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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친구들끼리 군복무 이야기를 하면 말을 못합니다.
게시물ID : military_334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주아니
추천 : 6
조회수 : 256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1/01 16:33:59
저는 현역입영대상으로 2년 좀 못미치는 기간동안 군 복무를 했고
별 일 없이 무사히 군 복무를 마쳤으며
아직도 군번과 총기번호를 외우고 있는 08군번의 평범한 육군 예비역입니다.

그런데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군복무 이야기를 하게 되면 저는 꿀먹은 벙어리가 됩니다.
왜냐면 국군 내 편하다고 인식되고 있는 두 단어가 다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후방', '의무병'

밑에 군대만화 보면서 썰을 풀고 싶은데 친구들은 이야기 못하게 하니까 여기다 끄적거리기라도 해보렵니다.



저는 간이 안좋아서 06년 처음 입영신청을 한 후 여러번 보류처분 끝에 08년 2월에 입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은 해경으로 지원 > 서류에 도장이 안찍혀 퇴소
육군지원 > 간수치 이상으로 입영 연기
3차 육군지원 > 간수치 이상으로 논산 입소대대에서 퇴소
마지막 지원때는 병무청에 전화해서 대학병원 검사에도 입영에 문제가 없다는데 내 잃어버린 시간 돌려내라 따졌더니 바로 입영승인...
이때 아예 입영일자를 제 입맛에 맞춰 골라갈 수 있게 해주더군요 6개월 정도 기한을 주고...

그렇게 간 훈련소에서 강제 다이어트에 금연까지 하니까 너무 건강해지더라고요

저는 행군 빼고는 모든 훈련이 재밌었습니다. 행군은 목적이 없으니까 힘들기만했어요.


또한 먼저 군대가 있는 친구들 중 세 명이 (다른 중,소대긴 하지만)조교로 있었기에 좋았습니다.
담배는 제가 사양했지만 초코바와 콜라를 먹을 수 있었거든요. 


1주는 훈련 안받고 의무대에 누워있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빠진 훈련병입니다만 당시에는 누가 뭐래도 제 몸이 우선이었기에 
한 번 열이 났던 걸 잘 잡아서 일부러 치료되지 않도록 했지요...(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었기도 했지만...)
때문에 저는 각개전투와 숙영? 기초훈련 기억이 없습니다.


그렇게 훈련소 교육을 마치고 특기병 교육으로 의무학교를 갔는데 이 때가 제일 편했습니다.
특히 맞은편 예쁘고 건강한 간호사관생도들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는게 참 좋았죠.


처음 외출도 나가보고 (이 때 처음 부모님 허락을 맞고 담배를 폈습니다. 너무 고파서 말보로 레드를 폈던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별 문제 없이 훈련소 보다 더 즐겁게 즐기고 있을 무렵 

게시판에 각각의 자대배치정보가 붙여졌고 저는 이 때 제 이름을 두 개나 발견합니다.

'8사단'
'국군XX병원'

처음에 저는 순회 복무를 하는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옆에 군번이 따로 적혀있더군요. 
저는 로또 당첨된 것보다 더 좋아했습니다. 친구들은 아니라고 너 오뚜기 사단이라고. 가서 X되야 한다고 통곡했습니다.

마지막 날, 교관과 조교들의 묵인 하에 저희는 흡연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어떻게 생겨난 담배인지 분명 없어야 하는 담배들이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와
위아더월드 노래처럼 서로를 알건 모르건간에 담배를 나누고
너구리굴에서 전우애를 다졌습니다.


그러고는 자대로 전입합니다. 국군XX병원의 첫 모습은 위병소를 너머 큰 병원 건물이 있는, 보기만해도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곳이었습니다.
여기에 제 동기 4명과 함께 앞으로를 꿈꾸며 희망차게 전입신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제 동기는 싸이코 병장놈에게 찍히게 되고 그가 전역하는 일병 때까지 매일 밤 나와서 욕먹고 맞고... 
...그걸 보는 우리는 뭐 어쩌지도 못하고...

그런데 좋았던 것은 저 싸이코 병장 빼고는 모두가 건전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전입시에 최고참이었던 병장이 이야기 해준 사실인데
이곳에 이전하기 전에 있던 국군AA병원 시절, 이 부대는 3군에서 구타 얼차려 폭언이 심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이 후 혹한기 훈련 때 구 병원에 들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숨어서 때려도 모를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기 동기들은 이전 후 그런 문화가 너무 싫어서 모두 합의하에 구타와 얼차려만은 절대로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게 후임들에게도 이어졌고 때문에 병장때까지도 병사로부터 구타나 얼차려는 당해본 적이 없습니다.

