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나는 인생 최대 몸무게를 나날이 갱신하고 있었다.
20대 마지막 1년, 20대 마지막 봄을 맞이하던 나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3월부터 본격 다이어트에 돌입하였다.
워낙 요요도 잦았고 고무줄 몸무게였던 나는 이번엔 기필코 식단과 운동으로
요요없는 다이어트에 성공하리라는 독한 의지를 품고 2주간 하루하루 나와의 싸움에 돌입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화창한 토요일 아침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뿅뿅=나
ㅇㅇ=고등학교 동창
"뿅뿅아 ㅇㅇ엄마한테 전화왔었다.."
"응? 왜??"
"너 살쪘냐고 묻더라"
"(???어이가 없어서)응???그래서 뭐라그랬어"
(엄마도 초근 1,2년간 돼지로 굴러다니는 내 모습에 면역이 되심)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게 응 쪘어~ 왜?? 했더니 지난번 결혼식에서 너 본 사람들이 너무 놀라서 뿅뿅이 살 엄청쪘다고 소문내고 난리가 났다는거야"
(본인은 여기서부터 딥빡)
"그래서... 어쩌라고......."
"그래서 ㅇㅇ가 듣고 자기 엄마한테 말해서 나한테 전화한거래"
"그걸 왜 전화해"
"자기딴엔 우리가 친하다고 생각해서 걱정해주고 알려주려고 한거지 뭐..."
"......"
"그러면서 자기ㅇㅇ이는 안그래도 말랐는데 3달동안 밥한톨 안먹고 10키로 뺐다고 뿅뿅이는 어떡하냐고 하더라"
"........................."
정말 눈물이 날것 같았다.
살이 너무 많이 찌면서 지난 1,2년간 대인기피증처럼 사람들 만나기도 싫고 밖에 나가기도 싫어서
최소한의 활동만하고 정말 친한 지인들의 결혼식만 참석했었는데
올 초 친한 언니의 결혼식에 갔다가 이런 일이 벌어진것이다.
20대 여자가 자기몸매 하나 관리 못한다는것이 다른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충분히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취업을 준비하고 여러 시험들을 준비하면서 하루종일 잠자고 먹는시간 빼고는 앉아서 혼자만의 싸움을 해왔던 내게
내 몸을 신경쓸 사치스러운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그 시간을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때는 내가 집중해야하는것 이외에는 전혀 신경쓰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목숨을 걸었던 공부였다.
이 시간동안 20키로 정도의 살이 쪘다.
이제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나도 여자로 다시한번 예뻐지고 싶고 원래의 내 몸으로 돌아가고파서 스스로 마음 잡고 열심히 다이어트하고 있는데
이런 개똥같은 얘기가 그것도 늘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던 엄마의 입을 통해 들리니
정말 억장이 무너지고 쌍욕이 절로 입에서 나왔다.
그날 하루가 정말 우울했다.
그래서 점심을 배불리 먹었다.......ㅋㅋㅋ
나는 생각했다.
내가 살을 찌운것이 그들에게 잘못한 일인가?
내가 살찐게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하루종일 이 물음이 머리를 맴돌고
가슴이 울컥울컥 답답하여 이틀간 운동도 쉬었다.
이래봤자 내 다이어트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걸 안다.
다시 독하게 운동해야지.
내 다이어트의 이유는 나 자신의 행복과 건강이다.
내 다이어트의 이유는 당신들의 시선과 평가가 아니다.
힘을내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