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길에 빼앗긴 순정만화 속 미지의 결말로 남겠지마는
속상하던 스무 살의 여드름처럼 흔적마저 남지 않겠지마는
화창한 봄날의 멜로디로 사소하게 잦아들고야 말겠지마는
한여름의 단 빙수처럼 서걱이며 녹고야 말겠지만은
아가씨 적 유행처럼 맞지 않는 짧은 치마가 되겠지마는
낙엽처럼 내리던 가을비 내음으로 물끄러미 지고야 말겠지마는
겨울날의 드라마처럼 그와 그녀의 이름조차 잊히겠지마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매질처럼 돌아보면 웃음만 나겠지마는
별의 꼬리처럼 아득히 저물고야 말았지마는
별은 우주를 온통 까맣게 그을이며 앓았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