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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게시물ID : art_132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세된양말
추천 : 1
조회수 : 3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28 23:24:51
나비.jpg

유감


아무도 값을
지불하지 않았다
흰색 정제 속에서 내 영혼이
도시 속의 고목이 되어가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목사들이 뿌려놓은 그들의 빛나는 가루와
점잖게 차려입은 현대의 신들이
나의 목숨에 망치질을 하는 것에 대해서
남편에게 얻어맞아 눈에 시퍼렇게 멍이 든
건드리면 부서질 것처럼 취약한 뼈를 가진
불행한 여자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에 대해서.

태양빛이 모든 것을 노쇠하게 만든다.
어둠 아래에서 보면 그 어떤 가엾은 늙은이들조차도
뿌옇게 번진 광기와 손잡고 생기발랄하게 웃는데
태양빛은 모든 것을 노쇠하게 만든다.
나는 영원이란 단어를 피와 정액으로 예쁘게 꾸미는 일에
실패했다

나무로 만든 집들. 죽은 나무로 만든 집들.
그 사이 골목에서 쏟아져 나오던 얼굴에 구멍이 난 비명 지르는 괴물들을
이제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나에게는 녹이 슬었고, 매일 밤 가장 값싼 죽음을 찾아다닌다.
그는 질책하듯이 나에게 말했다.
「나, 나. 언제나 네 문제는 <나>일뿐이지.」
그래, 나도 내 두 팔이 끊어진 것에 대해서 유감이다.
나는 너무 빨리 늙어버렸다. 내가 순수를 갈구하던 시절에는 내게 증오라도 있었다.
달은 더 이상 여덟 개가 아니고 내 눈물은 알코올로,
내 숨결은 니코틴으로 변했고, 내 송곳니는 이제 거꾸로 자란다.


영광스럽게도 예전에 나는 신을 목졸라 죽였었다.
한동안 그 시체를 나의 기념품으로 삼고 방안에 눕혀두었다.
그런데 그것을 잃어버렸다. 나는 나비들에 대해서 생각을 했는데……
어쩌면 그것은 모기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저주받은 생물들은
인간이 진화해서 만들어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섹스가 언제부터 상대의 뼈다귀를 물어뜯는 것이었지?
아니다. 그들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 내가 영원히 받아들이지 못할.
내게는 욕망이 없다. 내가 악인이 아닌 이유는, 악인들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아름다움이라는 것도 한 번 보았다. 별들이 호수에서 떠오를 때.
그녀는 이제 눈 밑에 묻혀있다. 나는 그녀의 시체조각을 단 한 점도 가져오지 않았다.
점점 회색빛으로 변색되어가는 내 피부에 칼집을 한 줄씩 낼 때마다
나는 중얼거린다. 「항상 허상만이 나를 사랑해.」 그러나 그것도 착각이었다.
내 머리는 오래 전에 오염된 산업폐기물과 교환되었다.
나는 껍질을 벗을 것이다.

다들 날더러 미쳤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는 그저 썩어버린 평화주의자일 뿐이다.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찬장을 뒤진다.
분명 꿈속에서 그곳에 권총을 숨겨두었었다.
단 한 발의 총알과 함께.
다들 무언가를 찾아서 대낮의 거리를 활보하는데
틀림없이 내일이면 지구가 멸망할 것이다.
빙하기가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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