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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가상의 적과 싸우는 것 같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663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유로운남자
추천 : 14
조회수 : 34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3/14 12:49:01
저는 공군에 06년 말에 입대해서 09년 초에 제대한 31살 남자입니다.

제 주변에는 육군과 의경으로 복무한 친구들이 대다수이고 공군은 소수, 해군 및 해병대는 극소수라 군대썰을 풀기 어정쩡했습니다. 공감을 얻기엔 다수인 사람들과 다르고, 특수성을 말하기엔 해군이나 해병대가 더 희소해서 정말 특수한 경험 외엔 주로 듣는 쪽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게 된 생각이 다들 군대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거였습니다.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본인이 경험한 군대만 압니다. 다른 사람이 말해준건 겉모습일 뿐 당사자가 아니면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몇가지 공통점 - 부조리함, 이상한 선임, 적응하기 싫은 문화 등 - 때문인지 같은 경험이라 생각하는 것이죠.

군대에 대한 기억은 대체로 비슷한 면이 많기는 할테지만 개개인이 느낀 감상이나 그 시절 생각했던 것들, 본인이 바뀌게 된 계기나 방향 등은 모두 다를겁니다.

계속 다르다는 말을 하는 이유는 이 문제가 군대 복무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과 공통적으로 토의하기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친구들과 군대 이야기를 해도 각자 생각이 다르고 느낀 바가 달라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하물며 여성은 군복무를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해야한다/하지 말아야한다 는 논외로 치고, 경험을 할 일도 없고 병사로서의 경험을 할 수도 없는 여성들과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과는 당연히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남자들에겐 당연한 일이고, 대다수의 남자가 비슷한 경험을 했고, 그렇기 때문에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공감대가 있습니다. 가령 군번이 꼬여 상병때까지 막내라 화장실을 청소한게 엄청 불행한 일이라거나, 치약으로 장구 및 바닥을 세척한 것이라거나, 남이 보기엔 똑같은 군복을 A급이니 뭐니하며 애지중지 한다거나, 억압된 자유 속에서 맛본 달콤한 일탈이라거나 하는 것들이 있겠죠.

그런데 여자는 그런걸 겪을 일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일들이죠. 일단 이 사실이 엄청난 차이점입니다.

남자만 겪었으니 남자말이 맞다거나, 여자는 모를테니 말을 말라거나 하는게 아닙니다.

남자에게만 당연한 일이니 왜 공감을 못하냐 할 수 없는 일이고, 여자는 겪을 일이 없는 일이기에 섣부르게 단정지으면 안될 일이라는 겁니다.

군부심 부리는 괴물이 아니고, 아몰랑빼애액 하는 괴물이 아닙니다. 서로 입장이 다르고 서로에 대해 모르는건 당연한겁니다.

개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사회가 부조리하게 형성된걸 뭐 어쩌겠습니까. 다만 보다 나은 병역이라거나,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상호간 이야기를 하자면, 서로가 아주 다른 존재라는걸 인지하고 인정한 다음 시작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겁니다.

사실 요즘 군게가 왜이리 핫한지, 군대에 대한 논의가 왜이리 많아졌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세상 일은 알게모르게 바른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인지라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디 누군가 이러한 관심을 이용하려 분탕을 조장하거나 한다면 성숙한 의식으로 지혜롭게 멀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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