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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친정집에서 일어났던 희망적인 변화(in 부산 feat.문재인)
게시물ID : sisa_6608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쭈꾸미볶음
추천 : 29
조회수 : 1480회
댓글수 : 20개
등록시간 : 2016/02/10 02:08:21
제가 부모님을 설득한지 어느덧 8년쯤 됩니다. 내 가족과 부모님도 설득치 못하면서 누구를 설득하겠나 싶어서 시작한게 벌써 그리 되었네요.
아버지는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고 계시고 부산에서 땅값이 제일 비싼곳에 살고 계세요. 그러니 주변 친구분들, 지인들은 다 골수 새누리당 충신들이세요. 전교조 얘기하면 빨갱이라 치를 떤다죠.(그 빨갱이가 요기잉네.;;)
 
초반엔 성질 급하고 혈기왕성한 제 성격탓에 아버지랑 불꽃튀게 싸우고 큰소리도 나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도 느긋하게 설득하는 요령도 생기고 무엇보다 완전 똑부러지고 깨이신 58년 개띠 이모의 협공덕에(울 이모 왕짱 멋지심! >.< 집에 가면 거실 전체가 각종 사회과학, 인문, 문학책들로 가득.) 설득이 훨씬 쉬웠습니다.
 
어머니는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세상을 바로 보시기 시작하셨고, 아버지는 상당히 변하셨지만 스마트폰으로 바꾸시면서 카톡으로 이것저것 거짓정보를 많이 접하시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시는듯 했는데... (대선때 문재인 찍으셨던 아버지가, 거래처 분들께도 문재인을 권유하셨던 아버지가 세월호에 대한 각종 유언비어를 카톡으로 퍼나르는걸 어쩌다 발견하고 얼마나 실망했던지...)
 
설 전날 아버지랑 막걸리 한 잔 하다가 나온 얘깁니다.
 
"요즘 더민주당 잘하고 있다매?" / "네, 맞아요. 새롭고 참신한 인재를 대거 영입해가..."
 
"그리고 국민 머시기 호남당인가는.." / "아, 국민의당이요?"
 
"어, 옛날 호남애들이 다 그쪽으로 갔다매?" / "맞아요, 구태들은 다 글로 갔어요. 요즘 제 친구들이랑 저는 더민당 얘기만 나오면 기분이 좋다 그랬어요. 얼마나 잘하고 있는데요." 
 
"아빠랑 골프연습 같이 하는 사람 중에 판사하다가 지금 변호사 하는 사람이 있는데 문재인이랑 사법동기라데. 그 사람이 그러드라. 근데 이런게 방송에 안나온다고. 자기는 뭐시기 포스트? ("아, 외신요? 외국신문요.") 그런 신문만 본다카드라." / "맞아요, 절대 방송에 안나옴. 우리나라 언론은 다 장악당해서 몬믿어요."
 
"그 사람이 그라는데 사법동기들이 문재인한테 그렇게 청탁을 했는데 하나도 안들어줬단다. 그래가 동기들끼리 문재인 욕에 욕을 하는데 공직에 있는것들이 우째 그래 썩었는지 참 그렇지요? 그라드라."
"그 사람이 호남사람이라, 원래 말수도 적지마는 큰 소리로 얘기도 몬하고 아빠한테 와서 조용히 몇마디씩 한다." / "하하, 이 동네서 잘못 말하믄 난리나지요."
"문재인이 그리 깨끗한 사람이란다." / "맞아요, 아빠."
 
그러다 사드얘기가 나와서 어머니와 이모는 급 흥분.
 
어머니는 "완전 멍청한년 아이가. 멍청해도 어찌 저리 멍청하노?"
 
이모는 "사드는 결국은 중국을 겨냥하는건데 우리나라가 중국간 경제의존도가 얼마나 높은데 말아먹을라고 작정을 했나! 이러다 요커들 우리나라에 발 딱 끊는것만 해도 완전 타격인데!"
 
저는 "요즘 울나라 주변 국제정세 보면 구한말 같지 않아요? 이러다 우리나라서 전쟁나믄 우짤라 그러는지. 병자호란이 우째 일어났는지 역사공부만 제대로 해도 알낀데."
 
