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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스압]서포터 하드캐리
게시물ID : humorbest_665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러멘디
추천 : 111
조회수 : 8972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25 17:15:04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4/25 16:38:13

서포터.

 

가장 인기가 떨어지는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서포터를 응원해주는 사람은 몇몇 없다.

 

서포터만 약 500판정도. 오히려 내 기억에는 아군보다 상대 라이너들이 날 위로하거나 칭찬했던 기억이 더 많다.

 

데미지보단 기능성에 맞추어져서 그런 것일까. 스킬이 빗나가기라도 하면 아군에게 원성을 듣고, 원딜을 잘 키웠어도 원딜이 칭찬받지 서포터가 칭찬받기는 어려운 그런 입장이다.

 

물론 라인을 서고 싶지만 픽에 밀려서 서포터라는 이름의 트롤러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진짜 서포터로 분류해야 할 지는 의문이다.

 

나는 서포터란 실력보다는 멘탈, 즉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모든 아군을들 서포트하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매일 협곡으로 출진하고는 한다.

 

지금부터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그 숱한 이야기중 하나의 일화이다.

 

 

 

 

저번주 주말 새벽의 일이었다.

 

브론즈1티어였던 나와, 같은 티어인 친구와 듀오를 돌리기로 했다.

 

솔직히 잘한다라고 보긴 어려운 녀석들이라, 즐기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건만 4연승을 달렸다. 그것도 원딜 하드캐리로.

 

롤 내부의 미친 5할본능 덕분에 지금쯤 한판 질 때가 왔다. 라고 생각하며 두려움에 큐를 돌렸다.

 

각각 99점 정도의 점수를 유지한 상황. 한판 져도 다시 한 판 이기면 승급전이기에, 그나마 부담 없이 각오를 굳히며 비장하게 수락을 눌렀다. 

 

4,5픽 당첨. 조심스레 바텀 듀오를 부탁했다. 1픽은 말 없이 짜오를 픽. 강타인것을 보니 정글인 것 같았다. 문제는 2픽과 3픽이었다.

 

서로 미드를 내놓으라며 시비가 붙었다. 밴부터 싸우던 것이 픽 할 때까지 서로 양보가 없었다.

 

하지만 2픽이 이렐리아를 칼픽. '더러워서 탑 간다 ㅅㅂ'라는 첨언만 없었다면 쿨가이였겠지만, 저 단어로 인해 '미드에서 똥을 싸면 가차없이 육두문자를 쏟아주겠다'라고 보인 것은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으리라.

 

한쪽 라인만 흥해도 안되고, 둘 다 망해도 안되고, 둘 다 흥해야 그나마 분위기가 훈훈해질 것 같은 상황. 친구와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지켜 볼 수 밖에 없었다. 불똥이 튀는 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판 전체가 힘들어 질 까봐 걱정스러웠다.

 

이렐 짜오 아리 코그모(친구) 자이라(나)

 

잭스 바이 트페 케이틀린 소나

 

결국 이렇게 협곡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시작하자마자 나는 조심스레 짜오에게 '봇 갱 안오셔도 되니까 미드와 탑 위주로 살려주세요.'부탁했고, 그 부탁을 한 지 정확하게 3분만에 바이의 2렙갱에 코그모 패시브가 1레벨에 터지는 기적을 맛보았다.

 

게임 중반.

 

아리의 킬뎃은 0/6/0

 

이렐의 킬뎃은 3/1/0

 

코그모와 나는 각각 2데스씩만 기록한 상황.

 

누가 봐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스코어가 15 : 3으로 10킬 이상 벌어진 데다가, 용도 두차례나 뺏기고 모든 1차타워가 밀린 상황이었다.

 

역시나 걱정대로 이렐은 아리를 집중적으로 욕하기 시작했다.

 

나머지 아군의 cs격차는 크지 않으나, 아리의 cs는 100개를 채 넘기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와중에 짜오는 묵묵히 할 일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미드갱을 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하니 이렐의 의견에 조금 동의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혹시 탈주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나는 아리를 위로해주었고, 아리는 연신 '미안하다고 ㅅㅂ'라면서 미안한데 화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렐이 조금 부모님 안부를 묻는 둥 심하게 다그치자, 결국 아리도 맞대응 하기 시작했다.

 

갱을 오지 않은 짜오에게 화살이 돌아갔고, 하지만 짜오는 역시나 아무 말도 없었다. 진짜 중국인이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차마 그러진 못했다.

 

나는 조심히 아리의 멘탈의 안부를 물어보았고, 봇듀오 역시 푸짐하게 싼 주제에 나한테만 ㅈㄹ이냐는 말로 대답했다.

