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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언제나 죽음처럼 조금씩 서서히 다가온다.
게시물ID : gomin_329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ueRose
추천 : 11
조회수 : 1007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09/02/11 23:26:49
3년째 접어든 사랑에 이별이 찾아 왔다.

작은 다툼에 그 동안 내 마음을 너무도 몰라주던 그녀에게
몇일간 평소와는 다르게 몹시도 차갑게 대했다.

아무것도 필요 없었고 원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나를 돌아봐 주고
조금이라도 내가 안겨 쉴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그런 내 마음만을 알아 주길 원했다.

이별이 온다해도 이번 만큼은 양보 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간간히 이별을 말하던 그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울며 미안하다 돌아와 달라던 그녀

하지만 이번에 그녀는 그러지 않을 듯한 느낌이 든다.

자신이 헤어지자 말하면 왜 붙잡지 않냐고 뾰루퉁하게 말하던 그녀
그저 한순간 화가나 한 말이라며 가슴을 애이는 슬픈 미소를 보이던 그녀
헤어지면 살아갈 자신이 없다며 돌아와 달라던 말을 하던 그녀

이제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이제 20살이된 그녀를 3년전 겨울 처음 보았던
그 순간 부터 난 이미 이 순간을 각오하고 그녀를 만나게 되었다.

연하녀를 무척이나 싫어하던 나였지만 그녀의 미소는
내마음을 흔들기 충분할 만큼 빛 났었다.

그녀는 고등학생 이었고 8살 연하였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예쁜 얼굴도, 멋진 몸매도 그녀를 선택한 이유가 아니었다.

어차피 남의 시선 따위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나였으니까.
이 여자다 싶은 느낌이 온다면 8살 연하든, 8살 연상이든 상관 없으니까.

나보다 키가 큰 그녀와 함께 걷는 길 역시 조금도 신경쓰이지 않았다.

언젠가 이곳에서 이런 댓글을 쓴적이 있다.

"20대 초반 연하 여성은 시한 폭탄과도 같다"

아직까지는 전혀 몰랐던 세상을 만나며 얼마든지 가치관이 바뀔 수 있으며
어제까지 불같이 타오르던 사랑도 오늘 바뀌게된 가치관에 의해
과감하게 내칠 수 있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과도 같다.

항상 덜렁대며 좌충우돌하던 그녀의 모습은 최근 몇달간 많이도 바뀌어갔다.

그 나이에 당연한 일이지만, 인생에 있어서 습관이나 버릇에 있어 부족한
점이 많았던 그녀에게 나는 설교 아닌 설교를 하기 쉽상 이었다.

강요가 아닌 선택으로
협박이 아닌 대화로

언제나 그녀는 수긍하고 결국에는 내가 옳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따랐지만
연인사이에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따른 다는 것 자체가 오류였었다.

내 말이 옳은 것이 무슨 상관인가
내 말이 옳다는 것을 그녀가 인정한다는 것이 무슨 상관인가

결국 그것이 그녀의 숨통을 조여 왔다면 그녀의 인생에 도움은 될지언정
연인 사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한 이유에 헤어지게 된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답답했을까
어쩌면 그러한 것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을 맞이하게된 것일 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내가 잡는다면 돌아올 지도 모르는 사랑
어쩌면 지금이라도 미안하다며 돌아올 지도 모르는 사랑

결코 한푼의 값어치도 없는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만약 우리 결혼하게 된다면 긴나긴 세월 동안 얼마든지 더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도 알 수 없는데 이정도의 일로 깨어져 버릴 인연 이라면...

"여기까지의 인연 어쩔 수 없다"

라고 생각하며 나는 이렇게 그녀를, 우리의 사랑을 붙잡지 않는다.

항상 그녀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받아들이기만 했던 나는
항상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에게 조금씩 지쳐갔고

이번에는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원하는 내 욕심에
평소와는 너무도 차갑게 대한 2~3일 때문에...

내 마음을 너무도 몰라주는 그녀가 너무도 미웠다.

그녀는 오늘도 그녀의 입에서 시작된 이별을
내가 한번이라도 잡아 주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라도 그래 주길 원했을 지도 모르니까...

이렇게 쉽게 이별을 인정해 버리는 나를 
얼음 처럼 냉정한 사람이라 생각할 지도 모른다.

나라도 그렇게 생각 했을 지도 모르니까...

평소에도 언제나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나,
어떤 순간이 닥쳐도 항상 냉정한 말만을 뱉는 나니까...

하지만, 그토록 쉽게 굳은 나의 믿음을 져버리고 이별을 말하는 그녀를
언제나 돌아오라는 말에 다시 돌아가는 내 마음을 그녀는 알고 있을까.

어느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에도
어느 상황에서도 냉정한 내가...

그녀에게 만큼은 사랑이라는 말에 녹아 버렸던 내 마음을 그녀는 알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10번은 헤어지자 말하고
10번은 돌아오라 던 그녀의 약속과 말에

10번은 다시는 그러지 말라 말하고
10번은 져주는 척 돌아 갔었던

그런 내 마음은 알고 있을까, 
사랑하지 않아서 잡지 않는 것이 아님을...
단지 그 마음 만은 알아 주었으면 좋겠다.


PC가 있다면 언제나 오유에 접속하는 내 모습에 질투아닌 질투를 하던 그녀가
어쩌면 내 글을 찾아 읽어 보게 되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뭐 내 아이디도, 내 닉네임도 모르겠지만...


언제나 잘난 듯 댓글을 달고는 있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깍는 다고 할까
아주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는 나역시
누구나 그렇듯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에 불과하다.

나 역시도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까.

고민게시판에 올라오는 누군지도 모르는 타인들의 고민들을 
거의 매일같이 읽으며 때로는 나역시 배우고 때로는 댓글을 달며 
내자신을 다시한번 일깨워 간다.

언젠가 내가 올렸던 그녀와의 고민에 누군가가 이런 댓글을 달았다.

-니 문제도 해결 못하는 놈이 남의 고민에 댓글을 달 자격이 있는가-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다.
그 누구도 내게 자격을 부여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어쩌면 내 치부일 수도 있는 글을 이렇게 올리는 이유는

나 역시도 똑 같이 고민이나 슬픔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이기에
나 역시도 이미 그러한 고민에 발버둥 쳤었던 기억이 있기에
나 역시도 잘나고 대단한, 딱히 특별한 놈이 아니기에

많은 사람들의 고민에서 배움을 얻어 가고
많은 사람들의 고민에 댓글을 달며 스스로를 일깨울 기회를 주시고 
어줍잖은 나의 글귀에 귀를 기울여주신 고마운 분들께 떳떳해 지고 싶다.


내일이 되어도
몇일이 지나도

그녀와의 이별은 없었던 일인 듯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떠올리고
그녀와의 사랑을 추억할 것이다.

조금씩 서서히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녀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의 그 미소를...

조금씩 서서히 서두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로가 함께 쌓아왔던 삼년이라는 세월을...

이제는 모두 조금씩 지워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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