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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1
게시물ID : humorbest_6577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드레몬
추천 : 84
조회수 : 14048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10 17:01:42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4/10 14:22:32

회사 여직원과의 썸씽... #1


글쓴이 : 레드레몬





벌써 몇년 전 일이다.


"왜...그랬어? 이러면 당장 내일부터 뭐가 달라져?"




도봉산에서의 회사 야유회


2차... 3차에 이은 동동주와 막걸리 러쉬에 속은 이미 '소주'라는 알콜 녀석과 뒤범벅이 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하나 둘 쓰러져 가듯 집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평소 그녀에게 눈길로만 관심을 주고 있던 나는 술기운에 그만 그녀를 택시에 태운다는게 뒤에서 안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어깨를 감싸앉은 채 ... 그저 그녀를 품에 안고 싶었던 욕망의 분출이었을까? 한동안 그렇게 꽉 껴안았던 기억이다.


그녀의 샴푸냄새가 코에 들어왔다. 나는 지금도 가끔은 새로 삶아 빤 이불에서 나는 은은한 포푸리 향기가 좋다.


그리고 ...


나에게 안긴 채 술취한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며 나에게 던진 그녀의 말 한마디...

덜컥 손을 놓을 수 밖에 없었고, 순간 범죄라도 저지른 죄인인양 고개를 푹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택시에 올라탔고 그렇게 멀어져 갔다.



...


콧속으로 봄바람이 살랑살랑 들어오는 어느 따스한 봄날...


어지간히도 술맛이 좋았던 계절이라 술이라면 장사였던 나는 그날의 회상을 이렇게 되짚어 본다.


도봉산, 망월사, 회룡...


집은 단지 두 정거장이었을 뿐인데, 무려 4시간 동안 집에 가지 못하고 상행선과 하행선을 번갈아 타며, 한 정거장씩 지나쳐서 내렸었다.


마치 야구하다가 얼굴에 야구공을 쳐 맞은 듯 그녀의 말 한마디는 머릿속을 온통 헤집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아...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조상님 중에는 정씨 가문 좌의정이었는지 우의정이었는지... 여튼 올곧은 성품 덕에 술자리에서 칼 맞아 죽은 조상이 있다 했다.


바른 말을 하다가 그렇게 변을 당하셨다던가...


평생을 바른생활을 하며 살아왔던 나에게 그날의 실수는 인생 최대의 실수이자 오점이 될 것 같았다.



'그 뜻이 무엇이었을까...'


저녁 늦게서야 겨우 집에 찾아올 수 있었는데, 술에 완전 떡이 되어서는 걸음은 제멋대로였다. 

몸은 그렇게 엉망이었지만 궁금증은 머릿속에 또렷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몇일 뒤... 회사 점심시간 채팅을 이용하여 그녀에게 점심시간에 따로 만날 것을 요청하였고, 그녀는 흔쾌히 승낙해 주었다.


왠지 기분이 좋았다.


인생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던 적이 있었던가...

때로는 나 자신에게 있어서 자신감을 좀 가질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봄날 햇살은 따뜻했으나, 우리 둘은 무려 점심시간 15분 전부터 회사 1층에서 몰래 만나 시장이 있는 골목으로 숨어들어갔다.


"뭐 먹을래?"


"응? 뭐 암거나"


"그래? 그럼 여기 들어가자"


그렇게 그냥 문 열고 들어간 곳은 조그마한 일식집... 점심이라 카레덮밥을 해주는데 맛이 일품인 집이었다.



"아주머니 카레덮밥 둘이요"



그녀가 그냥 웃고 있다


"그래서... 날 왜 부르셨어?"


"응? 뭐야 나 미안하다고 하려고 부른거야"


"???"


"아 기억 안나?"


"??? 뭐가?"


"아... 이거 참..."


"뭔데 뭐야 나 실수했어?"


"아냐... 그런건 아니고..."



밥이 나왔다.


한수저씩 입에 가져다가 넣었다.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참 난감했다. 이야기를 안하면 서른 동정인 나에게 그 일은 나만이 간직할 만한 좋은 추억거리가 되었으리라.


그저 좋아하는 여직원을 뒤에서 껴안은...



"말해봐 뭔데~"


그녀가 웃으면서 재차 묻는다. 워낙 상냥하고 긍정적인 생활을 하던 그녀라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른채 동그란 눈빛을 반짝거리며 천진난만하게 묻고 있다.



"그게.. 그러니까... 음...


내가... 널 뒤에서 확 안아버렸어"


"... 뭐?"


"아니 그러니까... 아..."


"큭큭 그래서 안으니까 좋으셨어~?"



대놓고 나를 약올리고 있다. 그녀는 참 못됐다.


"...응 그래 맞어 좋았지. 무지 좋았지. 하하핫"


"이그..."


"미안해. 내가 사실 진짜 그러려던건 아니었는데"


"뭐가?"


"아니 ...그러니까 내가 막 껴안아서 그거 미안하다고. 아 정말 미안해... 누구한테도 이야기 안했어"


"하하하 그래? 미안했구나? 미안할 짓 했네. 그래서 밥 사준다고 나 꼬셔서 여기 데려온거야 ?"


"응... 미안 미안"


"하하하 알았어."


"... 근데 너 그게 무슨 말이었어?"


"응?"


"'왜...그랬어? 이러면 당장 내일부터 뭐가 달라져?' 라고 너가 그때 그랬거든... 나 돌아보면서..."


"...!? 어? 뭐라고 했다고?"


"내일부터 뭐가 달라지느냐고 그랬다니깐?"


"진짜? 내가 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응 진짜. 그랬어. 그래서.. 아 내가 정말 죽을 죄를 지었구나... 했지"


"진짜야? 내가 그렇게 말햇어?"


"응"


"..."


갑자기 그녀의 즐거웠던 표정이 조용해졌다.


그 말의 의미를... 알기 전 까지는...


난 그저 내가 잘못한 것인 줄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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