 

나와 코그모가 아리를 위로하고 격려하자, 이렐은 "아 그럼 아리가 잘했다는거냐?" 라고 응수했고, 차마 잘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은 채

 

"지고싶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열심히 하셨는데 무리하시다가 저렇게 된 거잖아요. 너무 나무라는 것도 좋지 않으니 끝까지 해봐요"라고 말했지만, 누구도 그 말에 대답이 없었다.

 

 

"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렐님도 이기고 싶은 마음에 욱해서 욕하신거니까, 조금만 참고 믿어봐요."

 

"아리님두, 남 탓 하는거 별로 안좋아보여요. 그렇다고 너무 의기소침한 것도 좋지 않으니까, 열심히 해요."

 

나는 오더를 내리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팀을 하나로 묶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열심히 채팅을 치는 도중 결국 내가 먼저 짤려버렸고, 부리나케 퇴각핑을 찍자 아군들은 전부 억제기 타워로 도망갔다. 누가 봐도 나의 실수인데, 아무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

 

그 말인 즉슨, 적어도 내 말에 반박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조그마한 희망을 가지고 더욱 다독이며 멘탈힐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리는 다시 죄송하다고 하고, 이렐은 '그래 어디 끝까지 해보자 ㅅㅂ'라는 말로 자신이 지금까지 츤데레였다는 것을 인증했다. 짜오는 역시 묵묵부답. 다들 확실한 컨셉을 가지고 있다고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고, ㅋㅋㅋ 라는 대답과 함께 아군이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려 했다.

 

상대가 무리하게 바론을 가져가다 뒤를 잡히고, 상대 케이틀린을 매혹->속박 으로 끊는 둥, 게임이 전체적으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억제기를 지키며 꾸준히 버티고 cs를 거의 다 따라잡은 상황. 킬데스는 20 : 5정도지만 게임시간 40분 정도에 그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아이템은 거의 비등비등하게 뽑은 상태.

 

상대가 마음이 급했는지, 바이가 q로 선진입 하고, 짜오에게 궁을 시전했다. 하지만 바이 하나만 보고 자이라를 픽 한 나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기적적으로 적 다섯명을 전부 띄웠고, 기다렸다는 듯이 짜오의 휩쓸기로 바이 혼자 남았다.

 

물론 바이는 잘 큰 코그모와 아리의 폭딜을 버티지 못했다. 이렐의 돌진과 스턴. 아리의 매혹과 나의 속박이 그동안 모아놨던 마일리지를 폭발시키듯 예술적으로 작렬했다. 이어지는 코그모의 프리딜. 친구의 입에서 "이케시아아아아!!"라는 외침이 pc방을 들썩거렸다.

 

적 마무리가 뜨고, 짜오를 제외하고 전부 풀피. 이렐이 몸을 대며 2차타워부터 넥서스까지 모두 밀어버리고, 그렇게 승리를 맞이했다.

 

기쁜 마음으로 통계화면으로 나가니, 적을은 사분오열 싸우기 바빳다.

 

누구나 들었을 법한 말인, '이걸 지넼ㅋㅋㅋ' '이걸 이기넼ㅋㅋㅋ' 등으로 채팅창이 도배가 되었다.

 

그 와중에 짜오의 무겁던 키보드가 말을 꺼냈다. "자이라님 하드캐리요."

 

내가 왜 캐리한거지 라는 놀람과 한글 쓸줄 아는구나 라는 놀람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이에 상대방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아리와 이렐은 "ㅇㅇ"  "인정." 등으로 그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나는 "아니에요. 다들 잘해주셔서 끝까지 버텨서 이긴걸요" 라고 겸손하게 대답했고, 이렐은 내가 아니었다면 던질 뻔 했다고.

 

아리 역시 미안했지만 쪽팔리고 자존심 상해서 막말했는데 내 덕분에 마음을 다잡고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음 한켠이 짠해짐과 동시에, 얼굴이 붉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그게 서포터 역할인걸요 ^^; 각자 다들 역할에 충실해주셔서 이겼네요." 라고 말을 날려주고 멋지게 퇴장했다.

 

칭찬받은 기쁜 마음을 품고 친구와 연신 떠들어댔다. 녀석은 마지막 폭딜은 자기 덕이라며 왜 나는 칭찬 안해주냐며 뾰루퉁해진 상태였고, 커피 한잔을 사주자 베시시한 얼굴로 나에게 엄마라고 하는 녀석을 보니 징그러워.....

 

 

부푼 기대감으로 그대로 승급전으로 이어갔고, 결국 기적처럼 3연패로 승급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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