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확밀아 단편 소설] 가련하게 피었던 그 두 송이 꽃.
게시물ID : humorbest_6642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안네츠
추천 : 29
조회수 : 2044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22 21:55:33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4/22 21:39:22



아무도 이름 모를 땅에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에 잠들어있던 바다가 살며시 깨어나 몸을 흔들자 물결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물결은 머나먼 때부터 잠들어 있던 '설화'를 끄집어내었다.


그리고 아무도 이름 모를 땅에 가련한 두 송이 꽃이 피었다──.  


~



가련하게 피었던 그 두 송이 꽃.



~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만이 가득한 공간,

소녀는 그 곳에서 눈을 떴습니다.


여긴 어디인걸까?

어째서 난 여기에 있는걸까?

소녀는 그런 의문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의문의 해답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떠오르다 못해 소녀의 머릿 속을 꽉 메운 것은 '브리튼과 아서를 지키는 기사' 였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 '기사'가 된 거네요.

소녀는 그것을 너무 쉽게 납득했습니다.

한치의 의심도 없이..


소녀가 그렇게 납득한 순간 어두컴컴한 공간의 한 쪽에서 뭔가가 푸쉬익─ 하고 김빠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 소리에 소녀는 화들짝 놀라 그만 새된 비명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꺅!"


그 순간 소녀가 있던 공간의 어둠이 빛줄기에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소녀가 있던 공간이 열리기 시작한 것 이었습니다.

소녀는 저도 모르게 열리는 곳으로 몸을 움직여 나왔습니다.


그러자 소녀의 눈에 어떤 공간이 보였습니다.그 공간은 모든 것이 차가운 쇠로 이루어진 곳이었습니다.

난생 처음 보는 공간.

소녀는 그 곳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저 멀리서 누군가를 발견했습니다.


무척 탐스러운 금발을 가진 아가씨와 무언가에 엄청 시달린듯한 중년의 남자였습니다.


"보고드립니다. ─끼익── 완료되었습니다."

"그래요? 문제는 없죠?"

"그럼 어서 다음 기사 ── 이행하죠. 저 ─── 일단 그대로 대기시켰다가 ──끽──  동시에 조정하세요. 짝이니까 그러는 게 더 수월할거예요."


그런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그 이야기를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그 순간 소녀의 뒤에서 무언가가 맞물리는 듯한 거친 쇳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에 소녀는 화들짝 놀라 또 다시 새된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재빠르게 돌렸습니다.


그러자 소녀의 눈 앞에는 금속으로 이루어진 구체가 보이고 있었습니다.

곧 그 구체는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점점 빨라지며 맹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구체에서 무언가가 갈리는 듯이 격렬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내 그 항아리는 맹렬하게 돌아가는 것을 멈추고서는 새하얀 김을 내뿜었습니다.


푸쉬익──


소녀는 그 소리에 자신이 불과 몇분 전에 들었던 소리가 여기서 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구체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그 구체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왔습니다.

그 순간 소녀는 그 곳에서 나온 누군가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째서냐고요?


그 구체에서 걸어나온 사람은 소녀가 무척이나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소녀는 그 사람의 이름을 소리내어 불렀습니다.


"팥쥐 언니?"


그러자 소녀가 그렇게 부른 사람, 팥쥐는 눈 앞에 있던 소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비웃는 그런 미소를 가볍게 지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꼴보기도 싫은 콩쥐 아니니?" 하고요.


~


콩쥐는 무척 기분이 나빴습니다.

자신의 온 몸에 달라붙어있는 투명하고 끈적거리는 액체때문에요.

콩쥐가 있는 곳은 그런 액체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콩쥐는 그 액체가 몸에 닿을때마다 등골에 소름이 내달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음만 같아서는 이런 기분나쁜 곳에서 당장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 곳에서 '조정'이라는 것이 끝날 때까지 나오면 안된다고 했으니까요.

그래서 콩쥐는 몸을 돌려 자신의 뒤에 있는 팥쥐를 바라보았습니다.


팥쥐는 콩쥐한테서 몸을 돌려 등만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콩쥐는 그 모습이 뜻하는 바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언니는 여전하시네요. 아직도 절 그렇게나 싫어하시는건가요.


그것에 콩쥐는 애잔한 미소를 희미하게 짓고는 팥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분명히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요.


"언니, 저기요?"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당연하겠지요.

팥쥐는 콩쥐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콩쥐는 그럼에도 다시 한번 더 말을 걸었습니다.


"……팥쥐 언니?"


그러자 팥쥐의 고개가 콩쥐 쪽으로 살짝 돌아가는 듯 싶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에 콩쥐는 수없이 겪었던 일인데도 가슴이 아릿해지었습니다.


역시나네요.

……팥쥐 언니, 도대체 언제쯤이 되어야 이 제가 잘못한 걸 말씀해주실턴가요.

아무런 대답도 안해주시면 전…….


~


"따라오시죠. 기네비어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조정'이 끝나 끈적한 액체가 가득찬 곳에서 나온 콩쥐와 팥쥐는 반라의 소녀에게 그런 말을 듣고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소녀의 뒤를 따라 기나긴 회랑을 걷는 동안 콩쥐와 팥쥐 사이에는 아무런 이야기도 오가지 않았습니다.

그저 세명이 가볍게 걷는 소리만이 이 드넓은 회랑에 울려퍼질 따름이었습니다.


그런 침묵의 시간이 지나 두명의 소녀는 화려하게 금박으로 장식된 문 앞에 섰습니다.

반라의 소녀는 문을 열고 뒤로 물러서며 입을 열었습니다.


"들어가시길."


그리고 두명의 소녀는 문 안으로 향했습니다.


콩쥐는 조금 주저하듯이,

그에 비해서 팥쥐는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

탐스러운 금발을 지닌 소녀의 앞에 섰습니다.


