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전에 가챠랑 키라라는 용어에 대한 글이 베게를 갔더라구요..
나름 국어를 전공하는 입장으로 사견을 달아봅니다.
(그 글에도 댓글을 달았지만..)
가챠의 어원은 일본어의 의성어인
가챠가챠(우리말로 하면...짤깍짤깍? 드륵드륵? 정도겠네요.)
에서 온 말입니다.
(get ya 같은 영어 어원 아님)
어린시절 캡슐자판기 해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동전을 꽂고서 레버를 빙글 돌리면 드르륵 하면서 반으로 쪼개지는 캡슐이 나오는
그게 일본에서 가챠퐁입니다. 가챠가챠하고 돌리면 캡슐이 퐁 하고 나온다고 하죠.
캡슐에 뭐가 들었는지는 까봐야 아는 거고.
이런 식으로 소량의 돈으로 랜덤한 물품을 뽑아내는 기구가 가챠퐁이었고
이후 이런식의 콘텐츠가 가챠퐁. 가챠 등의 용어로 굳어집니다.
우리말론 뽑기죠. 공식 번역도 그렇고
키라의 경우는 다들 아시다시피
킬러의 일본식 발음 키라(데스노트로 유명한)에서 온 거로
갖고는 싶은데 더럽게 안나오니까 사람들 피를 말려 죽인다는 의미로 나온 게
바로 키라 입니다.
는 개드립죄송
다들 아시는 일본 의성어 키라키라(반짝반짝)에서 온 거죠.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용어로는
반짝이(비표준어지만 익숙한 애칭으론 빤짝이 빤짝이카드, 빤카(준)),
홀로그램
프리즘
등이 있겠네요.
반짝이 말고는 죄다 영어인 것도 또 함정.
사실 밀아가 애초에 일본겜이고 뭐 익숙한 용어가지고 그러냐고 할 수 있겠지만
국어전공자로서는 내내 불편합니다. 제가 물론 오덕이고 일본서브컬쳐에 많이 물들어 있지만
그래도 단어만큼은 되도록 순화해서 쓰려고 하거든요.
(오타쿠보단 한국식으로 오덕이란 표현을 쓴다거나
츤데레보단 새침데기나 새침하다는 표현, 츤츤거리기보단 쌀쌀맞게 군다든가)
언어는 쓰다보면 물들게 됩니다.
부라더 다매요 쿠ㅏㅗㅋ콰카ㅗ카카ㅗ카ㅗ캉 라든가
고양이 게시물에 닝겐닝겐 거리는 건
그나마 '드립'임을 '자각'하고 쓰니까 그나마 괜찮지만
그런 자각 없이 그냥 쓰다보면 결국 물들게 됩니다.
'그게 뭐 어때서'. '뭘 겨우 그거 가지고'라고 반문하는 것 자체가
이미 그만큼 익숙해져 버렸다는 반증입니다.
기본적으로 일본어는 소리의 종류가 매우 적습니다. 발음이 부족해요. 존재하는 모든 일본어를 다 합쳐도
발음이 120개를 못넘습니다. 그래서 익히기도 쉽구요(일본어는 한자에서 난이도가 결정되지
언어 자체로는 정말 쉬운언어...) 이 말은 돌이켜 보면 그만큼 발음이 편하다는 소리기도 하고
(소리가 적으니 당연히 경제성이 앞섬. 자음. 모음. 종성 전부 부족함)
'그래서 더더욱 물들기 쉽습니다.'
일단 편하니까 입에서 잘 안떨어지구요.
저도 가끔 유도리있게ㅡ라든가
쇼부치자ㅡ같은 말을 내뱉고는 반성합니다.
일본 문화를 즐기는 것이야 괜찮지만 주체적으로 즐기느냐 사대적으로 즐기느냐는 본인의 선택이겠죠.
순수 고유명사가 아닌 바에야 순화할 수 있는 건 순화해서 즐기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