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게시판에서 거의 항상 힐링을 하고 갑니다.
재입대 하는 꿈을 꿧을때나,
군생활을 다시 하는 꿈을 꿨을 때나,
갑자기 꿈속에서 전쟁이 나기 직전인데 내가 상황실에 앉아있는걸 자각할 떄나..
항상 이곳에 들어오면 힐링을 하고 갑니다.
제가 힐링을 하는 이유는, 단지 제가 했던 고생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입니다.
요즘 게시판에서 화두가 되고있는 주제로, 맨붕과 힐링을 동시에 하고있는데.
이 또한 제가 했던 개짓거리들을 한쪽에서는 인정해주고, 한쪽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당연한 일처럼 치부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군대에서 얻은 질병이라고는 큰게 없습니다.
허리디스크라던가, 만성피로, 편집증 같은것들은 행정병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와 질병이기 때문에
사실 그리 크게 생각지도 않습니다.
다만, 심리적으로는 더이상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는게 좀 크게 다가옵니다.
배가 고프지만 그리 크게 고프지는 않고, 하루종일 굶어도 단지 배고픔만 느껴질 뿐
그 이상의고통은 제가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고통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다른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크게 다치거나, 굉장히 아픈 일이 생겨도 아프다는 인식은 하지만
그리 크게 반응하지 않으려는 강한 자제심이 마음속에서 원하지 않게 흘러나옵니다.
이런 것은 비단 육체적 고통에만 작용하지 않습니다.
어디서 기분나쁜 경험을 하거나, 분노나, 슬픈 감정을 느껴도 그저 멀뚱멀뚱 있을 뿐,
내색하지 않습니다.
단지 속으로 발악하고 겉으로 내색하지 않을 뿐 입니다.
그리고 혼자만의 장소에서는 서슴없이 제 감정을 드러내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슬픈 영화를 혼자 볼 때 같이 말이지요. ㅎㅎ
저는 이게 제 성격의 변화가 아닌, 군대에서 얻은 트라우마의 결과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병사출신들은 일정부분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에 의한 자동적인
완전한 자기차단일 것입니다.(간부에 대한 욕은 자제하겠습니다.)
뭐, 이미 한번 망가져 버린 것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만은
저는 그런 아픔아닌 아픔을 종종 여기에 와서 치유하고 갑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보통 흔히 일컬어지는 '군대갔다와서 개차반이 된 인간'이 되어있었겠지요.
(사람이 쉽게 변하는게 아닙니다. 그만큼 상처와 고통을 받아서 변하는 것입니다. ^^...)
최근 이 때까지 제가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선까지 무너지는 것 같아서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