"어서 오세요. 콩쥐, 팥쥐."


금발의 소녀는 자신의 앞의 선 콩쥐와 팥쥐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전 카멜리아드 령의 공주, 기네비어입니다."


거기서 금발의 소녀, 아니, 기네비어는 잠시 심호흡하고는 입을 열었습니다.


"아직 여기가 낯설겠지만 당신들에게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부른거예요."


그 말에 팥쥐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습니다.


"뭔데?"


콩쥐는 팥쥐의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말했습니다.


"팥쥐 언니, 그러시면……."


저 분이 우리한테 화를 내지는 않을까요.

아우, 어떻게 하지.

제가 대신 팥쥐 언니를 대신해서 사과하는게 좋을까요?


콩쥐는 그 상황이 걱정되어서 안절부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팥쥐의 말에 화를 낼 줄 알았던 기네비어는 의외로 재미있다는 듯 쿡, 하고 웃었습니다. 


"네, 말씀드리죠. 용건은 간단해요. 이 왕성의 제한구역에서 나가지 말아줬으면 하는거예요."

"왜?"

"당신들은 아직 알려져서 안될 '기사'니까요."


기네비어의 말에 팥쥐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 내저었습니다.


"그래서 그걸로 끝이야?"

"끝인데요. 당신들 얼굴도 볼 겸에 부른거니까요."

"좋아, 그럼 방으로 돌아가겠어."


그대로 팥쥐는 콩쥐의 손목을 꽉 붙잡았습니다.


"그런데 방 위치는 아나요?"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지."


조금은 날선 목소리로 대답한 팥쥐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콩쥐를 질질 끌다시피하며 방을 나왔습니다.


"언니, 아파요! 놔주세요!"


콩쥐는 팥쥐에게 붙잡힌 손목이 너무나도 아파 고통에 겨운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하지만 팥쥐는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건지, 아니면 무시하는건지 계속해서 콩쥐의 손목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팥쥐와 콩쥐는 어떤 방에 도착했습니다.

그대로 문을 거칠게 열고 방으로 들어선 팥쥐는 그대로 콩쥐의 손목을 내팽기다시피 하며 획 놓아버렸습니다.


"꺅!"


그 행동에 콩쥐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바닥에 엉덩방아를 쾅! 찍으며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팥쥐는 바닥에 넘어져있는 콩쥐를 찌릿하고 째려다보고는 기분 나쁘다는듯이 코웃음을 흥하고 한번 쳐주고는 그대로 방에 있는 침대에 털썩 누워버렸습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콩쥐를 향해 외쳤어요.


"물 가져와!"

"네, 네에. 언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콩쥐는 살짝 몸을 움츠리고는 바닥에서 일어나서 그렇게 대답하고는 물을 가지고 오기 위해 일어섰습니다.


팥쥐 언니가 갑자기 왜 화를 내시는걸까요.

제가 이번에는 뭘 잘못했기라도 한건가요?

네? 팥쥐 언니.


콩쥐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물 주전자로 컵에 물을 따르고는 팥쥐에게 다가간 콩쥐는 빙긋 웃으며 컵을 내밀었습니다. 


"팥쥐 언니, 여기 물이예요."


하지만 그 말에 팥쥐는 콩쥐를 잠시 바라보다가, 갑자기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잔인한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렇게 실실 웃지마렴."


그 한마디에 콩쥐의 표정은 점차 침울해져가더니 목소리도 점차 어두워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아, 네. 미안해요. 팥쥐 언니……."


팥쥐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는 콩쥐에게 안쓰러움을 한치도 느끼지 못하는지 그대로 콩쥐가 손에 들고 있던 컵을 그대로 낚아채 그대로 물을 벌컥 들이마시고는 배게에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콩쥐는 그런 팥쥐의 모습에 처연한 미소를 지을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오늘도 전 늘 그래왔던대로 미움 받아버렸네요.

언니, 언니가 저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날은 도대체 언제쯤에야 오는건가요?


~


콩쥐와 팥쥐가 브리튼에서 지낸지 일주일 되는 날이었습니다.

현재 콩쥐와 팥쥐가 지내는 방은 무척 소란스러웠습니다.

여기를 찾아온 금발의 소녀, 기네비어 때문에요.


"그러니까 아직도 아서가 확정 안됬다고?"

"그래, 당신들은 워낙 극비인 기사다 보니까 아서 선정에 꽤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기네비어의 말에 팥쥐는 쇼파에 몸을 뉘이며 다리를 꼬고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그낭 당신이 말한 검술의 성이나 마법의 파, 기교의 장 대표 아서들 중 한명으로 선정하면 되는 게 아냐?"

"아뇨, 그 세개의 세력이 당신들을 차치하기 위해서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까 더욱 아서 선정에 시간이 걸린다고요. 그나저나 설령 그 세 파 들 중 하나로 선정한다 해도 기교의 장은 가능성이 아주 낮을거예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거든요."


팥쥐의 물음에 기네비어는 술술 대답하다가 기교의 장 부분에 질렸다는 표정을 잠깐 지었습니다.


그 순간 콩쥐가 쟁반에 찻잔 두잔을 담아 테이블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콩쥐는 찻잔을 집어들어 기네비어의 앞에 놓았습니다.


"맛있게 드셔……."


그 때 콩쥐의 말을 자르며 얼음장 같이 차가운 팥쥐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콩쥐야? 왜 나한테 먼저 차를 안 주는거니?"


그 말에 콩쥐는 어찌할 바를 몰라 울상이 된 채로 쟁반에 남아있던 하나의 찻잔을 팥쥐의 앞에 다급하게 놓았습니다.

그 순간 팥쥐의 손이 콩쥐의 손목을 붙잡더니 갑자기 휙 잡아당겼습니다.


