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는 10살 꼬꼬마 소년입니다.
며칠전에 영어학원 친구들과 포켓몬을 교환하기로 했다며
닌텐도를 가져가도 되겠냐고 하기에
쉬는시간 10분 이용해서 바꾸고 후딱 온나. 했어요.
체육관을 먼저 갔다가 영어학원에 가는데요.
영어학원에 가서 눈누난나~ 가방을 열어보니 칩이 없더래요.
이 녀석이 집에 있는 칩 7개를 몽땅 들고 나갔는데
그 중에서 3개가 없어졌다는군요.
눈이 새빨개져서 집에 왔는데, 속상할 거 알지만
엄마로써 폭풍 잔소리를 시전하였습니다.
가져간 니 잘못이 더 크니 잃어버린 것은 잊고 마음을 비워라.
더 즐거운 무언가가 곧 생길거다....
(게임이 가능한 시간이 토요일 2시간 뿐이어서 일주일내내
주말만 기다리거든요 ㅠ.ㅠ)
그러고는 저녁내내 의기소침해 있는것이 마음에 걸려
TV를 보여줬어요. 명탐정 코난....(이것도 안보여주는 만화)
그런데 다음날 학원을 간다는 아이의 눈빛이 심상치 않더군요.
괜히 엄한 아이 의심하면 안된다며 주의를 줘서 보냈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은 학원에 가며 이런말을 했더랬지요.
"난 명탐정 배난이야!!!!" (성이 배씨거든요 ㅋㅋ)
그리고 오늘이 4일째인데요....학원 가기 전에 보니
이녀석 가방에 못 보던 노트가 있어서 열어봤는데요 ㅋㅋㅋㅋ
거기에는 '수사일지'가 있더군요!!!!
의심 가는 아이 누구누구
의심 가는 이유 구구절절
닌텐도의 유무(닌텐도는 도난당하지 않았으니까요)
포켓몬스터의 관심 정도(잃어버린 칩 3개가 모두 포켓몬스터에요)
아이들의 동선체크, 학원시간체크
나를 보는 아이들의 시선(피함, 오래 못 봄!! ㅋㅋ)
거짓말 할 때의 그녀석들 버릇(머리를 긁음 ㅋㅋ)
학원 출결 유무(체육관, 영어학원)
따져 물을때 흥분하지 말아야 함 등등 ㅋㅋㅋㅋ
너무너무 웃기고 신기해서 그냥 모른척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무려 잃어버린 칩을 가지고 왔더라구요. ㅎㅎ
찾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거든요. 아이들이 너무 많으니...
어떻게 된 일인지 물으니 저 수사일지를 토대로
나름 탐정수사를 한 모양이에요.
최종적으로 용의자가 한 명으로 좁혀졌을 때
목요일까지 자수하면 용서할것이나 금요일이 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대요 ㅎㅎㅎ
결국 자백(?)을 받아내고 그 아이 집앞까지 가서
물건을 받아 왔더라구요.
그 애 엄마가 아시면 혼날테니 집까지 따라들어가진 않았다는데
그 아이의 엄마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물건을 가지러 들어온 아이에게 종이를 주며 반성문을 쓰라고 했대요.
미안하다면서 제 아이에게 그 반성문과 과자를 전해 주셨다네요.
(반성문은 오다가 잃어버렸답니다. 이런 매직핸드가!!!)
니가 깔끔하게 용서한다고 했으니 절대 소문내지 말라고 했더니
크게 끄떡끄떡 하며 다시 찾은 칩을 흐뭇한 표정으로 보는 녀석이
왠지 대견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글 써봅니다.
스스로도 뿌듯한지....
과학수사단이 될 거라며 저녁내내 침 튀기다가 잠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