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래도 6.5~7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sf나 사이버펑크를 굉장히 좋아하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높은 점수는 주기 힘드네요.
그 이유를 조금 풀어보자면...
1. 주제가 잘 이어지지 않았다.
전 원래 영화의 모티브가 된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 극장판의 주제가 크게 두개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인간이란 무엇인가. 둘째, 자기자신이란 무엇인가.
특히 두번째인 자기 자신. 즉 에고가 중요하다고 봐요. 첫번째 주제는 사실상 두번째 주제를 받쳐주기 위한 사이드에 가까운 주제죠.
기계와 인간을 구분할수 없는 세계. 기억이나 경험조차 덧씌우고 지울 수 있는 세계에서 '나'라는 존재를 확립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라는 에고를 어떻게 성립하고 유지할 것인가. 저는 대충 이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영화에서는 메이저가 자신이 기계와 어떻게 다른지 고민하는 것과, 거기에 이어지는 자기자신은 무엇인가라는 두 가지 주제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극중에서 게이샤 로봇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신은 어차피 만들어진존 재라면서 자기비하를 하고, 길거리의 창녀를 사서 인간이 무엇인가 고민하던 메이저가. 자신이 납치당해 뇌가 빼내진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악'을 처단하게 된다. 라는 이 흐름이 되게 덜컹거리는 느낌이란 말입니다.
이건 원작에서 두 번째의 주제이자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의 에고확립이라는 주제가, 자기자신의 뿌리, 과거를 찾는 것으로 변형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글쎄요. 이럴 거면 첫번째 주제인 인간과 기계의 간극에 대해서 좀 다르게 표현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간단히 말하면 주제 부분에서 좀 빗나간 느낌입니다.
2. 지나친 원작팬 배려.
이게 뭐가 나쁘냐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전 애매했다고 봅니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 원작의 부분을 차용하고 그걸로 영화로 만드는건 좋아요. 장면 같은건 좋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주제 자체도 바뀌고, 인물도 바뀌는 와중이라면. 좀 더 쳐낼 건 쳐내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말하자면, ‘굳이 이걸 넣어야 돼?’라는 느낌이 너무 심하게 들었습니다. 애초에 원작이랑은 3만 광년정도 멀어진 주제에 왜 잘라내야 할 파츠를 바득바득 가져와서 붙이는건지...
예를 들어 다수의 주변 인원이 일어를 쓰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아라마키 혼자서 일어를 쓰는 건 오히려 어색하게 보이게 되고.
토구사나 사이토는 그냥 빼버리고 그 역할을 바토에게 밀어주는 게 좋았을 정도고.
애초에 원작에서 모토코가 ‘소령’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세계관에서 미라 킬리언은 ‘메이저’라고 불리는 거죠? 의체로 태어난지 겨우 1년 정도밖에 되지 않고 아제 막 섹션9에 소속된 캐릭터가?
9과의 설정이나 ‘총리’의 존재...대체 한카 로보틱스나 국가와의 관계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를 정도고. 대체 한카 로보틱스는 뭘 하길래 법 위에 서서 그런 사병운용이 가능한겁니까? 아니, 그런데 그런 주제에 막판에 그 김빠지는 처단은 뭐고?
그 외에 등등 등등...
그리고 사실 여기서 이어지는 가장 큰 문제가...
원작 시퀸스를 억지로 우겨넣다 보니까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메이저가 바다에 입수하는 씬도 왜 바토가 거기서 메이저를 찾을 수 있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소령은 그런 잠수를 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이 세계의 메이저는 왜 그런지, 심지어 그런 취미가 있다고 알려지지도 않았다고요. 맨 처음 시퀸스에서 메이저가 물속에서 나오고 몸 닦고 고양이 보고 당황하는 식으로 갔어도 ‘이 캐릭터는 이런 취미가 있다’같은 최소한의 개연성은 넣을 수 있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낮은 점수가 될수 밖에 없는건 이거 두개가 굉장히 큰 단점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어쨌든, sf와 사이버 펑크는 좀 다르죠. 저는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사이버펑크로서는 상당히 좋은 세계를 ‘보여줬다고’는 생각합니다만. 독립된 하나의 작품으로 봤을때 여러 부분에서 덜컥거리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그냥 액션과 장면 시퀸스만을 본다면 봐줄만하고, 어느 정도 킬링타임은 되지만.
깊이가 없고, 감동이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지 못한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