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고3때였음.
필자가 한창 공부의 노예로 살던 시기였는데, 특히 우리 학교에는 "정독실" 이라고 남아서 추가로 자습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었음.
야자는 9시까지지만 집에 들어가봤자 공부 안할거 뻔하고 해서 정독실에 남아서 늦게까지 매일 추가로 자습을 했었음.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 동네는 좀 으슥한 동네임.
우리학교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신도시라서 한창 신식 아파트랑 건물도 많이 올라가고 번쩍번쩍한 곳이었고
왼쪽은 개발이 덜 되서 폐건물도 있고 철도랑 도로말고는 아무것도 없고 그런 동네.
아무튼 그날도 공부하고.. 짐 챙겨서 학교 딱 나오는데
왠 할머니께서 멀리서 날 빤히 쳐다보셨음.
「학생이지?」
뭐지.. 하고 생각했음. 할머니께서 자기는 저 위쪽에 사는데 하면서 산쪽에 있는 아파트를 가리키심.
근데 자기가 길을 잘 모르겠다면서 집에 전화 좀 걸게 전화 한통만 쓰자고 하셨음.
글 쓰면서 객관적으로 보니까 이 시점에서 벌써 좀 이상한 플래그가 서긴 했던것 같음.
그래도 할머니니까. 힘으로 봐도 내가 훨씬 쎄고 달리기도 내가 훨씬 빠르고.. 그런걸 떠나서
할머니가 길물어보는데 보통 누가 위험하다는 식으로 생각함? ㅋㅋ
그래서 당연히 별 의심없이 폰 드렸음.
잠시 한 2~3분 통화 하시더니 밤 눈이 어둡다면서 버스정류장까지만 좀 데려달라하심.
버스정류장이 멀면 모를까, 걸어서 5분? 하여튼 엄청 가까웠기 때문에 귀찮았지만 그냥 모셔다 드리기로 함.
근데 그 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었는데, 좀 있다가 다시 전화드리려고 일단 끊었음.
생각해보니까 엄마가 걱정하실 것 같았음.
그래서 할머니한테 "할머니, 정류장 저기 저쪽으로 길 건너 가시면 바로 있어요."
하고 그냥 집에 걸어왔음.
걸어가면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지금 가고있다고 말씀 드렸음.
「아침에 엄마 꿈자리가 안좋더라. 빨리 들어와라.」
-뚝
끊고나서 시계화면을 보는데 거의 12시였음.
갑자기 소름이 쫙 돋았음.
이 근처 버스정류장은 전부다 11시 전에 막차가 지나감.
소름끼쳐서 집에 뛰어와서 폰 통화내역 봤음. 전화 발신 흔적은 있긴한데 겨우 5초 통화했음.
전화걸어보니 당분간 수신이 정지된 번호라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