또한 자대배치를 받고 들어가면 오이비누를 써야한다고 알고 있었고, 오자마자 가서 씻으라길래 파란 수건을 들고 세면백을 드는 순간
"야 그거 치워...이거 써"
라면서 건네준 샤워바구니...샴푸, 린스, 바디클랜져, 폼클랜징, 바디로션...
이게 제 군 생활 중 가장 큰 충격이었습니다...

이유는 하납니다. "그거(오이비누)로 씻으면 냄새나. 깨끗히 씻어"

...저 때 처음 씻자마자 맞선임 따라서 PX에서 샤워용품 샀습니다...


일,이병 생활은 남들처럼 생활했습니다. 

6시 기상 > 아침 점호 > 식사 > 청소 > 일과(병원부대기 때문에 배치받은 부서에서 일하는것+작업) > 점심식사 > 청소 > 일과 > 청소 > 저녁점호 > 저녁식사 > 쉬는시간(을 가장한 개인정비시간. 세탁, 군화닦기, 옷다리기, 청소...) > 취침점호 > 10시 취침



조금 다른 점이라면


1. 15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한 중대'로 배속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름을 다 외우기가 매우 힘듭니다.

 때문에 암기는 병원장, 국군의무사령관, 본부중대장, 행정보급관의 이름 뿐이며 

나머지는 '작업'을 통해서 자연스레 선후임이 알아가도록 만듭니다. 

고참들과 안면을 트는 것은 병장들이 데리고 다니며 소개시킬 때 뿐입니다. 

고로 안부딪힐 만한 사람은 이름을 끝까지 몰라도 상관 없었습니다.


2. 군가는 유격 전에만 암기...안부릅니다.


3. 150여명 중 20여명의 운전병과 취사병, 행정병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의무병이기 때문에 

이들 내에서 순차적으로 경계, 위병소, 불침번, 5분대기조를 구성합니다. 

또한 육군이 실시하는 기본적인 군사 훈련에 모두 참여하며 (단, 기간이 짧습니다) 

다른 의무병들처럼 의무대로 빠질 수가 없습니다... 그냥 응급차 하나 가져다 놓으면 각자 알아서 치료하고 돌아갑니다.

특히 유격 때는 저희처럼 단기 훈련을 받는 학교 조교들이나 보급쪽 계통들과 같이 받게 되는데 

그쪽 의무대가 풀로 돌아가면 여기로 보냅니다...


4. 내무생활을 거의 못하는 특수 보직이 있습니다. 정신과 의무병, ER 의무병, 수술실 의무병입니다. 
이들은 항시 대기상태로 일부는 아예 병동에서 지내기도 합니다.

  
 

다음은 병원 부대에 있으면서 보고 듣고 느낀 사실들입니다.

1. 병원에 오는 환자들은 병사, 부사관, 사관들이 대부분이며 가끔 지역 주민들이 오시기도 합니다. 

주변에 큰 병원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며 지역민은 일부 할인된 금액으로 진료를 해주기도 합니다. (입원은 불가)


2. 병원 부대의 특성상 여군장교(간호장교)들이 항상 존재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20대며 칼같은 자기관리로 모두 건강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얼굴도 예쁩니다 대부분.

(군인 보정일 수도 있지만)

때문에 다른 부대에 비해서 여성에 대한 폭발적 욕망은 적은 편입니다. 

다만 이들에게 이상한 소문이 돌기도 하는데...주로 성적인 소문이 많습니다.

단언하건데 태반이 거짓입니다. 

그녀들은 주로 입원을 하였거나 평소 알고 지내던 위관들과 연애나 결혼을 하게 되며 (사관생도 출신의 경우)

군과 상관 없는 사람과 하는 경우도 있고 (일반 장교 지원자의 경우)

병사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대에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저희부대는 저 전입 1년전에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선임 분이(?!) 간호장교와 결혼했습니다.)

뭐... 그렇습니다... 그녀들도 장교기 때문에 지내고 보면 적으로 간주되지요...여우...

전역 얼마 전에는 동갑내기 남자 세 명이 간호장교로 왔더군요... 헐...


3.  입원환자들이 마주하는 대부분의 장교가 여자인데다가 남자들은 병사들이라 가끔 개념을 뒤로 먹는 환자들이 생깁니다.

특히 계급이 낮은 병사들이나 부사관들이 이런 케이스가 많습니다.

