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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휘두른 칼바람, 피해자를 가해자라 적었다.
게시물ID : humorbest_6572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운객
추천 : 32
조회수 : 5927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09 11:43:11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4/08 16:46:33

경찰청에서는 오랜 시간 전의경 구타 가혹행위를 척결한다 하였으나 언제나 시늉에 그쳤고

우리들은 항상 걸리는 부대는 바보 멍청이들이라고 했지요. 애들 관리를 얼마나 못하면 그걸 걸리냐고.

여하간 전의경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제 의경 시절 경찰청이 본격적으로 휘두른 칼바람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이건 당시 전의경 출신들은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지요.

모든 표현을 적나라하게 적겠습니다.

 

2010년 구타로 인해 백혈병으로 사망한 의경이 나온 이후 여기저기서 자지구레한 사건사고가 터졌으나

언제나 그러하듯 전의경 조직 내부에서 해결합니다. 언론타면 좋을게 없다며 언제나 속으로 다 해결했죠.

경찰청 지방청에서도 다 알면서 쉬쉬합니다. 하다못해 전의경 부대에서 조금이라도 일하거나 작전경비에서 일한

사람들은 모를 리가 없죠. 사실 알면서 모르는 척 한 사람들이 90퍼센트 이상일겁니다. "일만 안터지면 되지"라는 생각.

그 생각이 결국 2010년 말 2011년 초에 엄청난 사건을 불러일으킵니다.

 

검문초소에서 장을 보러 간다하고는 탈영한 일경 사건.

인천 의경이 병가 복귀 도중 구타를 두려워해 부대 근처 아파트 나무에서 목매달아 자살한 사건.

모 기동대 대원이 경찰청에 직접 민원을 넣어 구타 가혹행위를 신고했다가 역으로 털린 사건.

구타 가혹행위로 병가 나왔던 대원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건(유족은 구타에 의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증언).

그 무렵 돌아다녔던 이런 사건들 보다 훨씬 커지고 언론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사건입니다.

 

바로 강원도 307전경대 집단탈영 사건. 전의경 역사에 전무후무한 집단 탈영이었죠.

전경대가 모 축제?에 동원되어 근처 모텔 등에서 숙박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그때 이경이 자기 동기들(총원 6명)과 집단으로 탈영한 후

경찰청에 연락하여 부대 내 구타 가혹행위를 신고하고 자기들을 다른 부대로 보내줄 것을 요청한 사건입니다.

지난번에 오유 밀게 보니 307전경대 출신으로 당시 복무하셨던 분이 계시던데 이 글에서 심심한 애도를 전합니다.

307전경대는 이후 부대가 사라지고 100여명의 부대원들이 다른 부대로 모두 흩어졌죠.

 

당시 기동대에서 근무했었는데 저 이야기가 처음 오자마자 부대원 전부 비웃었습니다.

얼마나 애들 관리를 못했길래 집단탈영하느냐? 이래서 이경들은 안된다. 어떻게 동기들끼리 탈영할 생각을 했냐.

저 부대 고참들이 불쌍하다. 어쩌다가 저런 놈들을 받았느냐. 하여간 남자답지 못한 찌질한 애들이다. 

(웃기는 일이지만 전의경 부대끼리 저런거가지고 빡센배틀하면서 존심 세우곤 했지요 지금은 왜그랬나싶지만 그땐 그랬음)

이러고 있는데 그날 점호를 했고 결국 우리 부대까지 칼바람이 불었습니다. 집단탈영 사건이 언론에 전해지면서

전의경 부대의 구타 가혹행위가 다시 조명받기 시작했고 전국의 전의경 부대가 다시 한번 조사를 받게 됩니다.

 

부대에서 전입한지 반년이 안된 애들이 모두 짐을 싸서 지방청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말하길 지금 신고할거 신고하고 말할거 말하면 지금 짐 그대로 다른 부대로 옮겨주겠다.

ㅋㅋㅋㅋㅋㅋㅋ 엄청난 후폭풍이 불었지요 몇명은 그냥 눈치껏 나왔겠지만 몇명은 진심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전국에서 365명? 그정도가 이른바 구타 및 가혹행위로 찔렸고 그들을 찌른 사람들은 다른 부대로 옮겨갔으며

그들이 나온 부대는 엄청난 칼질을 당했습니다. 전 그때 그런짓 한 적이 없어서 찔리진 않았지만 동기나 고참후임들이

찔려서 기율대가고 다른 곳으로 날라가는거 보면서 숨죽이고 살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구타나 가혹행위가 완전히 사라지긴 사라지는갑네 하면서 부대 내에 몇안되는 구타 반대자여서 조금은 좋아했던 기억도 나네요.

 

 

그때부턴 이등별의 시작이었습니다.

 

 

이경이 왕이 되고 ㅅㅅ(상경 수경)들은 노예가 되더라고요.

구타 가혹행위가 없어진 정도로 끝났으면 모르겠는데 하극상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일주일 고참도 영원히 고참이 모토였던 의경 조직에서 제대 얼마 안남은 수경열외들끼리나 말 놓고 나머지는 항상 경어를 썼는데

어느 순간부터 짬비슷한 애들 계급 비슷한 애들끼리 서로 말놓기 시작하고 그거로 태클 걸었던 상경이 이경을 구박한다고 근신을 먹어서

세상 참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었지요. 그맘때부터 진짜 본격적으로 기숙사가 되기 시작한듯.

