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4-06-16 20:37]
[한겨레] "감축은 한-미 둘다 이익"
"전략적으로도 옳은 판단"
민간전문가 2명 증언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과 한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 상황이다.”(피터 브룩스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조지 부시 행정부의 추진과정에 좀 문제가 있지만 전략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올바른 판단이다.”(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15일 오전(현지시각) 미 하원 군사위 주최로 열린 주한미군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온 브룩스와 오핸런 등 두명의 민간 전문가는 이런 견해를 밝히면서, 감축이 미국의 대한 방위 약속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원 군사위원장인 던컨 헌터 의원(공화)도 “미 국방부는 북한의 특정한 군사력에 직접 대응하는 전력의 증강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두 전문가의 말처럼, 우리는 (주한미군) 재배치를 병력숫자의 차원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전체적인 전략적 상황 아래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두 전문가의 증언 요지다.
피터 브룩스= 이번 감축은 한국전쟁 종전 이후 최대 규모이긴 하지만, 미국과 한국 모두에 ‘윈-윈’ 상황을 제공한다. 한국의 여론은 미군의 주둔에 혼재된 감정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눈에 보이는 미군과 기지를 줄이는 것은 서울과 워싱턴 모두에 유용하다.
서울의 미군을 (외곽으로) 옮기고 숫자를 줄이고 기지를 통폐합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를 주장하는 한국내 일부 세력의 압력을 완화시킬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이 좀더 자주적인 방위를 해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 한국은 세계 11번째 경제대국으로 그렇게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미군의 감축은 노무현 정부의 약속대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것은 미국에겐 유사시 전세계 분쟁지역에 병력을 배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증가시켜 줄 것이고, 국가안보의 더 큰 부분을 떠맡고자 하는 한국의 바램도 충족시켜줄 것이다.
또 그럴 것 같지 않긴 하지만, 어쨌든 미군 감축은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북한은 줄곧 미군 철수를 요구해 왔기에 미군 감축은 북한에 선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마이클 오핸런=한국과 미국의 많은 이들은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민의 점증하는 반미주의와 노무현 정부의 좌파로 추정되는 성향 때문에 ‘늙은 아시아’를 처벌하려는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희망을 반영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 역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이고, 럼스펠드의 동맹외교 스타일을 걱정한다. 그는 한국정부는 물론이고 행정부내 다른 부처와 상의하기도 전에, 이미 2~3년 전에 이 계획을 기정사실화하려고 애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시 대통령은 가장 훌륭한 동맹국을 제대로 다루는 기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건 2001년 열린 부시와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분명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병력 재배치와 감축 전략은 전략적으로, 군사적으로 견고하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다. 미군 감축계획은 한반도의 위기상황에서 직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나 상징적인 측면에서나 그리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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