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35669.html 경찰이 용산 철거민 참사의 책임을 묻는 방송사의 인터넷 여론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지방경찰청에서는 경찰청의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으나, 경찰청은 이를 부인했다.
28일 <한겨레>가 각급 지방경찰청에 확인한 결과, 이날 광주와 전남·경기·경남지방경찰청이 일제히 소속 경찰관들에게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이 진행 중인 인터넷 여론조사에 참여를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00분 토론’은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용산 참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경찰의 과잉진압 △불법 과격시위 △재개발사업의 구조적 문제 등 3개 문항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인터넷 여론조사를 벌였다.
광주경찰청은 이날 오전 산하 5개 경찰서 직원들에게 ‘용산 사건 관련 인터넷 여론조사 적극 참여 요망:문화방송(MBC) 100분 토론 시청자 투표’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한꺼번에 보냈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직접 전화로 인터넷 여론조사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해 와 일선 직원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남경찰청도 직원들에게 ‘문화방송 100분 토론 인터넷 여론조사에 전 직원 참여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기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28일 오후 4시께 ‘인터넷 여론조사 참여 바람’이라고 적힌 메시지를 받았지만 발신자 표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청 내부 게시판에도 “용산 참사의 책임을 묻는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투표하자”며 해당 사이트를 직접 연결해 놓은 글이 여럿 올라왔다. 경찰청 게시판에 연결된 동아닷컴 여론조사 결과는 이날 오후 10시 현재 ‘시민 위험해 공권력 투입’이라는 응답이 92%로, ‘과잉 진압’이라는 응답률 8%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런 조직적 투표 때문인지 ‘100분 토론’의 여론조사 결과는 ‘경찰의 과잉진압’ 응답이 우세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불법 과격시위’ 응답자가 3천명이나 늘어나며 엎치락뒤치락했다. 모두 4만여명이 참여해 이날 오후 최종 마감된 여론조사 결과는, ‘불법시위’ 45%, ‘과잉진압’ 48%로 마무리됐다. ‘100분 토론’ 담당 이영배 피디는 “투표 결과가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일은 지금껏 없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대변인실은 “공식적인 통로로 그런 지시가 내려간 적은 없으며, 개별적인 차원에서 서로에게 독려 전화와 문자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광주/정대하, 하어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