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애교에 흐뭇해하던 정 경감, 30분 뒤 바다서 실종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윤태현 기자 = 자살하려고 바다에 뛰어든 남성을 구하려다가 실종된 경찰관이 사건현장으로 출동하기 직전 딸과 나눈 문자메시지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옥성(46) 경감은 지난달 1일 인천 강화경찰서 내가파출소에서 평소와 다름 없이 근무 중 딸(13·중1)로부터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딸은 3·1절 휴일이 끝나가던 오후 10시 34분 '아빠~~~'라고 문자를 보냈다.
비교적 한가한 시간에 도착한 딸의 문자에 정 경감은 '왜 코맹맹이 소리 하이까'라고 반갑게 답했다.
딸은 아빠에게 애교를 부리며 새우를 사달라고 졸랐다. 정 경감은 2남1녀 중 고명딸인 딸과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던지 '너 혼자서 드셔요', '주무시겨', '책이나 보시겨'라고 강화도 사투리로 답하며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딸은 결국 아빠와 밀고 당기기에서 밀리자 '할머니께 말할거야 새우먹자고…'고 한 뒤 '아…찡찡찡'이라며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알콩달콩한 부녀의 문자 대화는 4분간 이어지다 10시 38분 끝났다.
그것이 딸과 마지막 대화일 줄 꿈에도 생각지 못한 정 경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정 경감에게 '자살 의심자가 있으니 출동 바람'이라는 지령이 내려진 것은 그로부터 채 30분이 지나지 않은 11시 6분.
정 경감은 동료 경찰관과 서둘러 외포리 선착장으로 출동했고 그곳에서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하겠다는 김모(45)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자살을 만류하는 정 경감을 뿌리치고 곧바로 선착장으로 뛰어가 바다에 뛰어들었다. 정 경감도 김씨를 구하려 조금의 망설임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칠흑 같은 밤바다의 거센 파도는 정 경감과 김씨를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새우를 사 달라는 딸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채 정 경감은 그렇게 사라졌다.
정 경감의 한 친척은 "고인은 기동대나 섬 지역 근무로 가족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딸과 문자로나마 대화를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아이들에게 참 자상한 아빠였기에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고 애통해했다.
경찰은 정 경감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50일 가까이 진행했지만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오는 18일 강화경찰서에서 정 경감의 영결식을 거행한다.
16일에는 강화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영결식 전까지 조문객을 맞이한다.
이날 빈소에는 이인선 인천경찰청장을 비롯, 동료 경찰관들의 조문이 줄을 이었고 17일에는 이성한 경찰청장도 조문할 예정이다.
정 경감의 어머니(69)는 빈소에서 "아들을 찾으려 경찰, 소방관, 군인 여러분을 힘들게 해서 죄송하다"며 "아들의 영결식을 모레 치르지만 시신은 꼭 찾았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경찰은 영결식 후에도 당분간 수색작업을 지속할 방침이다.
정 경감은 1991년 청와대 경호실 지원부대인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에서 경찰 생활을 시작한 뒤 22년간 경찰청장 표창 등 27차례에 걸쳐 표창을 받은 우수 경찰관이다.
유족으로는 어머니(69), 부인(41), 2남1녀 자녀가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