아버지는 "참 외교를 못한다. 일본 정신대 협상도 글코. 일본한테 계속 끌려간다아이가. 뭔가 확실하게 누구 편을 들어야 하는거 아니가?"
 / "아빠, 그라믄 전쟁위험이 더 높아져요. 옛날에 병자호란이 왜 일어났는데요. 광해군이 명과 청 사이에서 중립외교 펼치다가 광해군 몰아내고 집권한 인조가 형님나라를 섬겨야 한다면서 명나라 편 들었다가 청나라가 쳐들어온거잖아요."
 / "형부, 이럴때는 중국, 미국, 일본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서로에게서 실리를 찾아야 하는데 무식한 박근혜는 외교가 뭔지도 몰라요."
 / "근데 북한은 사드가 들어올 줄 뻔히 알면서 일부러 저라는기가? 미국한데 뭐 받고 저라나? 와저라노? 핵실험도 계속 하고 말이야."
/ "그게 형부, 북한은 더 이상 잃을게 없을 정도로 아무것도 없잖아요. 핵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미국과 동등한 관계로 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예요. 쟤네들은 전쟁나도 더 이상 잃을게 없어요. 근데 우리는 너무 잃을게 많아요. 저렇게 북한을 몰아붙이기만 하면 너죽고 나죽자 해버리는 수가 있는거죠. 전쟁 위험은 계속 높아지는 거예요."
/ "맞아요, 이모. 그래서 개성공단이 잘 됐어야 하는건데... "
 
 
설날 당일날에도 재밌는 얘기가 하나 더 있네요.
 
외삼촌도 아버지랑 비슷한 사업을 조그맣게 하고 계시는데 외삼촌 내외분도 지독한 골수 새누리당팬입니다.
시댁쪽 친척분들 찾아뵙고 저녁에 친정에 가니 오시기로 한 외삼촌 내외분이 안계셔서 어머니께 여쭈어봤더니..
"이모랑 정치얘기하다 한바탕 하고 화나서 일찍 가버렸다."
"허얼.. 진짜요?"
"엄마가 예전에 외삼촌한데 정치얘기 함 붙었다가 엄마는 잘 몰라서 말이 막혀가 이모한테 담엔 니가 해봐라, 그랬거든. 오늘 이모가 논리적으로 다다다다 하니까 말은 몬하고 얼굴은 뻘개져가 어어 하다가 챙겨서 가뿟다."
"누나뿐만 아니라 보수였던 자형까지 그게 아니라고 하니까 지도 '어 이상하다, 이게 아닌가?' 할끼다."
 
 
마지막으로...
독일에 있는 동생 부부에게 2월 13일까지 재외국민 투표등록하면 투표하러 가는데 드는 부대비용을 누님이 쏘겠다 하니 동생놈이 그럼 밥값도 내놓아라 해서 콜을 외치니 이모가 후식은 내가 쏜다! 하셨습니다. 좀 전에 동생놈에게 20만원 붙여줬어요.
 
 
쓰다보니 스압.....;;;
많은 분들이 가족을 설득하는 일을 지레 포기하시는데 그러지 마시라고 올립니다. 벽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많이들 말씀하시는데 본인이 그 벽을 더 쌓고있는 건 아닌지... 한 마디 대화가 쌓이고 쌓이면 벽은 언젠가 허물어집니다. 그 과정이 지난하다고 외면하지 마세요. 처음에는 당연히 거부반응이 강할겁니다. 처음부터 강하게 대응하지 마시고(저는 초반에 강하게 대응했다 아버지랑 진짜 많이 싸웠어요. 큰 애 임신하고 아기 태교에 악영향이 생기지 않을까 할 정도로 부모님이 걱정하셨다능;;;) 내 삶, 손주의 삶과 직결된 사안부터 찬찬히 말씀드리세요. 부모님은 자식 손주가 제일 소중하세요. 자식 손주가 잘못되는건 못보실걸요?
이번 총선은 우리 삶에 정말 중요한 고비입니다. 우리 세대 선에서 그들이 싼 똥이 다 치워지길... 제 자식세대에 이 똥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저는 정말 절박합니다.
출처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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