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알던 친구예요. 학기초에 웅변에 능하길래 똑똑한 친구구나 싶었어요.
그 친구 얘기를 들으면 항상 주변에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밖에는 없어서
얘기 들을때마다 얘는 참 재밌는 애구나 싶었는데
이야기에 개연성이 부족한게 점점 느껴지더군요.
귀신을 본답니다.
본인 어머니한테 무병이 있어서 자기한테도 나타나는 거 같다고...
동생이랑 산에 굿받으러 간다더군요. 무병을 없애는...
이까지는 그래도 믿을만 했어요. 종종 그런 특이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이후부터 자신을 초인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줄 미사여구들을 너무 갖다붙이더군요.
판단하기 나름이겠지만,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거짓말로 보였습니다. 속이 아주 훤~히 들여다 보이더군요.
속독 능력이 뛰어나서 해리포터 책 한권을 읽는데 30분이 채 안 걸린다던지,
모의고사 언어를 10분만에 풀었는데 70점이 나왔다던지,
앞에 있는 식당 건물이 할아버지꺼고 살고 있는 빌라도 선물받은거라던지,
평소에도 말끝마다 거짓말을 덧붙여서 셀 수조차 없네요.
(종종 동생 자랑도 하더이다. 동생이 원래 뱃속서 쌍둥이였는데 다른 쌍생아가 죽으면서 그 아이 몸을 물려받아 뇌도 커져서 굉장히 똑똑하다고...)
여태까지 긴가민가 하다가 며칠전에 결정적이었던 한 타가, 13년동안 피아노를 쳤다고 버릇처럼 말하고 다녔었는데
작년 한 해동안 음악시간에 피아노곡 한 곡을 제대로 끝내는 걸 못 봤었어요.
어릴 때 피아노 3년 다녔던 저도 두 곡 정도는 거뜬히 치는데 의아했죠.
그런데 며칠전에 자습때 와서 MP3 들이밀면서 자기가 피아노 친걸 녹음했는데 들어보라는 거예요.
굉장히 잘 치길래 이건 거짓이 아닌가 보다 하고 듣는데, 낯이 익은 노래였어요.
사실 저도 그 노래를 알고 있어서 악보를 뽑아 피아노를 쳐 본적도 있기에
시중에 나와 있는 악보를 보고 친다면 이런 노래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건 청음이라도 그렇게 소름끼치게 똑같이 칠 수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녹음파일인데 확장자명이 mp3였고...
제 생각이 맞다면 그 노래 피아노 버전을 다운받아 들려줬던 거였겠죠.
주변 친구들은 그 친구가 그런 줄을 모릅니다.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더 답답합니다. 다들 감탄사만 연발하며 추앙하고 있으니...
아휴... 다음엔 어떤 거짓말을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