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퍼온걸 또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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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레딕에서 가져온 자료임을 밝혀요
흥미로워서 가져와봤어, 내가 좀 수정했음
몇 년 전 일이다.
내가 살던 빌라 바로 이웃집을 허물고 있었다.
근데 정말 순식간에 허물었다.
2층의 하숙집이었는데, 한 한달만에 깨끗이 철거되었던 거 같다.
참고로 내가 살던 빌라는 5층.
그래서 옥상에 올라가면 허물어진 이웃집의 콘크리트 더미며
뼈대만 간신히 남아있는 집터며, 그런걸 잘 볼 수 있었다.
난 그때무렵 밤마다 옥상에서 체조를 하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때가 겨울이었던것 같아. 크리스마스날도 나홀로 체조를 하는 중이었다.
철거한지 한 이삼일 됐나?
그날도 어김없이 운동하러 나가는데, 갑자기 철거한 터가 눈에 띄었다.
아마 달빛 때문에 그림자가 만들어질 정도로 맑은 날씨여서 더 잘 볼수
있었던것 같다.
음..줄곧 바로 옆에 있었던것 같은데, 제대로 본건 그날이 처음이었던것 같다.
달빛 때문에 드리워져 있는 폐건축물 잔해의 그림자가 굉장히 으스스한 느낌을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건축물을 눈 구석으로 흘기면서 체조를 하고 있는데, 뭔가 희끄므리한게 잡혔다.
어린 남자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색과 노란색의 체크무늬 셔츠와 칠부 청바지.
12월달의 추운 날씨였는데, 엄청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참고로 말하지만, 난 영감이란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귀신같은걸 보기는 커녕 별로 믿지도 않는 편. 지금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
그 남자아이는 부서진 콘크리트 벽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이상하단 생각만 했다.
철거된 집터에, 그것도 한밤중에, 웬 꼬마애가 있나 싶었다.
그애는 내가 자기를 보고있다는 것도 눈치못챈듯, 흔들림 하나 없이 앉아있었다.
그때는 나도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근데 그게 시작이었다.
그 다다음날에, 저녁 6시쯤인가. 어스름하게 해가 질때쯤 볼일을 마치고 돌아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대학로인데도 그날은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한산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그 철거된 터는 내 빌라 바로 옆집이어서, 집에 가기 위해서는
그곳을 꼭 지나쳐야 했다. 그리고 나는 어제일도 까먹은채 그곳으로 향했다.
지금 말하지만, 그 철거된 터가 꽤 넓다.
완전 전쟁후 폐허더미 같은 터를 슥 훑어면서 지나가는데, 저기 웬 사람형체가 보였다.
잘 보니까 무슨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구석에 앉아있더라.
그 할아버지, 정말 미동도 안했다. 처음에는 웬 미친 영감님인가 했다.
대머리에, 수염 좀 기르고, 갈색 나무 지팡이를 들고. 꿈쩍도 안한채 콘크리트 더미에 앉아있었다.
신기한 마음에 지나가면서 쭉 그 할아버지를 응시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아무튼 그땐 졸 깜짝놀라서 으아 뭐야 ㅆ ㅣ바 이랬는데, 영감님 얼굴은 의외로 평범했다. 그냥 동네 할아버지같은 인상이었다.
그 이상한 할아버지는 한 몇촘쯤 날 주시하다가 그냥 슥 얼굴을 돌려버렸다.
사실 우리동네에 미친 사람이 쫌 있다.
언제 한번은 살짝 맛이 간 아저씨가 연필들고 따라오면서 순대국밥집이 어디냐고
계속 묻는바람에 곤란했었지.
아무튼 난 할아버지가 그런 부류의 미친 인간들 중 한명이려니 생각했다
그날밤에 내가 또 체조를 하러 나갔다.
그날도 맑은 날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열심히 나비체조 하고 있는데,
바로 옆쪽 폐허에 또 누가 앉아있더라.
