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2년 대통령 후보 시절 "당선후 1년이내에 국민투표로 행정수도 이전을 최종 결정하겠다"고 발언한 사실을 뒤늦게나마 보도를 통해 확인한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그렇지 않은가. ´국민투표 실시´를 공개적으로 만천하에 ´공약´한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최소한 노 대통령 본인만은 이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입을 꽉 다문채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태도만 취해 왔으니 자신의 숨겨진 공약이 언제 ´폭로´될까 그 동안 가슴을 얼마나 졸였겠는가. 정상인이라면 잠이나 제대로 잘 수 있었겠는가.
노 대통령의 조마조마했을 심정은 행정수도 이전, 이와 맞물린 국민투표와 관련한 그의 어록을 ´음미´하면 역설적으로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폭로´가 있기 바로 이틀전인 15일에도 행정수도 이전의 당위성만 강조했을뿐 ´국민투표 실시´란 자신의 또 하나의 공약에 대해선 일체 외면했다.
"행정수도 이전계획은 우리 정부의 핵심적인 과제이고 참여 정부의 아주 중대한 정책과제의 하나이기 때문에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대통령 선거때 공약을 했고, 공약 이후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로 행정수도 관련 입법이 통과됐다. 또 그 이후에 곧바로 총선을 치렀다. 따라서 정책에 관한 국민적 평가는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한다. "
이날 국무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 그 어디에도 ´국민투표´에 대한 언급은 없다. 물론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최근 국가적 이슈로 부각된 이후에도 줄곧 마찬가지였다.
노 대통령의 마음이 정말 조마조마했을 것으로 특히 ´확신´할 수 있는 대목도 이 발언에서 발견된다.
행정수도 이전을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대전제로, 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때 공약"임을 내세웠다. 그만큼 ´공약´의 ´중대성´을 강조하는 언급이다.
그런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투표 실시도 ´공약´임이 ´명백´하니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질 경우를 상정하면 노 대통령은 "정부의 명운과 진퇴" 운운하면서 얼마나 노심초사했겠는가.
행정수도 이전이 ´공약´이기 때문에 "정부의 명운과 진퇴"를 걸고 성사시켜야 한다는 논리라면 국민투표 실시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돼야 하는 것이 일관성 있는 상식이다.
이런 생각에 이르다 보니 노 대통령의 관련 발언중 "정책에 관한 국민적 평가는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한다"는 요지의 내용이 갑자기 심상치 않게 다가선다.
이 내용을 유심히 뜯어 보면, ´국민투표 실시´란 ´공약´이 언젠가 드러날 것에 대비해 미리 피해나가기 위한 복선을 깐 흔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예컨데 "국민적 평가는 충분히 받았다"는 말로 국민투표란 공약을 지키지 않는 모순에 대해´물타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해석이 과민한 추정에 불과할지, 사실일지는 이번 사태에 대한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 측의 입장을 지켜본 후에나 결론 지어질 것이니 지금으로선 다소 성급한 감이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명백한 사실은 노 대통령이 같은 ´공약´인 행정수도 이전과 국민투표 실시에 대해서 정면으로 모순된 모습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과연 노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까. 도대체 어떤 말을 할까. 많이 늦긴 했지만 이제라도 자신의 모순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국민투표 실시를 천명하고 나설까.
아니면 국민투표 실시를 천명하되 그동안 본인이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언급한 적이 없는데 왜들 자기만 미워하느냐고 도리어 하소연할까. 그 것도 아니면 지난번 국무회의때 했던 말 처럼 "국민적 평가는 충분히 받았다"며 국민투표 거부를 합리화 시키려 할까.
또 그 것도 아니면 윤태영 대변인이 17일 대변한 것 처럼 "이 시점에서 신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한 국민투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게 노 대통령의 입장"이란 동문서답식 ´허망´한 논리로 묵살하려 할까.
미치도록 궁금하다. 가슴이 터지도록 궁금하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국가 백년대계, 아니 그 이상 두고 두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야말로 ´국가대사´에 대한 국가최고지도자의 반응이니 ´궁금증´의 강도가 미치지 않고 가슴이 터지지 않을 정도라면 오히려 비정상적이지 않겠는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중도 퇴진한 미국의 닉슨 대통령에 대해 미국 국민이 결정적으로 분노했던 것이 사건의 도화선이었던 ´도청´이 아니라 이를 은폐하려는 ´가식´이었다는 역사는 터지는 가슴을 쓰리게까지 한다.
참, 그새 잊어버렸던 생각이 다시 떠오르니 그나마 마음이 안정된다. 노 대통령이 이번 ´폭로´로 인해 한동안 부끄러움에 치를 떨기는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그동안 자신을 옥죄었을 가슴앓이는 털어버릴 수 있게 된 것은 국가적으로도 경사라는 생각이다.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이 가슴앓이를 털어내고 심신이 평안하면, 국정도 평안해 질 것이고 국민도 평안해 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되뇌여야 겠다.
"노 대통령이 이제서야 두 다리 뻗고 잠을 이루겠구나" ========================================================================================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