물론 대놓고 뭐라 할 수 없도록 교육을 받기에 저희는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습니다.

다만 군의관이나 간호부장에게 말해서 조기 퇴원을 시키지요. (입원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퇴원사유가 됩니다.)



4. 환자들을 위해 부대 내 PX와 면회소는 나름 큰 편이며 저 상병때는 오락실과 노래방시설도 갖추었습니다... 피자랑 치킨도 팝니다...



5. 어쩌다가 한 번은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환자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AIDS, 백혈병, 암...

그런데 이들이 더 안타까웠던 것은 대부분이 군생활의 끝을 보고 있던 상병, 병장들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병들을 단순히 허리가 아파서, 감기에 걸려서, 소화가 안되서 왔다가 발견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본 것은 위 내시경 중 위암 말기 환자입니다...소화불량으로 온 병장인데, 검사를 해보니 위가 다 경화가 되어있었어요...

입영 전 검사 시스템이 지금보다 훨씬 엄격해지고 정밀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6. 군의관들의 수술이나 검진이 잘못된 사례가 많다는 것은 의무사령부도 알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경력이 많은 의사들을 병원으로 모시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인'이 되는 것에 많이들 거부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때문에 장기복무를 결정하거나 수술 실적이 좋은 군의관들은 대부분 수도병원으로 불려가게 됩니다. 

 따라서 지방병원은 큰 수술보다는 간단한 수술과 요양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또한 그 간단한 수술도 매일 실시하게 되므로 수술실은 쉴 틈이 없습니다...

 수술은 정형외과적인 것 부터 일반외과, 신경외과가 많고 가끔 안과나 성형외과 시술도 들어갑니다.


 장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국방부 예산으로 사는거라...) 외부병원의 수술보다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복무했을 때 군의관들은 거의 3년차 였기 때문에 오진사고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왜 이때까지 방치했냐며 사단쪽 군의관을 욕하는 경우는 있어도.


 군의관들은 제한된 시간 내에 밀어 닥치는 환자들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정도가 큽니다.

 증상은 어떠하며 어느 부분이 어떤지를 정확히 말하면 깔끔하게 끝납니다만 

 두루뭉실해질수록 검사장비를 여러 개 써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진료도 늦어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내과와 신경과가 주로 해당되는데 장황하게 설명하려 하지 마시고 최대한 단순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어떤 검사를 어디에 할 지를 알아보는거지 당장 어디가 어떤지를 알려주는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사람들도 장교라서... 아프다고 움추려들면서 말하지마시고 병사답게 말해주면 되게 좋아합니다-_-...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병사들의 내무생활과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09년 후반 쯤 되니까 체력 단력장에 러닝머신이 생기고(...)

농구장에 우레탄을 깔아주고(...) 간부들이랑 정기적으로 축구도 하고 (...이건 아닌가...)

또한 저를 고참병들이 자체적으로 일 이병들을 위한 사지방 개방 시간도 정해주어 어느정도 편의를 봐주고 

계급별 제한같은 관습도 없애버렸습니다.

주말에 할 작업이 없고 그러면 그냥 보고 싶은 프로그램 틀어줘서 앞에서 보게 해주거나

자유롭게 침상 위에서 있도록 해주었죠. (던져준 맥심을 보거나 CDP를 듣거나 합디다.)


대신 말을 안듣거나 선임에게 대들 경우에는 그냥 때리게 했습니다.
위에 보고하여 일이 벌어지는 것 보다, 그리고 악습을 다시 만드는 것 보다는 그냥 당사자만 정신차리게 해주면 되는거니까요.
물론 이 허용을 빌미로 심심해서, 되도 안되는 이유로 해코지 하는 애들도 잡아서....


군 생활 하면서 제가 싫어했던 선임들의 행동을 후임들에게 다시 안하는게 되풀이 되다보니 꽤 살만한 환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작업 1~2개와 과업무를 동시에 해야해서 30분 간격으로 부대 뛰어다는걸 상병때까지 혼자 매 주 한 것 말고는 그다지 힘든 것도 없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군 생활 이야기 할 때 저는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마음고생은 백날 이야기해봐야 모르니까요 ㅎㅎ


그냥 한번 썰 풀고 싶었습니다. 의무병 지원하려는 분이나 뭐 다른 질문 혹시 있으면 알려드릴게요.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아..나이먹고 군대가면 서러워요. 남들보다 2살 많게 간 것도 서러운데 더 먹으면 미칩니다 진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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