그 갑작스런 상황에 쇼파에 그대로 앉게 된 콩쥐는 옆에서 들려온 팥쥐의 살벌한 목소리에 얼음같이 굳어버릴수밖에 없었습니다.


"앉아서 가만히 있어."


그 둘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기네비어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박수를  짝─ 쳤습니다.


그러자 방문이 열리며 반라의 소녀, 요정이 하나의 상자를 들고 들어와서 탁자에 그 상자를 놓고는 다시 나갔습니다.

팥쥐는 그 상자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기네비어, 이게 뭔데?"

"이젠 용건도 끝났으니까 가봐야해서요. 급한 일이 꽤 많거든요. 이건 오는 김에 간식을 선물하려고 가지고 온거랍니다."

"간식?"


그 말에 기네비어는 방긋 웃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네, 아이스크림이라는 이름의 간식이예요. 무척 맛나답니다. 맛나게 드셔주세요."


거기서 쇼파에서 일어선 기네비어는 콩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콩쥐, 미안하네요.  당신의 맛있는 차를 못 마시게 되서요. 그럼 이만 가볼께요."


그 말만을 남기고 기네비어는 방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팥쥐는 기네비어의 뒷 모습을 바라보다가 손을 가져가 상자를 열었습니다.

그러자 무척 맛있어보이는 아이스크림이 보였습니다.


팥쥐는 아이스크림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같이 들어있던 스푼을 집어들며 입을 열었습니다.


"독이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러니 네가 먹어보지 않을래?"

"네?"


콩쥐는 한 순간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해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팥쥐는 그 말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대로 스푼으로 아이스크림을 뜨고는 콩쥐에게 스푼을 내밀었습니다.


"입 벌려봐."

"네? 언, 언니. 지금 무슨 소리 하시는거예요?"

"입 벌려보라니까."


그 말에 콩쥐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입을 벌렸습니다.


……으우, 팥쥐 언니.

아무리 절 싫어하신다지만 대놓고 독을 먹이시려 하다니.

저 같은 건 어서 죽어버리라는 의미인가요,


콩쥐는 그렇게 생각하니 무척이나 서러워져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새어나오려는 문물을 참기 위해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콩쥐의 입 안에 달디 단 맛이 느껴졌습니다.


"뭘 그리 아직도 벌리고 있어? 입 닫아."


그대로 콩쥐가 입을 닫자 스푼은 입 안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윽, 전 이제 죽는건가요.

그래도 팥쥐 언니가 이걸로 용서해주신다면야…….


콩쥐는 그리 생각하면서 찾아올 죽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입 안에서 단 맛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요.


"뭘 그리 눈감고 있어? 눈 떠."


그 말에 콩쥐는 눈을 뜨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팥쥐가 보였습니다.


"독은 없는 것 같네."


그러면서 아이스크림을 뜬 팥쥐는 콩쥐를 흘낏 쳐다보며 입을 열었습니다.


"먹고 싶으면 네 마음대로 하렴."


그리고는 팥쥐는 그대로 스푼을 입에 물었다가 한참 뒤 중얼거리듯이 입을 열었습니다.


"……무척 다네."

"네, 정말로 달죠?"

"응, 그렇네."


콩쥐의 말에 그리 대답한 팥쥐는 눈을 감고는 한참이나 스푼을 가만히 물고 있었습니다. 


~


"하아……."


콩쥐는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심란캐 하는 팥쥐 언니 때문에요.


어째서일까요.

팥쥐 언니는 저에게 늘 화를 내기만 합니다.

그건 처음 만났을때부터 그랬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제가 뭘 잘못한건가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팥쥐 언니에게 몇번이고 물어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대답해주지를 않아요.

그저 차가운 눈초리로 저를 노려다볼 뿐.


……도대체 무엇을 잘못 한 걸까요.


하아, 이럴 때는 어디 조용한 곳에 가고 싶어지네요..

여기에 있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시냇가에 가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했는데.


기네비어씨가 말한 '통제구역'에만 있으려니 마음이 답답하네요.

하지만 그 곳에서 나가면 안된다고 했으니 밖에 나가는 건 무리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심란해서야 뭘 제대로 하지도 못할 것 같은데요.


그 사실에 콩쥐는 머리를 감싸고 끙끙대다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기네비어씨가 말한대로만 '통제구역'의 밖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되는거죠?

그러면 이 통제구역의 안에서 조용한 곳을 찾아봐야겠네요.


콩쥐는 그렇게 결심하고는 방 밖으로 나섰습니다.


고요한 회랑에서 좀 더 조용한 곳이 없을까? 하고 주변을 살피며 걸어가던 콩쥐는 회랑에 나있는 샛길을 발견했습니다.


앗, 여기가 괜찮겠네요.

여기서 마음을 가라앉히면 될까요? 하고 그 샛길로 걸어가던 콩쥐는 갑자기 앞에서 들려온 사람들의 말소리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몸을 숨겼습니다.


어라? 제가 왜 숨은걸까요.

너무 놀라버린 것 같네요.

그런데 본의치 않게 엿들어버리는 셈이 되버렸네요.

나중에 사과해야 할 것 같아요.


"정말로 '호수의 공주'도 무리한 걸 시킨다니까."

"그러게, 어떻게 '기록'상으로만 존재하는 인물을 '기사'로 '제조'하라니. 정말로 무리에도 정도가 있지."


그 순간 콩쥐는 알수없는 의아함을 느꼈습니다.


제조? 기록? 무슨 소리인걸까요?


"그것말고도 또 있잖아? 거기에다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었다면 몰라도 '이야기' 그러니까 '설화'의 '인물'을 만들라니. 허구의 존재를 어떻게 만드냐고."


그 말에 콩쥐의 머리가 약간 지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왠지 들어서는 안될 걸 들어버린 기분 같네요.

역시 사과…….


그런 이야기를 하고는 사람들은 일제히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하아, 정말로 짜증나네."

