예민해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 이 시기에 블랙넛이 쇼돈에 나온 것도 몰아가기 하기 좋게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아요. 만약 블랙넛이 아닌 팻두가 나왔다면 팻두가 욕을 먹고 있었을 겁니다. 블랙넛이 탈락하고 쇼돈에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지금 블랙넛 욕하는 분들도 블랙넛이란 이름조차 까마득하게 잊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블랙넛의 음악이 브로처럼 단순한 여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등감, 과거 빵셔틀 했던 일 등을 직접 발화함으로써 프레임 안의 프레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리스너들은 블랙넛이 실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혐오를 보여준다는 것에서 문제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블랙넛의 액자식 세계관에 주목해야합니다. 이러한 이중구조는 리스너들이 거기에 바로 이입하지 않고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게 합니다.  즉,  '단순 여성혐오'만을 이야기할 경우 : 리스너들은 여혐 자체에 이입하게 됨 (브로) '찌질남이 자신의 찌질함을 보여주며 그런 가사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고백'할 경우 : 찌질남이 여성혐오를 하게 되는 그 '시선'을 리스너들이 이입하는 것이 아닌 '바라보'게 됨 (블랙넛)  여기서 각각의 리스너들이 그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그 리스너들의 사상과 인간성이 문제시되는 것이지, 이런 구조를 제시한 블랙넛의 음악은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문학에서 1인칭이나 3인칭 시점으로 쓰는 것은 독자가 화자에 이입해 그 상황 자체를 판단하게 하지만 2인칭 시점으로 쓰면 독자들이 화자에 이입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가 '너'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인물들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 그 시선에 대해 판단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블랙넛의 음악 또한 이중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다고 봅니다.  또한 가장 말이 많은 친구엄마라든가 졸업앨범 같은 곡의 경우 팻두 음악처럼 스토리텔링의 일종으로 봐야하기 때문에 그 곡을 가져와 블랙넛의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쏘우나 데스티네이션 시리즈 등 고어물 영화를 예로 들면 쉬울 것 같습니다. 그런 작품이 싫으면 안 보면 되는 것입니다. 고어물 싫어하는 사람에게 쏘우 감독이 자기 영화 보라고 일부러 눈앞에 틀어주지는 않습니다. 찾아듣지 않으면 됩니다.  이런 말에 "고어물은 피해자가 랜덤이지만 블랙넛 음악은 여성이 피해자다"라는 반론이 있지만, 영화에서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의 다양성에 비해 랩퍼가 발화자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블랙넛의 음악 속 발화자로 인해 '만들어지는' 피해자는 다수의 여성과 소수의 남성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또한 "고어물을 보면 그걸 징그럽다고 생각하고 살인자를 미친놈이라고 욕하지만 블랙넛 팬들은 블랙넛 음악을 듣고 멋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 역시 논리가 없습니다. 고어물 팬들은 영화 속에서 그런 잔혹함과 끔찍함을 표현해낸 감독의 표현성을 좋아하고 거기에 열광하는 것이지, 영화 속 인물들에게 이입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블랙넛 음악의 리스너들 역시 블랙넛 가사 속 발화자에게 이입하면서 블랙넛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블랙넛 자체를 좋아하는 것입니다. 블랙넛 음악을 좋아해 타인을 강간하고 살해할 수 있다는 말은 고어물 많이 보거나 GTA 게임 하면 살인하고 강도짓 하게 된다는 논리와 같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가 봤던 글에 장동민 이야기가 나와서 추가로 덧붙입니다. 장동민은 자신의 '일'인 일종의 '개그'로 그런 표현을 한 것이 아니라 실제 그 발화자가 장동민 자신이었기 때문에 여초카페에서 용서하지 못하고 하차운동을 벌이는 것에 대해 이해합니다. 하지만 블랙넛의 경우는 블랙넛의 작업물인 '만든' 음악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발화자가 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장동민과 같은 위치에 놓고 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쇼미더머니에 나와서 그런 가사의 랩을 한 것도 아니고요. 오로지 예전 자녹게 등에 올라왔던 녹음물 가사들을 퍼오고 욕하는 것입니다. 송민호가 랩하고 있을 때 죽부인으로 성행위 연상 퍼포먼스를 했다는 것은 아직 방송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기사 뜬 걸로 봐서 엠넷에서 시청률 올리려는 언플이라고 생각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그 퍼포먼스가 송민호의 '산'부인과 드립을 '죽'부인과로 비꼬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송민호가 랩할 때 그런 행동을 한 것을 보면 충분히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방송을 봐야 알겠죠.)  또 블랙넛과 함께 팻두를 언급하면 "팻두는 실제 존재하는 피해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블랙넛은 아니다"라는 반론이 있는데, 저는 팻두 음악이 더 폭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작품 취향 차이겠지요. 그리고 여친토막살인은 가해자의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팻두 음악은 피해자들이 팻두의 음악을 통해 대신 발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발화 '되어지는' 것입니다. 예전 알리가 나영이라는 노래를 불렀을 때 논란이 있었죠. 물론 나영이 가사에는 몸 판다는 잘못된 표현이 있었기 때문에 더 욕을 먹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나영이가 알리의 노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 발화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 나영이 이야기가 알리 노래를 통해 발화 '되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팻두 음악도 그렇게 접근한다면 팻두의 음악 역시 피해자를 이용하는 음악입니다. 그래서 저는 블랙넛 음악보다 팻두 음악이 더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고 듣기 거북해서 팻두는 듣지 않습니다. 하지만 팻두의 음악을 좋아하는 건 개인적인 취향이기 때문에 제가 팻두 팬분들께 뭐라고 말할 권리는 없습니다.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되는 거고 좋아하면 들으면 되는 겁니다.  물론 이렇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음악의 팬이면 타인에게 그 음악을 좋아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요.  할 말이 많다보니 자꾸 길게 쓰게 되는데, 요는 블랙넛 음악의 이중구조, 액자식 세계관에 주목해야 되고 블랙넛의 음악을 단순 여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듣기 싫으면 안 들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인정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되어야겠죠. 저는 블랙넛의 음악은 단순한 혐오 표출이 아니기 때문에 논외대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요.

여기까지가 퍼온글이구요 저도 원래 블랙넛에 부정적인쪽이었는데 이글을 보니 생각이 바뀌네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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