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은 귀여븐 가인이]
'저희 나라' '제 부인'이라고요?
[오마이뉴스 한나영 기자]배우 권상우의 '저희 나라'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권상우는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저희 나라'라고 하여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지난 7월, 한 영화 시사회에서도 '저희 나라'라고 발언을 하여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고 하는데 이번에 또 다시 '저희 나라'라고 하여 욕을 먹고 있다고 한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도 권상우의 '저희 나라' 발언에 대해 '뉴스 폴'을 실시하고 있었다.
1. 단순한 실수, 문제삼지 말아야
2. 연예인도 공인, 조심했어야
3. 판단 유보
이십 만이 넘는 네티즌들이 이 뉴스 폴에 참여했는데 그 중 과반수가 넘는 네티즌들이 '연예인도 공인, 조심했어야'를 클릭하여 그의 불찰을 탓하고 있었다.
권상우의 발언을 단순한 실수로 보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의 전과(?) 때문일 것이다. 물론 권상우 자신도 처음에는 몰라서 그렇게 썼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또 다시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무식'의 소치이기보다는 '무신경' '무감각'한 그의 언어 사용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왜 '저희 나라'가 틀리는지 모르는 것 같다. '저희'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이 자신을 낮출 때 쓰는 말이고 '저희'가 수식하는 말 역시 따라서 낮추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기가 속한 나라, 대한민국을 상대에게 낮춰서 부를 상황이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저희 나라'라는 말은 당당하게 대한민국 국민임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우리 나라'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무분별하게 '저희 나라'가 쓰이고 있는 데는 소위 식자층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나 공인들의 책임도 크다 할 것이다. TV 토론이나 인터뷰에 나오는 교수, 정치인, 국회의원, 그리고 연예인들이 '저희 나라'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부적절한 표현이 걸러지지 않은 채 방송에 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희 나라'라는 말이 지나치게 겸양을 나타내어 틀린 경우라면 반대로 지나치게 높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기 아내를 일컬을 때 쓰는 '부인'이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부인'이라는 말은 남의 아내를 높일 때 쓰는 말이지 결코 자기 아내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제 부인'이라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것 같다.
인터넷 검색에서 '제 부인'이라는 말을 찾아보니 '제 부인 사진인데' '제 부인이 외국인인데' '제 부인이 카드 연체 중인데' '제 부인이 아픈데' '제 부인이 잘 해주는데'라는 낯뜨거운 말들이 수없이 올라와 있었다.
'제 부인'이라는 말에 대해선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우리 부부가 관여하고 있는 어느 모임에서였다. '닭살 부부'처럼 생긴 한 젊은 부부가 새로 들어왔다. 고시 출신의 사무관인 남편은 첫 모임에서 자기 아내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제 부인은…"
아직 아이가 어린 젊은 남편은 사랑스러운 아내를 지칭하면서 연신 '제 부인은…' '제 부인은…'이라고 했다. 평소 TV를 보면서 '저희 나라' '제 부인'이라는 말만 나오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남편인지라 나는 옆에 앉은 남편의 얼굴을 슬며시 살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남편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모국어인 우리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쓰는 것 같다. 이미 습관이 되어 버려 틀린 줄 알면서도 그렇게 쓰는 경우가 있고, 또 몰라서 틀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어느 국어교육학과 교수에게 들은 말이다.
"사람들은 대개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오면 그 뜻을 알기 위해 영어사전을 찾거나 인터넷을 뒤져봅니다. 영어 철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철자에 자신이 없으면 으레 영어사전을 펼칩니다. 그런데 우리말의 경우에는 국어사전을 찾거나 인터넷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아요. 대신 나 같이 전공한 교수들이나 국어 선생을 찾으려고 해요. 그럴 때면 저는 꼭 이렇게 말해줍니다.
'아무개 교수, 자네는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오거나 영어 철자에 자신이 없으면 영문과 교수를 찾아가나? 그런 거 다 우리말 사전에 나오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는 거니까 제발 묻지 말고 직접 좀 찾아보시게. 아참, 국어사전은 가지고 있나?'"
그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맞는 얘기라고 생각을 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국어인 우리말에 대해 '그냥' 사용하는 것 같다. 입에서 나오는 대로 뱉거나, 틀리게 사용해도 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영어 단어를 틀리게 말하거나 철자 하나 틀리면 굉장히 부끄러워하면서 말이다.
요즘 외국인 교수들과 베트남에서 유학온 학생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고 있는 나는 모국어인 한국어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한국어 원어민인 내가 태생적으로 갖게 되는 모국어 '직관'만으로 버티기에는(?) 우리말과 문법이 그리 허술하고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말을 제대로 잘 구사하는 것은 우리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이번 '권상우 사태(?)'를 보면서 바르고 정확한 우리말을 사용하는 것이 왜 필요하고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한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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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나라에 살고 있는 권상우를 비판하기 전에...
삼체를 쓰던 셈체를 쓰던 하오체를 쓰던간에 (외계어는 빼고 말이닷~!!!)
일단, 국어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소.
이 길다면 긴 기사를 퍼온것은 공감하는 딱 한 줄이 있어서 그렇다오.
"다 우리말 사전에 나오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나오는 거니까"
나름대로 맞춤법이나 어법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보니까 내가 알고 있던 표준어가 틀린 표기가 되어버린게 많아서 충격을 받았드랬소. 이를테면 "삯월세-> 사글세, 설겆이-> 설거지" 같은 것들. 물론 "자장면"같이 표준어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이거... 어느새 내가 표준어까지 옛날기준으로 잘못알고 있는 "구세대"가 되어버린 것이라오. T-T 나이 먹어서 책을 등한 시한 이유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그래도 국어인데 너무 무신경한 탓도 있질 않았나 생각도 든다오. "얘기"를 "예기"로 쓰고, "어이"를 "어의"로 쓰는 걸보고 어처구니 없어하는 본인도 알고보면 몰라서 틀리는 말이 많을 거라 생각하오.
뭐 나도 알고보면 DC에가서는 하오체 쓰고, 여기선 샘체 삼체 다 섞어쓰는 세련된(?) 네티즌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 주장은 "삼체를 써도 표준어를 알고나 쓰자" 되겠소. 모르고 쓰는 것과 알고 쓰는 것과는 천지 차이기 때문이오. 요즘 얘길 들어보니 대학 리포트에도 통신체가 등장한다 하더이다. 이건 완전히 몰라서거나 아님 작성자가 책임져야할 공식문서나 공식언어에 대한 '개념'이 안 서있기 때문아니겠소.
고로, 소햏은 "알고나 쓰자"의 정신(?)에 입각하여, 잘못된 단어나 어법의 사용에 대한 태클걸기가 성행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오. 기사에서처럼 네이버나 엠파스나 사전에 가면 당연히 국어사전이 있소. 소햏도 가끔 헷갈리는 단어가 있거나, 단어자체에 대한 쓰임새가 궁금할 땐 가서 찾아보곤 한다오.
꼭 순 우리말이라던가, 혹은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만을 고집할 순 없지만 그래도 "오유에서는 알고나 쓰자"라고 조심스럽게 함 제의해보오. 일부러 틀리게 쓰는 한이 있더라도 알고나 쓰는 오유인이 됩시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