"뭐, 그렇게 고생하면서 겨우 '제조'해낸 게 그 '기사'들이었지? 형과 이름이 뭐랬더라?"

"아아, 분명히 형이 '설화' 그리고 이름은 '콩쥐'와 '팥쥐'였지?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 무슨 소리죠?

제조? 그러니까 만들어졌다고요?

언니와 제가?


……그리고 '허구' 라고요?


그 순간 콩쥐의 머리가 미친듯이 지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제 기억났다. 그 이름이 맞네."al


머리가 더욱 지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고생했지. '허구'의 인물을 만든다고.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서 쌓아올려야 했잖아?"


빠각, 빠직, 하고 깨져나가는 듯한 머리.

허구?

만들어진거라고요?

제가, 언니가?


"'허구'의 인물로 '기사'를 제조하는 건 처음이니까 조심해야지. 안 그래?"


머리가 너무 아파서, 너무나도 아파서, 콩쥐는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아윽───!


"동의, 그 '콩쥐'와 '팥쥐'가 자신의 존재가 '허구'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떤 패턴이 나올지 상상도 안되니까."


허구? 만들어졌다?

허구? 만들어졌다?

허구? 만들어졌다?


저희들이 만들어 진 것에 불과하다고요?

그리고 저희들은 '허구'라고요?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제발 말해줘요.


"최악의 경우, '폭주'라도 하는게 아닐까?"


사람들 중 어떤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며 쿡, 웃었습니다.

농담기가 다분한 그 말.



그 순간 콩쥐의 머리에 크나큰 격통이 내달리며,





────세계가 부숴졌다.






~


"콩쥐야?"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팥쥐는 콩쥐를 소리내어 불렸다.

하지만 평상시 같으면 곧바로 돌아올 콩쥐의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 상황에 팥쥐는 의아함을 느꼇다.


어라? 평상시 같으면 콩쥐가 째깍 대답하면서 쪼르르 달려올텐데.

못 들은건가?


"콩쥐!"


그리 짐작하고는 다시 콩쥐를 불러봤지만 여전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어라? 콩쥐가 어디로 간건가?


그 사실에 팥쥐는 살짝 짜증이 나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아휴, 찾으러 가야겠네."


그리고 그대로 팥쥐는 방 밖으로 나섰다.


~


기네비어의 집무실.

그 곳에 헐레벌떡 반라의 소녀가 뛰어들며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네비어님, 기사가 '폭주'했습니다!"


그 말에 기네비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네? 기사가 폭주했다고요?! 세 개의 세력의 대표에게 어서 알리세요! 그래서 무슨 기사가 폭주한건가요?"

"설화형 콩쥐 입니다."


그 대답에 한순간 기네비어는 멍한 쵸정을 지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대답했다.


"설화형 콩쥐가 폭주했다고요? 잠깐만요."


거기서 기네비어는 손톱을 잘근 물어뜯으며 잠시 생각하는 듯 싶더니 곧 입을 열었다.


"세 세력의 대표에게 연락하세요. 각 세력의 대표 아서만 보내달라고요. 그리고 이 일은 절대로 '설화형 팥쥐'가 알게 해서는 안되요."

"네, 그러겠습니다."


소녀가 그렇게 대답하자 기네비어는 후우,하고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래서 콩쥐는 현재 어디에 있나요?"

"폭주한 장소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럼 전투 요정을 보내서 도주하지 못하도록 촘촘히 포위망을 짜도록 하세요."


그리고 그 말을 한 기네비어는 다시 의자에 앉으며 의문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째서죠? 분명히 제가 설계한 인자 구조도에 결함은 없었을텐데요."


~


기나긴 회랑을 따라 걷던 팥쥐는 물 밀듯이 ol생겨나는 초조감에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콩쥐는 어디로 간 거야?"


그렇게 중얼거린 팥쥐는 알수없는 불안감에 걸음을 빠르게 옮기기 시작했다.


콩쥐가 갈만한 데가 어디있을까.

콩쥐 같은 성격으로는 통제구역 밖으로 나갔을리가 없으니까 분명히 이 안에 있을텐데.


그 순간 사방을 이리저리 살피며 바쁘게 걷던 팥쥐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서 멈췄다.

그것은 회랑에서 자그마하게 나있는 샛길.


설마 여기로 간걸까?

한번 살펴보기는 해야겠네.

만약 있으면 따끔하게 혼내줘야 하는걸까.


그렇게 생각한 팥쥐는 머리를 가볍게 긁적이고는 샛 길의 안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샛길을 따라 한참 걷던 팥쥐는 갑자기 어디선가 풍겨오는 쇠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고 말았다.


뭐야? 여기 관리 안하는 길인가?


그리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 팥쥐가 샛길의 코너를 도는 순간──,


피가 가득 고여있는 우덩이에서 주저 앉아있는 콩쥐를 발견하고서 온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어라?


팥쥐는 그 모습에 한순간 정신이 멍해지고 말았다.


콩쥐가 어떻게 된거지?

설마 크게 다친걸까?

팥쥐는 그것을 떠올린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서,


"콩쥐야!"


그저 그렇게 피투성이가 된 소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콩쥐의 고개가 팥쥐 쪽으로 서서히 돌아가디가 곧 팥쥐와 눈이 마주치고서 베시시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 팥쥐 언니……?"


그러다가 콩쥐는 자신이 무슨 꼴인지 알아차렸는지 한순간 얼빠진 표정을 짓었다.

그러더니 외마디 소리를 내며 피 웅덩이에서 일어섰다.


"……아?"


자신이 주저 앉아있던 피웅덩이, 피로 물든 손, 피로 흠뻑 젖어버린 자신의 옷.

콩쥐는 그 모든 것을 보고서는 팥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눈물이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것 같이 되서는,


"보지마요──!! 언니!"


