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혼자 영화를 보고와서 먹먹함을 머금고 이 먹먹한 감정을 오유에라도 공유하고싶어 씁니다.
사실 우주 관련 다큐를 즐겨보는 편이라 캐서린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그 이야기를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겪고, 함께 경험해보니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다른 천재 영화들과 얼추 비슷한 분위기일거라고 짐작하고 봤지만, 이 영화는 캐서린의 천재성이나 그녀의 업적을 조명하는 영화가 전혀 아니더군요.
그들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선 그들이 짊어져야했던 차별의 무게를 함께 견뎌내야만 했고, 그런 차별의 무게를 다루는 장면들에서 영화관 곳곳에서 작은 탄식이 들리더라구요.
영화를 보면서 정말 입에서 "헐"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인종차별, 여성차별에 대한 무게는 무거웠습니다.
지금의 우리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죠. 화장실을 따로 써야 한다던가, 도서관에 입장할 수 없다던가,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죠.
차별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차별의 무게를 결코 모릅니다. 그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도 모를테구요.
전 여성이고, 아시아인이며, 동성애자입니다.
앞의 두가지는 앞선 조상들의 힘겨운 투쟁 덕분에 차별이라는 의미가 많이 희석됐죠. (물론 알게모르게 남아있을때를 종종 느끼긴합니다.)
그러나 동성애자로서 살아가며 그 차별이라는 무게는 잘 느끼며 살고 있어요.
주변에서는 항상 아무렇지도 않게 "XX씨는 남자친구 없어?" "너는 왜 남자친구 없어?" 이렇게 묻곤 하죠.
그냥 가볍게 "전 독신주의자예요^^;" 하고 넘기면 "꼭 이런말 하는 애들이 결혼 빨리 하더라" 라던가 "말은 그렇게 해도 때 되면 다 가게 될거야" 등 제 삶을 재단당하기 일수죠. (물론 저도 굉장히 결혼하고 싶습니다. 저도 성실하게 세금내고있고, 국민의 의무를 다 하고 있는데, 왜 저는 결혼을 할수 없는건지 참 마음이 답답하긴 합니다^^;)
물론 그분들이야 제가 동성애자임을 모르니 쉽게 악의없이 하시는 말들이란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꿈꾸게 되었어요.
앞으로 50년 뒤쯤에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을 그린 영화가 상영되었을때 지금과 똑같이 사람들이 "헐.. 저게 말이 돼?"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일 날이 분명 올 것 같습니다.
영화 끝나면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점 글귀가 그렇게 떠오를 수가 없더라구요. (잘 모르시는 분은 한번쯤 꼭 찾아보세요. 정말 좋은 글귀랍니다. 제가 모바일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