자세히 보니까 어제 그 꼬마랑 3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였다.
그 사람들, 그 넓고 넓은 터에서 하필이면 구석에 몰려 있었다.
게다가 그렇게 모여서 뭐 하는것 같지도 않았다. 꼬마는 말없이 앉아있고, 아저씨는 고개 숙이고 서 있었다.
근데 솔직히 환영이나 귀신이라고 치기엔 너무 리얼감이 있어서, 별로 무섭진 않았다.
그날은 열심히 땀흘리고 돌아와서 그냥 잤다.
난 침대 안쓰고 그냥 이불 깔아서 바닥에 자는데,
내 이불 바로 옆에 낮은 책상이 있고, 그 책상 바로 앞에 창문이 있다.
근데 문제는 그 창문으로 옆집이 바로 내다보인다는 것이었다.
좀 오래된 기억이라서 확실친 않은데, 한 새벽 2시쯤이었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내가 원래 잠을 깊게 못드는 타입이다.
부스스 깨가지고 아오 뭐야 어떤 시끼가 이러면서 창문을 내다 봤다.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살던곳이 대학로라, 할일없는 대학생들이 자주 술쳐먹고
도로변에서 미친짓을 하곤했다. 난 그런 소동인줄로만 알았다.
근데 창문을 내다보니까, 바로 보이는 옆집 터에서 한 13명??정도의 사람들이 무리지어
웅성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것도 다 터 한쪽 구석에 몰려서.
연령도 성별도 들쭉날쭉했다.
아까 그 꼬맹이 있었고, 30대 남자는 잘 모르겠다. 여자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그땐 소름이 쫙 끼쳤다. 저것들은 뭐야 이러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 개미마냥 모여서 뭐라뭐라 웅성대고 있었다. 난 근처 정신병원에서
집단탈출 한줄 알았다.
근데 이사람들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
구석에 처박혀서 계속 웅성웅성거릴 뿐이었다.
솔직히 무서웠지만, 그쪽은 폐건물 바닥이고 이쪽은 5층 꼭대기.
설마 쳐들어올리는 없겠지 생각하고 내일 학교 때문에 그만 잤다.
학교 갔다와서 혹시 모르니까 이웃집을 체크해봤다.
당연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냥 콘크리트 더미만 무성하고.
에이 뭐야 이러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부모님이 왠지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
이쯤되서 설명을 하자면,
내가 살고있었던 빌라와 옆의 2층집은 모두 근처 대학의 대학생을 위한 하숙집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빌라와 하숙집이 엄청 많았는데, 그중 옆집(허물어진)하숙집의 아주머니와는 어렸을때부터 잘 알던 사이었다.
그런데 부모님(빌라 주인)은 그 아주머니하고 싸웠던 모양이었다.
내가 뭐냐고 물어도 부모님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또 밤이 왔다. 내가 정말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난 또 운동을 하러 나갔다.
어젯밤에 그런 일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미쳤지 싶다.
그날은 줄넘기를 하러 나갔다. 옥상에 올라가서 줄넘기를 하려는데, 또 웅성웅성
소리가 들리는 거다. 하루동안 잊고있었던 공포가 몰려왔다.
우리집 빌라 옥상이 말이지, 담이 없다. 그냥 뻥 뚤린 쇠난간 몇 개만 서있어서 위험하다면 좀 위험한.
그리고 그 때문에 옆집의 상황이 소름끼치게 잘 보였다. 아무튼, 사람들이 있었다.
옆집 폐허에 사람들이 또 모여있는 거다. 진짜 무서웠지만, 궁금하기도 해서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눈만 내놓고 쳐다봣다
근데 숫자가 좀 늘어난것같았다. 전에는 10명 남짓이었는데, 이번에는 좀더 불어나서 한 15? 17정도??
그런데 도저히 저 사람들이 뭘 하는건지, 알수가 없었다.