그런 외침과 함께 재빠르게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팥쥐는 콩쥐의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


호수의 제어실로 향하는 반라의 소녀와 기네비어.


"기네비어님, '설화형 콩쥐'가 포위망이 구성되기 전에도 이동해버렸습니다."


그 순간 옆에서 들려온 반라의 소녀의 말에 기네비어는 그 상황을 예상했는지 혀를 살짝 차며 답했다.


"그럼 통제 구역 전체로 포위망을 넓히도록 하세요. 그리고 아서들은 언제 도착하나요?"

"도착 시간은 1분 내외입니다. 그리고 '설화형 콩쥐'와 '설화형 팥쥐'가 조우했습니다."


그 말에 기네비어는 한순간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가 이내 다시 발걸음을 떼며 대답했다.


"그럼 장재적 폭주 가능성을 지닌 '설화형 팥쥐'도 경계하라고 하세요."


그 말을 마친 순간 저 긴 복도의 저편에서 세 인영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기네비어는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며 외쳤다.


"당신들, 더 빨리 오지 않고 뭐하는거예요! 왜 이렇게 늦는건가요! 매우 급박한 상황이라고요!"

"미안합니다!"


기네비어가 그렇게 외치자 달려온 세명 중 갈색 머리를 한쪽으로 땋은 소년이 사과해왔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그 순간 삐죽한 머리을 가진 금발의 소년이 기네비어한테 물었다.


"시간이 없으니까 본론만 얘기할께요. 극비리에 제조한 기사 한 개체가 폭주했어요. 그리고 폭주 가능성을 지닌 또 다른 기사도 있으니 경계해주길 바래요."


금발을 포니테일로 묶은 소녀가 물어왔다.


"그럼 우리들은 늘 해왔던 대로 제압하기만 하면 되는거지?"


그 물음에 기네비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여러분이 늘 해왔던 대로 하면 되는 일이예요. 다만 조건이 한가지 있어요. 폭주 기사나 폭주 가능성을 지닌 기사가 통제구역을 벗어난다면……."


거기서 기네비어는 눈을 감고는 말을 이었다.


"살해해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기네비어는 그 말만을 남긴 채 아서들을 스쳐 지나갔다.


~


콩쥐는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기나긴 회랑을 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째서 이렇게 된걸까요?

사람을 죽여버리고.

거기에다가 그 광경을 언니에게 보여버리고 말았으니까.

전 분명히 잔뜩…….


이런 건 거짓말이라고, 악몽이라고 믿고 싶은데.


이젠 언니한테 아무리 매달려봤자 절 상대해주지 않겠죠.

……오히려 발로 걷어차이지나 않으면 다행인걸까요?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 콩쥐의 눈에서 눈물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콩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회랑을 달려가기 시작했다.


~


타다닥──


중년의 남자가 호수의 제어장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당신, 뭐하는거죠?"


그 순간 남자의 뒤에서 기네비어의 날선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하지만 중년의 남자는 그 목소리에 주춤거리는 기색없이 자연스럽게 뒤돌며 대답했다.


"아, 기네비어님이신가요? 호수의 장치를 점검하고 있었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는지요?"


그 대답에 기네비어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외쳤다.


"날, '호수의 공주'를 우습게 보지마요! 당신이 수작을 부리는 건 다 알고 있어요. 로그를 은폐하고 있었지요?"

"이크, 들켰네요. 하지만 기네비어님. 조금만 더 빨리 오셨으면 좋았을텐데요. 이미 로그는 완전히 삭제되었으니까요."


비웃는듯한 남자의 대답에 기네비어는 분함에 가득차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 도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거죠?"


그 물음에 중년의 남자는 너무나도 순순히 입을 열었다.


"아, 그게 궁금하신가요? 간단한데요? 인격  프로그램의 중요부분을 제외한 거랍니다."

"……설마?!"

"네, 당신이 생각하시는 대로 자신이 '제조'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명령문을 삭제한건데요? 제 1형 제조 초기 때 비슷한 일이 있었죠? 인격 프로그램의 붕괴, 그리고 폭주, 자멸. 전 여기에다가 세개의 세력에 소속된 인물을 보면 말살한다는 악성 프로그램을 심었지요."


그 말에 기네비어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


"당신, 지금까지 한 행동은 반역죄에 준하는 걸 알아? 그 결과는 사형이라는 걸?"

"네, 잘 알고 있습니댜. 기네비어님. 설마 걱정해주시기라도 하는건가요? 그렇다면 몹시 황송해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만."


그 말에 기네비어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래? 그렇게나 잘 알고 있으면 앞으로 어떤 꼴을 당할지도 잘 알고 있겠네?" 담신의 배후가 궁금하지만 그건 일단 당신을 제압하고 물어보겠어."


그리고 기네비어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스즈, 제압……!"


그 순간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기네비어의 말을 잘라내었다.


"잠깐만."

"당신, 설마?!"


무척이나 낯익은 목소리에 기네비어는 담황한 목소리로 외치며 뒤를 돌아보자,


"그래, 나야."


그 곳에는 인상이 잔뜩 굳은 팥쥐가 서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앞으로 재빠르게 나가 중년 남자의 멱살을 잡아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 애한테 뭐한거야──!!"


하지만 팥쥐에게 멱살을 잡힌 중년의 남자는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자네가 들은 대로지. 인격 프로그램의 핵심을 제거하고 거기에 악성 프로그램을 심어놨다고 말했잖아? 그리고……."


거기서 중년의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기네비어한테 시선을 돌렸다.


"아시죠? '허구'."


그 말에 기네비어의 인상이 경악으로 변한  순간 중년의 남자는 팥쥐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거 아나? 자네 자매들은 '허구'의 존재라는 걸."


그 말에 팥쥐는 우뚝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 모습에 기네비어는 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제기랄, 설마 '허구'를 언급해서 인격 프로그램의 붕괴를 유도해서 폭주시킬 셈이었군요.

