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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에 겪었던 기묘한 이야기. (스왑 주의)
게시물ID : panic_658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저놈이했어요
추천 : 41
조회수 : 4523회
댓글수 : 46개
등록시간 : 2014/03/19 20:11:24
초등학교에서 우리 집까지 오는 길에는 나란히 붙어 있는 빈집이 두 채가 있었다.

서울인데도 다른 주택들과는 다르게 시골에 있는 집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그 낡은 모습과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인지 동네 아이들은 재미삼아 그 집들을 흉가라고 부르고 다녔다

내가 10살 때였는지 11살때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 날이 수요일 이었다는 점은 기억이 난다

4교시후 점심만 먹고 친구들과 발걸음을 맞춰가며 하교길을 하는데 언제나와 같이 그 흉가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주위가 무척 시끄러웠다는거다.

흉가가 있는 골목을 들어서기 전부터 쇠 긁는 소리가 자꾸 귓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동전을 서로 비벼댈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던걸로 기억한다.

다른 친구 두 녀석한테 "오늘 너무 동네가 시끄럽네" 라고 말을 해도 두 녀석은 그런가 보다 하는 얼굴로 쳐다볼 뿐이었다.

친구들은 이 이질적인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보다.

'혹시 내 귀가 남들보다 좋은건가?' 하는 생각에 약간 으스 되는 기분도 들었다.

흉가가 있는 골목에 들어서니 저 만치 앞에, 그러니깐 흉가가 자리하고 있을 골목 한복판에 왠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쭈구려 앉아 있는게 보였다.

유독 그 쭈구려 앉아 있는 사람 주위만 새하얗던걸로 아직까지도 기억이 난다.

흉가에 다다를 수록 쇠 긁는 듯한 소리는 점점 커지고 이상하게 입에서는 자꾸만 쓴맛이 느껴졌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에게 가까워질수록 내 걸음걸이는 초조해지기만 했다.

그 걸음걸이가 이질적인 소리와 더불어 저 골목 한 가운데에 앉아있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인지 호기심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호기심 쪽이 더 강했던 거 같다.

이윽고 발걸음이 흉가에 다다랐을 무렵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길바닥에 쭈구려 앉아 있었는지 육안으로 확인 할수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은 여자였다.

몇 일은 감지 않은 듯 그녀의 머리카락은 한 눈에 봐도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아까부터 들려왔던 이질적인 소리는 그 여자의 손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걸음으로는 그녀를 지나가면서도 내 눈은 아래를 내리쳐다보고 있었다.

이질적인 소리는 정확히 그녀의 손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칼을 갈고 있었다.

과도 처럼 조그만한 칼이 아니라 그 보다 날이 몇배는 큰 칼을 그녀는 두 손으로 잡은 채 네모난 무언가에 비벼대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처음 보는지라 그것이 정말 칼을 갈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광경을 보고 나자 괜시리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쏟아오르며 온 몸에서는 식은 땀이 났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 여자 곁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에 나는 걸음을 재촉하였고 내 옆에 있던 친구들도 서로 재잘대며 내 걸음걸이에 맞춰주었다.

승용차 3대 길이 만큼 떨어졌을까...

내가 본 것이 정말인지 싶어 친구들한테 운을 띄었다. 

사실 그 여자를 지나간 뒤로 귀에서 들려오던 이질적인 소리가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아 갑자기 찾아온 정적이 두려워서 그랬는 지도 모르겠다.

"야 방금 저 여자 칼 같은거 갈고 있지 않았냐?"

내 말에 두 친구녀석들은 뭔 소리를 하는거냐는 식으로 날 쳐다보았다.

"여자? 무슨 여자?"

"여자가 있었나? 난 몰라"

등골이 오싹해지고 다리가 떨렸다.

골목 한 복판에서 대놓고 앉아 거지차림으로 회기망측한 짓을 하는데 그걸 못 볼수가 있을까?

"야 봐바 지금 뒤에 왠 여자가..."

