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하기 전 부터 소통이 잘되지 않는 정치인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도 정치계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 정치를 걱정하는 여당 의원이 많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통 정치에 대해서 몽땅 유언비어라고 주장했습니다. 4월 19일 저녁, 박 대통령은 미래창조과학방통위,농해수위 소속 여당 의원들과 청와대에서 식사했습니다. 이날 참석자 중 한 명이 "대통령이 평소 어려운 얘기를 잘 들어주는데도, 외부에선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잘 건의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깝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내가) 불통이니, 소통이 안 된다는 건 다 유언비어"라고 했습니다. 정치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가 얼마나 국민과 소통되지 않는지 알고 있지만, 그녀는 자신이 소통이 안 된다는 것 자체가 '유언비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은 박근혜 대통령이 '유언비어'라고 주장하는 그녀의 불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일개 블로거이지만 꼭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 대통령 당선 뒤 기자회견, 언론 인터뷰 0번이었던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지는 110여일이 지났고, 취임한 지도 50여일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언론인터뷰와 기자회견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 물론 담화문 형태로 기자들 앞에 선 적은 두 번 있었습니다. 한번은 당선 다음날 새누리당 기자실에서 당선 인사를 했을 때이고, 두 번째는 취임 직후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자 3월 6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던 때입니다.
▲대국민담화문 발표 당시 박근혜 대통령 모습. 출처:오마이뉴스 권우성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담화문 발표 시간이었지만, 당시 박 대통령의 어조는 거의 협박 수준에 가까웠고, 자신만의 정권을 만들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잡았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기자들 앞에 섰던 이 두 차례의 시간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결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이 할 말만 원고지를 보고 읽고는 그냥 자리를 떠났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부터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청와대 안에서 자신의 측근들끼리만 살면서 국민의 소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기자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들의 입을 통해 국민은 조금이나마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소통이 대통령 당선 후 110여일 동안은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그 자체가 '불통'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 박 대통령님, 당신만 불통이에요'박근혜 대통령의 질문과 답변 없는 기자회견이 왜 문제가 되느냐면, 역대 대통령들이 아무리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자기 생각을 알려줬기 때문입니다.
국민과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이런 간접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을 설명하고, 주요 정책에 대한 이해를 국민에게 부탁할 수 있는 자리가 기자회견이나 언론간담회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 출처:청와대
언론과 접촉하지 않으면서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받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110여일 동안 기자 간담회 등을 포함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했던 사례가 일곱차례 있었습니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도 사전에 선별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응답만 했던 문제도 있었지만, 그래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는 받았습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해마다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고 'TV 국민과의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국민에게 직접 질문을 받고 답변을 했던 사례도 수차례 있었습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두 사람이 각각 임기 5년 동안 기자회견 형태로 가진 행사만 무려 150회였습니다.
미국은 어떠할까요? 보수 대통령으로 유명한 조지 부시 대통령도 아들이나 아버지 모두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도 많았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89회,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42회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빌 클린턴은 113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적지만 그래도 집권 1기에만 79회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미국 대통령은 단순히 기자회견뿐만 아니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걸어가면서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일본도 비슷하게 총리 관저에서 매일 기자들이 총리와 5~10분간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합니다. 일본에는 '부라사가리'라는 언론 용어가 있는데 '밀착취재'라는 뜻으로 기자들이 총리와 붙어 다니며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기사로 내보내 총리의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을 뜻하기도 합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방식은 정치적 성향이 진보냐 보수를 떠나 그녀만이 가진 '불통' 그 자체의 의식과 가치관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식사만 하는 '식사 정치'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야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정부 조직 사람들과 식사를 자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보통 '식사 정치'라고 하는데, 단순한 모임보다 밥을 먹으면서 하는 대화가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서 정치인들이 매우 선호하는 형태의 정치입니다. 문제는 식사하면서 나누는 대화 속에 상대방이 가진 불만을 듣고 그것을 국정에 반영해야 하건만, 박근혜 대통령은 말 그대로 식사만 하는 자리에 그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식사정치 일지. 출처:세계일보
박근혜 대통령은 4월 8일 새누리당 지도부 만찬을 시작으로 국회의장단, 국회 상임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등을 차례로 만나 식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만나서 식사하면 뭐합니까?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가 불통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는 불만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에게도 이렇게 (창조경제)전도하듯 하는데 어떻게 국민과 소통이 잘 될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 친박 유승민 의원)
"박 대통령이 인사 문제가 해소되면서 정국이 안정궤도에 오르자 특유의 자신감으로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면서 여당을 종속변수로 만들고 있다"(새누리당 중진 의원과 세계일보 전화 통화)소통은 말 그대로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그것을 백퍼센트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감안해서 행동에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그러나 박 대통령의 식사 정치는 상대방을 만나 밥을 먹는 일뿐이고, 다음 날이면 자신이 원하는 일을 그냥 강행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출처:청와대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artid=201304042034042&code=361102
지난 4월 16일 민주당 상임위 간사들과 만난 청와대 만찬에서 야당의원들이 강하게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 반대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날 오전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상대방의 뜻을 듣고 자기 생각을 말하면서 그들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드러운 자리가 정치인의 '식사'입니다. 여기에는 싸움이 아닌 '대화'와 '설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식사에는 대화와 설득이 아닌 그저 자신을 칭찬하거나 농담이나 주고 받는 일만 가득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식사정치'는 '식사 따로 정치 따로'의 형태로 그저 말뿐인 밥 한 끼 먹는 자리에 불과하다는 뜻이 됩니다.
'一竅不通(일규불통)' 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생각을 가능하게 해주는 구멍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것도 알지 못해 앞뒤가 꽉 막힌 어리석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심장에 생각을 가능케 하는 구멍, 즉 심규가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심규는 곧 지혜,심안,이해력을 뜻합니다. 옛날 상나라의 마지막 군주인 주왕은 포악무도한 군주로 나라를 망하게 했는데, 그의 숙부 비간이 간절히 주왕에게 선왕들의 가르침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도록 권고하는 소리를 듣고 오히려 그를 죽여 심장을 꺼내 일곱 개의 구멍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훗날 공자는 "만약 주왕의 심장에 한 개의 구멍이라도 통해 있었다면, 그는 비간을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주왕을 비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약 생각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나 지혜, 이해력이 있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왕처럼 심장에 생각을 하는 단 한 개의 구멍조차 없다면 그녀는 '유언비어'가 아닌 진짜 '불통녀'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