하지만 그랬다가는 자신도 죽어버릴텐데요.


그 결론에 기네비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팥쥐가 폭주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굳어있던 팥쥐가 고개를 들고서는 중년 남자의 멱살을 더욱 잡아올리며 대답했다.


"그래서 뭐?"


중년의 남자는 그 대답에 한순간 벙찔수밖에 없었다.


팥쥐는 그 벙찐 모습을 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만들어 진 거라고 해도 그게 무슨 상관인데? 이전의 기억이 모조리 가짜라 해도 난 지금 여기에 있어. 그러니까 내가 느끼는 건 모두 진짜라고! 그래, 내가 콩쥐를 볼때마다 느끼는 감정도. 가슴이 몹시 두근거리는 감각,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할 것 같은 그런 기분. 그건 나한테 모두 진짜야! 그게 설령 만들어진거라 해도! 내가 느끼는 건 모두 진짜라고! 그걸 거짓이라, 가짜라 말하지마!"


격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토해낸 팥쥐는 차가운 시선으로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갑작스럽게 변한 너무나도 차가운 목소리로.

그리고 중년의 남성은 등골에 소름이 내달리기 시작했댜.


"……그러니까 나는 콩쥐를 울린, 상처입힌 사람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어."


그 순간 바닥에 뭔가가 처박히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터져나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 모습에 기네비어는 인상을 쟌뜩 찌푸리며 팥쥐에게 외쳤다.


"당신, 무슨 짓을 한거예요! 저렇게 해버리면 당신도 폭주 기사로 취급 받는다고요!"

"그래서?"


그 말에 기네비어는 멍해지고 말았다.


"난 콩쥐를 상처입힌 사람을 용서하지 않은 것뿐이야. 그게 무슨 잘못인건데? 언제나 늘 이래왔고, 앞으로도 이럴거라고. 아무튼 콩쥐를 찾으러 가볼께."


팥쥐가 그 말을 하고는 그대로 문을 나서려 한 순간 뒤에서 기네비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 그 문을 넘어가면 폭주기사로 취급할수밖에 없다고요."


팥쥐는 그 소리에 쿡, 하고 소리내어 웃고는 대답했다.


"저기, 기네비어. 그거 알아? 콩쥐는 내가 없으면 안된다는 거. 당신은 잘 알고 있겠지."


그런 말을 하고서 그대로 문 밖으로 나간 팥쥐의 자리를 한참동안이나 바라보던 기네비어는 옆에 있던 반라의 소녀에게 말했다.


"스즈, 아서들에게 전달해. 폭주 기사에 한 개체 더 추가한다고."


~


한참을 달리던 콩쥐는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튼 순간 바닥에 맹렬한 참격의 흔적이 남겨졌다.


그것에 놀란 콩쥐가 뒤를 빠르게 돌아 본 순간 보라빛의 여자와 갈색 머리를 한쪽으로 땋은 소년이 덮쳐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콩쥐가 다급히 뒤로 물러난 순간 두개의 검이 콩쥐가 있던 자리에 꽃혔다.


그 순간 콩쥐는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허공에서 나타난 검을 쥐고 앞에 있는 두명에게 반격을 먹이며 전투를 시작했다.

그래, 말살을 위한 전투를.


~


"젠장, 방해하지 말라고!"

"시끄러워! 폭주 기사인 주제에. 뭐 그리 말이 많아!"


쾅! 팥쥐가 내지른 자그마한 단도와 황금색의 갑주를 입은 남자가 휘두른 터무니없이 큰 대검이 부딪혔다.


그리고 그것을 튕겨내는 단검.

그리고 그대로 그 튕겨진 대검은 팥쥐의 위에서 덮쳐드는 새하얀 갑주를 입은 남자 롱소드를 튕겨냈다.


그 때를 틈타 팥쥐는 빠르게 뒤로 물러나며 회랑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계집애가 뭐 저리 잘 막아내는거야?"

"폭주 기사만 아니었다면 참 좋은 대련 상대였을 것 같소만!"


두명의 기사는 회랑을 달려나가는 팥쥐를 뒤쫓기 시작했다.


팥쥐에게서는 저 멀리 어디선가 칼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곳에 분명히 콩쥐가 있을거야.

그렇게 짐작하며 이따금 덮쳐드는 두명의 기사를 튕겨내며 맹렬히 질주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도달한 전장터.

그리고 그대로 팥쥐는 그 전장터에서 콩쥐에게 덤벼드는 보라빛의 여자에게 그대로 빛살같이 쏘아지며 단검을 휘둘렸다.


그러자 그 보라빛의 여자의 주변에 전개되어있던 방패가 그 일격을 막아냈지만 충격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는지 저 멀리 튕겨가 벽에 처박혔다.


그리고 팥쥐는 다친 곳 없이 멀쩡해보이는 콩쥐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보같은 콩쥐!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콩쥐는 갑자기 나타난 팥쥐에 크게 놀랐는지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 에? 팥쥐 언니?"

"그래, 네 언니다."


그 순간 콩쥐가 어째서인지 무척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재빠르게 일어서 팓쥐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때 팥쥐의 뒤에서 두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관검〓삼십광탄."

"적재성검."


그리고 콩쥐가 팥쥐를 밀친 순간 금발 소년의 엑스칼리버가 그대로 콩쥐의 몸을 휩쓸고, 금발 포니테일의 소녀의 엑스칼리버가 온 몸을 난도질 내버렸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는 콩쥐.


팥쥐는 그 광경을 한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정신이 멍해져간다.


어? 잠시만?

콩쥐가 어떻게 된거야?

왜 날 밀치고?


콩쥐가 바닥으로 쓰러져 미동조차 않는 모습에 팥쥐는 다급하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콩쥐를 안으며 이름을 불렀다.


