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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아직 살아있다. 2
게시물ID : panic_664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리보은
추천 : 26
조회수 : 234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3/30 21:21:18
그 뒤로 건달아빠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엄마와 함께 넓고 따뜻한 외갓집으로 
오게 되었다. 

건달아빠의 늘어진 티나, 반바지, 오래된 
잠바만 입고 추위와 더위를 견디던 나에게
내 몸에 맞는 옷이 생기고, 농약통 대신
외할머니와 잔디밭에 앉아 조립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되었다.

삼촌 셋, 이모 둘도 생겼다.
다들 바빳지만, 둘째 이모는 항상 축담에
앉아 살짝 웃는 표정으로 대문만 쳐다보고
있었다.

둘째이모는 엄마가 집을 나간뒤, 하고있던
간호사 일을 즉시 그만두고 엄마를 찾으러
온 산과 들을 뛰어다니다 정신이 나가서
아무도 못 알아보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축담에 앉아 엄마가 오는것만 기다린다고 
했다.

엄마는 왔는데...둘째 이모의 정신은 영원히
오지 않았다.


둘째이모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바빳다.
엄마도 집 근처에서 슈퍼마켓을 하게 되셔서
둘째이모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모는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모가 심심할까봐 항상 옆에서 쫑알거렸다.
그때마다 따뜻한 미소와.. 부드러운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추운 겨울에도 이모는 항상 대문을 보며
앉아 있었는데, 희안하게 손은 참 따뜻했다.


내가 일곱살이 되던 겨울.
키우던 하얀 강아지가 사라졌다. 
뒷간, 마당, 온실, 창고 다 뒤졌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걱정되어서 이모에게 계속 조르듯이 말했다.

"이모...이모.....강아지가 없어졌다...."
"이모..강아지.. 내 강아지 집나갔다....."

그때 처음으로 이모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보은아.. 이모가 찾아줄께^^"

이모는 그 추운 겨울 슬리퍼를 신고 미친듯이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나는 어렸고,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눈물이 왈칵왈칵
쏟아졌다.

이웃집으로 뛰어가서 대문을 두드렸다.

"아저씨..아저씨.." 아무도 없었다.
엄마 가게로 뛰었다. 몇번이나 넘어졌다.
내 기억속에 길이 너무 미끄럽고, 
눈이 많이 왔던 날이었다.
이모가 더 걱정되어서 아무생각도 없이
무작정 엄마가게로 뛰어가서 연신
"이모" "이모!" 만을 외치며 울었다.

엄마는 급하게 경찰에 신고하고는 나와
손을잡고 나왔다. 나를 보는 엄마의 눈이
너무 매서웠고, 마치 피눈물을 흘리시는듯
했다.

어수룩한 저녁이 됐고, 눈은 그쳤지만
바람은 몹시 매서웠다. 그때까지도
이모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모든 가족과 외할아버지를 수족처럼 따르던
아저씨 두분도 함께 이모를 찾았으나
캄캄해질때까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너무 괴로웠다. 항상 웃어주던 이모..
난 이모 등에 업히고, 팔에 매달리고,
너무 일찍 깬 날에는 아침부터 이모를
깨우고.. 그때도 이모는 나를향해 똑같이
웃어주고 머릴 쓰다듬어 줬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집 대문앞에 왠
스님이 서있고 이모가 계단에 앉아있었다.
옆에는 강아지도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다행이라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스르르 기절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그 스님은 내가 보고싶어서
찾아 온 건달아빠였다.

그 뒤로도 몇번 찾아왔는데 외삼촌들의
완강한 거부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재미없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내일...
내일은 무서워 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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