빵 나왔는데 후임빵에 있는 스티커 가져갔다고 찔리고 손등에 별표 그렸다고 찔리고

애 훈련할때 뺑키쳐서 잘 좀 하라고 어깨 두드렸는데 그게 구타라고 찔리고

딴일한다고 바빠서 잠시 후임한테 뭐 좀 갖고 오라고 했더니 후임이 싫다캐서 그거 갖고 욕했다고 이경 괴롭힌다고 찔리고

기동대에 떨어졌다가 힘들다고 다른 부대 가고 싶어서 잘해주는 고참들 일부러 도발해서(근데 도발 잘참음) 걔네들 찔렀다가

정황 확인 도중 중대장한테 들켜서 그대로 기율대 끌려간 이경들이 있질 않나

일단 찌르면 기나긴 외박에 타부대 전출이 달리니까 아주 기를 쓰고 찔러대더라고요.

 

 

그래서 제 근처 전의경 생활했던 사람들을 오유에서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다들 짬찌땐 맞을만큼 처맞고 당할만큼 다 당해서 이제 짬먹고 어느정도 자기꺼 챙겨먹을 시점이 되었는데

(때리고 뭐하고 그런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짬대우를 말합니다) 칼바람이 불면서 이경보다 못한 취급 받다가 전역한 사람이 다수거든요.

고참이 고참대우를 못받고 짬찌가 짬킹 대우를 받으려고 하니 부대가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당연히 여기저기 개판새판되지.

지금은 그런 격동기도 지나가서 어느정도 분위기가 괜찮아진거로 압니다.

 

전역하고 한참 이따가 복학 후 지나가던 의경 아저씨가 있길래 음료수 하나 사주면서 방범 돈다고 고생 많다고

요즘 부대 어떻냐고 아저씨들 기수는 어떻냐고 물으니까 뭐라는지 아세요?

기수가 사라지고 군번으로 묶는댑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기수문화가 구타 및 가혹행위 등 악습의 시작"이라서 없앴다고 하네요.

맞는 말인거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섭섭하고 아쉽더라고요.

 

이야기가 어쩌다가 조금 길어졌는데 당시 경찰청이 발표한 척결 모토가 뭔지 압니까?

제가 공문보다가 발견한건데 2011년 초에 전의경 짬좀 되던 분이면 듣고 전부 화내실지도 모르겠네요.

제법 되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2011년 2월 이전에 전입한 기수들의 경우 모두 구타 및 가혹행위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로서

또한 이 피해자들도 잠정적인 가해자로 보고 구타 및 가혹행위 등 악습의 완벽한 척결을 위해서는

2월 이전에 전입한 기수가 완전히 전역을 해야하며, 그들이 전역한 시점에서 재차 악습을 확인하고

그전까지는 그 잠정적인 가해자(=피해자)들이 사건을 일으키지 않도록 주의토록 한다."

 

이해하셨습니까?

2009년 2010년 졸라 처맞고 당할거 다 당하면서도 이후 군생활하면서 자의든 타의든 그런 악습을 이어가지 않으려고 했던 우리들을

경찰청에서는 악습을 당한 피해자였으므로 그걸 그대로 되물림할 수 있다고 잠정적 가해자로 보고 판단한겁니다.

우리도 가해자가 될거니까 우리가 전역해야 악습이 사라진답니다.

 

우리 부관은 이런 이야기를 했죠 너희 군번들이 전의경 악습폐습의 황혼기라고.

우리들이 전역하면 악습이 완전 소멸할거랍니다 ㅋㅋㅋㅋ 참나 ㅋㅋㅋㅋㅋ

다른 공문도 읽어보니 느낌이 딱 와요 아 경찰청놈들 이 군번 이전 사람들은 아예 폐기처분 폐품 취급하려는구나.

 

경찰청 ㅆ들아 그럴거면 내가 존나 처맞았을 그때나 제대로 조사하지

소원수리 오면 항상 고참들이 보는 앞에서 적고 고참들한테 검사받고 제출하고

소원수리함에 있는건 행정반에서 미리 보고 불태우거나 없애버리고

최소한 경찰청 직원이 직접 와서 소원수리 할거면 1:1로 하던가 적을 공간을 주던가

고참 후임들을 같은 공간에 마주보게 앉혀놓고 대체 뭘 쓰라고 한거지? 장난하나?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뭘 써? 그냥 쓰지 말라는거지 니들? 형식적으로 하는거지?

그따구로 일해놓고 사건이 크게 터지니까 우리를 가해자로 몰고 칼침 놓는거 봐라...

 

이제는 전경이 폐지되어 사라지고 전경 보직을 의경이 채우고 있지만

그 의경마저도 우선 잠정적으로는 숫자를 줄여나가려는 추세이고

그 자리를 직원 기동대로 점차 채워나감에 따라(비용이나 효율에서 떨어진다고 여기지만 한다카니 뭐...)

의경도 향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 같네요.

의경 사라지진 않을거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전역했지만 나와서 한번씩 이야기 듣다보면

어찌보면 형제뻘이자 경쟁상대였고 때로는 갈등상대였던 전경이 사라진만큼 의경도 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이만하렵니다.

예전에 제가 전의경 가혹행위 적던게 있는데 그거 2탄이나 써야할듯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랑 비슷한 시기에 군생활했던 모든 전의경들 정말정말 고생 많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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