"콩쥐, 콩쥐야! 괜찮은거야?"

"……헤헤, 괜찮아요."


그러자 그 부름에 눈을 천천히 뜬 콩쥐는 살짝 웃으며 가냘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온 몸에 구멍이 뻥뻥 뚫리고, 난도질 당해서 너덜해지고 그대로 죽지 않은게 기적이라 할만큼의 상태였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하지마."


팥쥐의 옷이 누군가의 피로 점점 물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에 따라 팥쥐의 얼굴도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이 변해가기 시작했다.


"거짓말 하지말라고! 아프잖아!"


그리고 결국에는 팥쥐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렇게 외쳤다.


"정말로 안 아픈데요."


콩쥐는 그런 말을 하고서는 소리내어 웃었댜.


"저기, 팥쥐 언니. 오늘 갑자기 이상한 거 알아요? 언니라면 절대로 안할 행동을 하잖아요? 걱정해주는 거 라던가, 울어준다던가. 어쩌면 제가 꿈을 꾸고 있는걸까요? 아니, 분명히 꿈을 꾸고 있는거예요. 응, 분명히 꿈이니까요. 저기, 언니."


거기서 콩쥐는 베시시 웃음 지었다.


"꿈의 맨 처음은 악몽 같았어요.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갑자기 절 구해주시고 거기에다가 걱정도 해주고 울어주시니. 꿈이라 해도 무척 행복해요. ……하지만."


거기서 갑자기 콩쥐의 얼굴은 확 어두워졌다.


"꿈에서 꺠면 이런 언니는 없겠죠. 절 싫어하는 언니만 있을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물어봐도 되나요? 언니? 왜 절 처음부터 보실 때부터 매우 싫어하신건가요? 도대체 제가 뭘 잘못한건가요?"


콩쥐의 그 말에 팥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말문이 턱하고 막혀버렸다.

그러다가 눈물을 더욱 뚝뚝 흘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어째서 언니가 사과하시는거예요? 제가 사과해야 하는데요."

"넌 정말로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로 잘 대해줬는걸."

"그럼 어째서……?"

"널 좋아하니까. 정말로, 정말로, 매우 좋아해서. 그런데 그걸 알리기 싫어서 싫어하는 척 한거야.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팥쥐의 그 대답에 콩쥐는 무척 기쁜 듯 미소지었습니다.


"그렇게 말해주신다면 정말로 기쁘네요. 하지만 꿈속의 언니는 그런 말을 해주시겠지만 꿈에서 깨면……."


거기서 콩쥐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팥쥐는 그런 미소를 짓는 콩쥐의 모습에,


"바보야, 꿈 아니라고!"


그렇게 외치고 말았다.

하지만 콩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언니가 이렇게 샹낭할리 없으니 분명히 꿈인걸요."

"바보! 바보! 바보! 바보야!"


콩쥐의 그 말에 답답해진 팥쥐는 바보를 연달아 외치더니,


그대로 콩쥐의 입술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잠시 뒤 팥쥐는 천천히 입술을 떼고는 여전히 울고있는 얼굴로 "이, 이래도 꿈인 거 같아?" 하고 물어보았다.

그 물음에 콩쥐는 싱긋 웃었다.


"네, 꿈인 것 같아요. 하지만 감촉은 현실이네요. 그럼 꿈이 아니라는 소리네요. 저기, 언니. 전 정말로 기뻐요. 그 동안 절 싫어하신 게 아니었다니. ……그런데 언니, 부탁이 하나 있어요."

"응? 뭔데? 뭐든지 들어줄께."

"그럼 울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웃어주세요. 언니."


팥쥐는 공쥐의 부탁대로 웃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팔로 슥슥 닦아 눈물을 지우고는 자신이 지을수 있는 아주 환한 미소를 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팥쥐의 얼굴에 다시 눈물 한가닥이 흘러내렸습니다.


"아, 언니. 울지말라니까 또 우시네요. 거짓말쟁이는……싫……."


그리고 더 이상 콩쥐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저기 콩쥐야? 이런 건 거짓말이지? 아직도 못한 말이 있는데 거짓말이지? 당장 일어나봐. 응? 제발. 제발. 제발……."


그리고 .


~


"그 이후, 폭주한 '설화형 팥쥐'를 제압, 구속함으로 상황을 종결했다는군요."


카멜롯의 골목길 안에서 꽤 준수하게 생긴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금발의 단발 머리를 트윈테일로 묶은 소녀가 소리내어 웃었다.


"그래? 나 말고도 또 다른 사람이 있나보네. '브리튼'을 멸망시키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런가요? 모르간. 당신말고도 또 있었을 줄이야."

"그래, 그럼 그 사람이 브리튼을 멸망시키기 전에 내가 먼저 멸망시켜야겠네. 고마워. 라케냐."

"아뇨, 모르간. 부디 선왕의 유지를 잇기를."


남자의 그 말에 모르간이라 불린 소녀는 흥하고 코웃음을 치며 대답하고서는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아버지의 유지? 그런 건 이젠 없다는 건 알잖아? 남은 건……."


그 모르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그저 씁쓸하게 미소지을 뿐 이었다.


~


기네비어는 문 앞에서 멈춰섰다가 이내 문을 열었다.

그러자 흑발의 롱 웨이브 트윈테일의 소녀가 침대 옆에 앉아 잠들어있는 금발의 소녀를 미동도 하지않고 줄곧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한숨을 작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


"오늘도 있는건가요? 팥쥐."

"그래, 콩쥐가 곧 있으면 눈을 뜰테니까."

"하긴 이제 곧 있으면 눈을 뜨기는 하겠네요. 이제 슬슬 안정화가 끝나가니까요. 하지만 몇번이고 말했잖아요?"


거기서 기네비어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콩쥐는 이제 당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요."

