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유시민이다. 김정은의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발사에 나선 것은 임기 8년 동안 북한을 아예 무시해버린 오바마의 행태(이래서 오바마가 싫고 믿을 수가 없다!)에 약이 바짝 올라 나 좀 봐달라는 뜻이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과대포장하고 일부에서는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최소한 북한 문제(크게는 한반도 전체)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고, 무능하기 짝이없는 오바마가 화들짝 놀라 과잉반응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한 것은 분명하다.
핵 관련 프로젝트는 중간에 멈출 수 없지만 어느 정도 시간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대선을 치르는 해가 되면 북한은 어김없이 자신의 무력을 과시한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이 중국(러시아의 부활도 포함)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를 영원한 전쟁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라, 김정은과 군부강경파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절대강자 미국에 맞서려면 비장의 한방(핵무기+ICBM)을 갖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란 존재할 수 없다.
유시민이 김정은의 도발행위가 '오바마 형, 나 좀 봐줘'라는 애걸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우수갯소리가 아닌 북미 갈등을 꿰뚫는 대단히 핵심적인 비유다. 국민을 굶주림에 시달리게 만들면서도 김일성 가문의 세습독재가 가능하려면 유일제국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 상시적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한 드라마와 쇼에 나오는 보다 나은 삶을 향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다스릴 방법이 없다.
헌데 오바마 임기 8년 동안 미국은 북한의 도발을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적 인내'만 고집했다. 아무리 난리 부르스를 쳐도 오바마는 최소한의 대응(남한과의 연례적인 훈련)만 한 채, 북한을 향해 오줌도 누지 않았다. 턱없이 어린 김정은으로서는 환장하고 돌아버릴 일이었다. 미국이 과민반응을 해줘야 북한 주민과 노련한 온건파에게 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데, 혼자 고함치고 악을 쓰다 자신이 먼저 죽을 노릇이었다.
게다가 남한의 대통령에 오른 유신공주는 자신보다 종잡을 수 없는 존재여서, 남한에 대한 야심찬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하기에 너무나 많은 위험부담을 안아야 했다(이설주 말고도 숱한 미녀를 안아야 하는 김정은의 토끼 같은 정력도 고려해야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앉아 거창한 대화를 나눈다면, 그것 자체가 사상 최고의 코미디가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으리라. 핵분열이 아닌 핵융합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보이도록 설계된 어떤 실험)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언제든지 전용할 수 있는 로켓을 발사하는 것으로, 역사상 최대의 이변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 대선에 개입하는 것이 오바마 형을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실력인지, 운이 좋아서인지 알 수 없지만 미국 본토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성공하자 오바마 형이 호들갑을 떨며 8년 동안의 무시에 확실한 사과를 보내주었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략자산을 총동원해, 심지어는 생산조차 중단된 하자투성이 사드미사일까지 동원해서 오바마는 무력시위를 해주었고, 사상 최대의 한미합동군사훈련까지 예고해주었다. 미국의 일본총독인 아베가 방방뜨는 것이야 가소롭기 그지없고,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유신공주가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세습독재의 정당성을 최대로 높여준 오바마 형에게 '성은이 망극하나이다'라도 외쳐야 할 정도다.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족할 텐데, 자신보다 더욱 종잡을 수 없는 유신공주가 허울 좋은 사드미사일을 앞세워 X벤더레이더까지 도입하겠다며 시진평 형을 열불나게 만들었으니 호박이 넝쿨 채 굴러와도 줄줄이 딸린 호박으로 할로윈 축제와 전통의 호박엿도 해먹을 수 있을 정도다. 아버지 김정일의 작품인 개성공단이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이것까지 한방에 처리해주니 유신공주에게 김종인의 화분은 비교도 되지 않을 으리으리한 화분을 보내야 할 판이다.
유시민은 이런 것까지 모두 다 꿰뚫고 있었고, 전원책이 특유의 억지가 아니면 상대할 수 없는 논리와 화려한 비유로 유신공주의 환관정치를 난도질하는 동시에 김종인과 안철수도 한묶음으로 보내버렸다. 그는 또한 개성공단 폐쇄의 위헌성을 설파함으로써, 설거지 담당으로 국회에 초치된 황교안 총리가 개성공단 폐쇄가 긴급명령이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며 호들갑을 떨 것까지 예상한 한 모양이다.
지금까지의 썰전 중에 오늘의 유시민이 가장 그다웠고,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나 그리웠다. 노무현이 보여준 것과는 다른 형태의 리더십을 정립한 문재인 전 대표도 대단하지만, 썰전의 유시민이 매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논리와 설득력, 지식과 호소력, 진정성을 두루 갖춘 노무현의 토론을 단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썰전을 보는 내내 필자의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의 젊은 날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1020세대들에게도 노무현 같은 지도자가 나오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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