말을 하며 돌아본 내 눈에는 어느새인가 뒤돌아 일어서서 이쪽을 지긋히 쳐다보는 여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시력이 좋다고는 할수 없었다.

하지만 여자의 모습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내 눈에 들어왔다.

남들보다는 두배는 큰 눈에 흰자위는 얼마보이지도 않고 콧구멍은 크게 벌려있으며 입을 해벌쭉 웃고 있었다.

마치 입김이 닿을 거리에 있는것 마냥 그 모습이 자세하게 보였다.

그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한 순간 도저히 다음 말을 이어할수가 없었다.

눈물은 핑돌기 시작했고 이제는 걷다 못해 거의 달리다시피 그저 앞으로 앞으로 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친구들은 어떻게 보았을지 모르겠지만 난 그 자리가 너무 무서워 혼자서 집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골목을 빠져나오면 바로 집이다. 그럼 언제나 처럼 집에서 할머니가 마중나와 계실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무언가에 쫒기든 골목을 빠져나가려는데 골목 모퉁이 끝에서 낯 익은 모습이 보였다.

...

할머니였다.

왠일인지 오늘은 할머니가 골목까지 마중을 나와 계신게 아닌가.

평소와 같았으면 멀리서부터 할머니 하고 부르며 달려갔을텐데 목이 잠긴 것마냥 말을 할수 없었다.

이상한건 할머니와 가까워 지려 할수록 발걸음이 무겁고 무언가 내 가방을 뒤에서 붙잡고 있는 것처럼 몸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듯했다.

할머니쪽에서도 달려나와 나를 붙잡고 껴 앉아주시니 그제서야 몸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한건 할머니의 행동이였다.

평소와 같은 푸근하고 인자한 얼굴의 할머니가 아닌 마치 철천지 원수를 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나를 껴앉다 못해 온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꽉 붙잡으신채로 내 뒷쪽을 향해 아주 매섭게 눈을 뜨고 계셨다.

늙은 우리 할머니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온 몸이 아플정도로 껴앉은 탓에 할머니 품에서 나는 울기 시작했다.

꽉 껴앉아진 온 몸이 아파서인지 아니면 안도하는 마음에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울면서도 할머니 손은 놓지 않고 꼭 잡은 채 집에 도착하였다.

대문에 들어선 후로 할머니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셨다.

다짜고짜 나보고 마당에 있던 진돗개 옆에 가만히 서 있으라고 하신 뒤 자신은 집 안으로 들어가 손에 파란 통을 들고 나오셨다.

할머니는 통안에서 하얀 무엇인가를 꺼내신 뒤 대문 안 양쪽 끄트머리에 그것을 한 주먹씩 놓아두기 시작하였다.

그러고는 그 하얀 것을 대문에 몇 번 뿌리시더니 나한테도 뿌리기 시작하였다.

하얀 가루의 정체는 소금이였다.

장례시장에 다녀온 아버지한테 할머니가 뿌리는걸 보긴 했지만 막상 내가 당하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또 울음이 터졌다. 

그렇게 나도 소금에 절여지고 나서야 겨우 집안에 들어갈수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가서도 할머니는 분주하셨다.

먼저 야간 일을 하느라 낮에는 주무시던 삼촌을 깨우시더니 오늘은 일 가지 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셨다.

삼촌은 그게 무슨 소리냐며 대들었지만 할머니가 핏발을 세우고 언성을 높이시며 말씀하시니 삼촌도 이내 알겠다고 하셨다.

할머니도 그렇게 크고 무섭게 소리를 지를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그 후 할머니는 삼촌에게 돈을 쥐여주며 시장에 가서 닭 2마리만 사오라고 시키신 뒤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내 얼굴을 씻겨주시고 이부자리를 펴주신후에

나보고 오늘은 이만 자라고 말씀하셨다.

평소와 같으면 친구들과 온 몸에 검댕이를 칠하며 놀 시간이지만 눈물을 빼고 난 뒤인지 몸이 피곤해 할머니 말대로 자기 시작했다.

얼마나 잤을까...

맛있는 냄새가 나서 눈을 떠보니 할머니께서 식사준비를 하고 계셨다.