"……알아, 그래도 괜찮아. 그 앤 차라리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게 나을테니까. 그 날의 사건도, 내가 했던 것도."


처연한 목소리와 무척이나 슬퍼보이는 표정.

그 순간 콩쥐의 눈이 천천히 뜨이더니 이내 "어……?" 하고 외마디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것에 팥쥐는 그만 크게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요란스럽게 일어서고 말았다.


우타당── 소리에 콩쥐가 고개를 돌리자 팥쥐를 발견했다.

그리고서는 계속해서 팥쥐를 응시했다.


그 시선에 팥쥐는 혹시나하고 콩쥐가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그리고 마침내 콩쥐의 입이 열렸다.


"누구신가요?" 하고.


그 소리에 팥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척 견딜 수 없을 만큼이나 욱신거려서,

팥쥐는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은 표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웃음소리가 난데없이 터져나왔다.


"푸훗!"


그래, 콩쥐의 입에서.


그 웃음소리에 팥쥐는 한순간 벙찌고 말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기네비어도 벙쪄버린건 마찬가지였다.


"아하핫! 잘 속아 넘어가시네요. 기억상실인 척 해봤는데요.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 당황스럽잖아요?"


콩쥐의 그 말에 여전히 벙찐 팥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그럼 기억하고 있어?"

"네."


그 소리에 팥쥐의 얼굴이 얼빠진 것처럼 변하다가 이내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콩쥐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내, 내가 그런 짓을 한 것도……?"

"네? 그거요? 물론이죠."


그 대답에 팥쥐의 얼굴이 무척 새빨갛게 변하더니 이내 부르르 떨리는 입술.

그 순간 날카로운 말소리가 방을 메우기 시작했다.


"제발 잊어줘! 이 바보! 어째서 기억상실이 아닌건데! 왜 아닌거냐고! 부끄러워 죽겠잖아───!!"


그리고 그 말만을 남기고 방을 뛰쳐나간 팥쥐.

콩쥐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살짝 미소지었다.






그리고 콩쥐와 팥쥐는 아주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THE END~ 












라고 끝날 이야기는 아니었다.





팥쥐가 방에서 뛰쳐나가 사라진 뒤 남겨진 기네비어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콩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째서 당신, 거짓말을 한건가요? 당신은 분명히 기억상실이잖아요? 악성코드로 인자 구조도가 손상. 기억 부분은 모조리 소실당했다고요."


콩쥐는 기네비어의 추궁에 곤란한듯이 에헤헷, 하고 소리내어 웃고는 대답했다.


"글쎄요. 제 이름도 기억이 안나는데 어째서일까요. 그 사람의 울 것만 같은 표정을 본 순간 무척이나 마음이 아파서, 그 사람이 물지 않앗으면 좋겠다고, 웃어주었으면 한다는 그런 감정이 떠올라서 그런 거짓말을 해버렸네요. "


그 대답에 기네비어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인자 구조도가 완전히 손상되서 기억 부분은 완전히 소실 됬을텐데요?

그 순간 기네비어에게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 '기사'라면 내가 모르는 길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고.

그래, 인자 구조도로 구성된 기사말고도 다른 방면의 기사 제조 방식을 알려주지 않을까? 하고서 그런 기대감에.


"그래요? 그럼 당신에게 묻고 싶은게 있어요."


거기서 기네비어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럼 그걸 어디서 느꼈다고 생각해요?"


그 질문에 콩쥐는 미소지으며 손을 가슴에 가져갔다.


"여기가 아닐까요." 라고 대답하면서.


그 말에 기네비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내 배를 잡고서 웃다가 눈가에 맺힌 웃음을 닦으며 겨우 대답했다.


"그래요. 분명히 당신 말 대로겠네요." 하면서.




~完~



~


~에필로그~


드넓은 들판.

그 들판에서 두명의 소녀가 산책을 나온 듯 사뿐사뿐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기, 팥쥐 언니!"


그 순간 금발의 소녀가 앞서가던 흑발의 소녀를 소리내어 불렸다.


"왜?"


그 부름에 팥쥐가 고개를 돌려보자 바닥에 웅크려 앉아있는 콩쥐를 발견했다.

그 모습에 팥쥐는 한순간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늘 해봤던 대로 차가운 얼굴로 그것을 감췄다.


"언니, 어서 이리 와보세요! 여기에 꽃이 피어있어요!"

"꽃이라면 사방에 피어있잖아?"

"아뇨, 그게 언니! 어서 이리로 와보세요!"


그 부름에 팥쥐는 어쩔수없이 콩쥐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더욱 두근거리는 가슴에 속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싶은 심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얜 오늘 왜 이렇게 예뻐보인담. 

다행히 콩쥐의 옆에 같이 웅크려 앉을 때까지 팥쥐는 여전히 태연한 얼굴을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는 팥쥐는 콩쥐가 바라보고 있는 꽃을 보고는 "아."하고 외마디 소리를 내었다.


서로 아주 가까이 붙어서 피어있는 두 송이 꽃.


콩쥐는 그 꽃을 바라보며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언니하고 전 마치 이 꽃들 같지 않아요?" 하고서.


그 소리에 팥쥐는 도저히 견딜수없을 만큼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서 그 얼굴을 감추기 위해서 흠! 하고 강한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휙 돌리고는 빠르게 일어서며 외쳤다.


"얜 또 무슨 소리인거니.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렴!"


그리고는  콩쥐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아주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무척이나 화끈거리는 얼굴을 콩쥐로부터 감추기 위해서.

아우,  왜 하필 그런 소리를 하는거냐고.

정말로 부끄러워서 죽겠는데.


~


그것은 머나먼 때의 이야기.

그 이름 모를 땅에서 가련한 두 송이 꽃이 피기 전의 이야기.

그래, 그저 그 뿐인 이야기였다.



~에필로그 完~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