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가족이 몽땅 다시 한국으로 들어온 지인이 있었습니다.
들어올 때 비싼 배송료 들여서 가구 같은 것도 다 가지고 들어 왔어요.
국내에서는 구하기도 어려운 등나무가구 좋은 것들 같은 게 있어서요.
이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고 살다가 길냥이 두 마리를 기르게 되었는데
이것들이 자라면서 이상한 버릇이 들어서
스크래처에 발톱을 안 긁고 그 비싼 등나무 가구에다가 발톱을 긁는 겁니다.
정말 별별 방법을 다 써봤답니다. 레몬즙도 뿌려보고 이상한 냄새 나는 것도 발라보고...
그런데 안 되더랍니다.
가구는 점점 시간이 갈수록 너덜너덜해지고....
그런데도 제가 이 사람들이 존경스러운 건, 고양이들이 그 난리를 쳐도
어떻게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 하는 것뿐이었지
다시 내보낸다거나, 발톱수술을 시킨다거나 하는 부분은 전혀 언급조차 안 했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몇달 후에 제가 그 집에 가니까 소파가 거의 가장자리는 형체만 남은 상태...T.T
그런데 그집 가족들은 전혀 신경을 안 쓰더라구요.
그집 부인이 한다는 말이,
처음에는 정말 신경 쓰이고 어떻게 못하게 할까만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그냥 우리 집 고양이는 세계에서 제일 비싼 스크래처 쓴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더군요.
집에 오는 사람들 중에 발톱 수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식구들은 그런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답니다.
자기 애가 가구를 손톱으로 긁는다고 손톱을 뽑아버리는 부모는 없지 않냡니다.
고양이 발톱을 잘 깎아준 다음에, 여자들 쓰는 손톱정리하는 걸로 부드럽게 갈아주면
스크래처해도 상처가 잘 나지 않는답니다.
그래도 안 된다면.
우리 집 고양이는 세계에서 제일 비싼 스크래처 쓴다고 생각하세요.
저희 집도 고양이 두 마리가 어머니 방의 장롱, 마루의 소파, 그리고 제 책상 의자를 다 긁어놓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인터넷에서 '통알루미늄 의자'를 고민했겠습니까?
(12만원에 팔더라구요! 설마! 알루미늄은 안 긁겠지!)
애초에 비싼 가구 등이 많아서 긁으면 안 되는 집에는 고양이를 기르지 마세요.
고양이 눈에는 그게 비싼 가구가 아니라 나무둥치일 뿐입니다.
서로 양보해야 한다면, 사람도 양보를 해야 합니다.
전, 가구를 양보했습니다.T.T
제 팔도 양보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