또 점심을 먹나 싶어서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6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아마도 저녁 식사인가보다.

언제 준비하셨는지 할머니께서는 백숙을 2마리나 하셨고 한 마리는 삼촌 앞에 반쪽은 할머니 자기 앞에 또 반쪽은 우리집 진돗개 한테 저녁밥으로 주었다.

진돗개한테는 뼈까지 발라주는 정성까지 보이셨다.

그런데 내 몫은 없었다.

'왜 내 밥은 없지? 낮에 너무 울어서 오늘 밥은 굶기시려는 건가?' 하는 이런 저런 생각도 들었다.

나도 밥 먹고 싶다고 말하였지만 내일 되면 할머니가 피자니 통닭이니 사줄테니깐 오늘만은 굶으라고 말씀하셨다.

낮에 그렇게 울어댄거 때문에 동네 창피해서 날 벌 주시려나 보다 싶어 또 방에 가서 혼자 울다 지쳐 잠들었다.

중간에 밖이 너무 소란스러워 잠깐 깬 거 말고는 아침까지 줄곧 잠만 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삼촌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전혀 달랐다.

새벽 2시경 정도에 다짜고짜 내가 문 밖으로 나갈려고 했다고 한다.

그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시던 할머니와 삼촌은 무슨 일이냐고 묻기 시작하셨고 나는 지금 대문 밖에 엄마가 와있으니 빨리 문 열어줘야한다고 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때마침 낯선 사람이 와도 짖지도 않던 우리집 진돗개가 목청 떨어지게 짖기 시작해 삼촌은 소름이 다 돋으셨다고 한다.

할머니는 내 얘기를 듣고는 현관 밖으로 득달같이 나가시고 삼촌은 계속 나를 붙잡으시며 엄마와 아빠는 지금 외가에 가 계신다고 너가 잘못 들은거라고 말하셨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 악을 쓰며 빨리 문 열어줘야한다고 엄마 추워서 울고 있다고 때를 썼다고 한다.

저녁도 굶고 기력도 쇠해졌는데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삼촌은 날 붙잡아두느라 진땀을 빼셨고 삼촌의 몸에는 여기저기 긁힌 상처에 손톱 자국에 온 몸이 상처투성 이였다.

게다가 삼촌은 날 붙잡아 두시는 사이에 계속 귓가에 쇠를 긁는 듯한 소리가 들려 머리 아파 혼나는 줄 알았다고 하셨다.

그때까지 삼촌의 말을 장난으로만 듣던 나는 그 말을 듣자 어제 일이 떠올라 또 눈물이 핑 돌기 시작했다.

내 발작이 어떻게해서 멈췄는지는 모르지만 삼촌의 말에 따르면 할머니가 밖으로 나가신 후 20분동안 큰 소리로 누구와 싸우고 있는 듯 보였다고 한다.

그 사이에도 멍멍이는 짖는 걸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크게 울어대고 그에 맞춰 나도 마지막 발악이라는 듯이 더 억세게 몸부림 쳤다고 한다.

그리고 할머니가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셨을때엔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편안한 얼굴로 다시 잠들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삼촌도 한숨 놓았다고 한다.

삼촌에게 새벽에 있었던 얘기를 듣고 거실로 가니 할머니는 별일 없었다는 듯이 아침상을 준비하고 계셨다.

그러다 방문을 나온 나를 보시고 우리 애기 밤에는 잘 잤나 하시는데

순간 그 모습이 뭐랄까 너무 커다랗고 따뜻하게 느껴져서 왠지 모르게 그 자리에서 또 펑펑 운것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일이 있은 후로 어느 때와 처럼 그 흉가 앞을 지나가도 그 하얀 옷을 입은 여자는 다시는 볼수 없었다.


........



곧 있으면 할머니 기일이 돌아오는지라 문뜩 달력을 보고 그 때 일이 떠올라 글을 써봅니다.

말은 잘하는데 글을 쓰는건 서투르다 보니 여기저기 읽기 힘드시거나 이해하기 어려우실것도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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