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아내는 진화중.
게시물ID : wedlock_66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요레요레요
추천 : 33
조회수 : 4445회
댓글수 : 23개
등록시간 : 2017/01/23 21:26:58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유머러스하고 붙임성이 좋은 아내는

의외로 집순이이고 내향적이며 혼자만의 시간에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

청소를 못하는 열혈변태다.

출산 후, 전업 주부의 길을 걸으며 아내는, 그동안 가져보지 못했던 '취미'라는 것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것은 처음 '요리'에서 시작되어 내 직장의 모든 미혼남성들을 부러워하게 만드는 엄마의 집밥 도시락으로 스타트를 끊고

그 미혼남성들의 자취방 반찬으로 진화되었다.

우리 아버지의 선물로 제빵기와 스탠드믹서를 선물받은 와이프는 인터넷을 통해 베이킹을 시작했고

월요일마다 우리 회사에 쿠키와 빵과 케이크를 제공했다.

우리 후배들은 살이 쪘고, 환호했고, 연애에서 더더욱 멀어졌다.

요즘은 프랑스자수를 시작했다. 집안의 모든 물품들에 '커버' 라는 것이 생겨났다.

난 펜도 없는데 필통이 생겼고, 안경케이스도 생겼고 물통에도 뭔가를 씌워서 다니며 어지간한 것들에는 이니셜이 수놓아져있다.

우리 딸은 활동적인 아이로 키워, 나와 함께 산도 타고 운동도 했으면- 바라왔지만

결국 자기 엄마를 닮아 듀플로의 세계로 들어가버렸다.

저번 달에는 집에 '미싱' 이라는 것이 들어왔다.

이해할 수 없는 미친 색감의 이불과 패드가 생겨나고 있었다...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서 아내의 흔적을 느낀다.

그것은, 신혼부부의 액자에서부터 신생아의 배냇저고리, 후배집 냉장고 술안주에서 느껴지는 아내의 맛

노총각 선배집에서의 거부할 수 없는 누빔패드...


내가 있는 모든 곳에서 숨만 쉬어도, 눈만 깜박거려도 아내가 느껴진다.


아내에게 '청소'를 취미로 하는 건 어떻겠냐고, 다이슨의 최신형 미세먼지도 빨아들이는 청소기를 사주겠다고 제안했을때
그 필터로 당신도 걸러낼 수 있냐고 낮게 읖조리던 목소리에 그만 울고 말았다.
무슨 집이 가내수공업 공장같아지고 있다.

아침마다 갓 구운 빵에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지만, 난 미국 남부에서 목화를 따러가는 조 아저씨같은 기분이 든다.

아내의 취미가 늘어갈수록, 집이 거지꼴을 면하지 못한다.

장모님께서 아내가 빵과 케이크와 무슨 커버와 어떤 패드를 만들어갈때마다

'이제 작작 좀 쳐 배워.' 라고 하시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출처 여보, 바닥에 실밥이랑 머리카락이 너무 많아요...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