그저께와 마찬가지로 좁은 구석에 몰려서, 웅성웅성 하고 있었거든. 진짜 미친사람집단 같았다.
근데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땅바닥의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중얼중얼 소리는 계속됬고, 무서워진 나는 방안으로 들어왔다.
저게 말로만 듣던 귀신?????아오 빡치네 착하게 살았는데 왜 나한테 이런일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들어와서 씻고 바로 잘려고 방에 들어왔다. 아오 근데,
내방 창문으로 옆집의 웅성거림이 다 들어왔다. 잘려고 하는데 무서워서 도저히 불을 못끄겠길래, 그냥 불켜놓고 누웠다.
진짜 밖에서는 미친 사람들 웅성거림 들려오고, 무섭다고 불도 켜놔서
눈도 부시고 해서 잠도 않오는 바람에 그 웅성거림을 계속 듣게 됬다.
근데 있지, 계속 그 웅성거림을 듣다 보니까 무슨 말인지 대충 알아들을 수 있게됐다
그사람들,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어.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내생애에서 그렇게 목숨의 위협을 느낀적도 얼마 없을거다.
'먹어'라는 소리가 고장난 테이프 늘어지듯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적어도 내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완전히 겁에 질려서, 자리 박차고 일어나서
그날은 거실에서 잤다. 거실 창문은 최소한 옆집에 면해있진 않았다.
그날도 학교갔다 왔다가 저녁 늦게 집에 오는데, 부모님이 전화상으로 누군가와
싸우고 있었다. 난 아무말 없이 방에 들어갔고, 곧이어 아버지가 전화를 탁 소리나게
내려놓는게 들렸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당시에 우리 가족은 대가족이라서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동생 둘 이렇게 다 한집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어른들만 모여서 가족회의가 열렸다.
엄마가 빨리 니방으로 들어가라고 해서 무슨 내용인지 듣진 못했는데, 간간히 문틈으로 들려오는 고함소리로 대충 내용은 추정할수 있었다.
그러니까, 기억해보자면,
할아버지가 "절대 안돼!! 누구 집안을 말아먹으려고 그 여자 부탁을 들어줘!?"
이렇게 완전 노하신듯이 소리치고, 엄마도 "그거 절대 받아주면 안돼요" 이러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뭐랄까, 직감적으로 우리 옆집 아주머니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무언가를 빌미로 엄청 시비가 붙은것 같았다. 하지만 그당시 나는 어렸고,
뭐때문에 시비가 붙든 그건 어른들 세계의 일. 호기심은 생겼지만 곧 접었다.
지난 며칠간은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참고로 부모님한텐 내가 옆집에서 본 사람들이랑 웅성거림 얘기는 하지 않았다.
괜히 걱정만 끼쳐드릴것 같아서.
그렇게 아무일 없이 일주일이 지나고, 그 사건도 거의 의식하지 않게 될 무렵,
사람들이 다시 나타났다.
게다가 숫자가 훨씬더 불어 있었다. 한 40명쯤??? 사람들도 가지각색이었다.
노인도 있고 여자도 있고 아저씨도 있고 꼬마도 있고. 아 근데, 맨 처음에 봤던
체크무늬 셔츠 꼬마는 보이지 않았다.
운동은 하지 않았고, 그냥 자려고 누웠는데 창문을 통해 또 그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사람수가 늘은만큼 웅성거림도 훨씬 자잘하고 많이 들려왔다.
중얼거림은 또 그거였다.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먹어의 무한반복.
이불뒤집어쓰고, 괜히 알고 있는 욕은 다 소리내서 해가면서 억지로 잠을 자려고
했던게 기억난다ㅋ욕이라도 내뱉으면 세질줄 알았던가...
아무튼 그렇게 덜덜 떨면서 하룻밤이 지났다.
그 다음부터 그 사람무리는 매일밤 나타났다. 어쩜 그리 하루도 안빠지는지...
진짜 신경쇠약 걸려서 비실비실 거렸다. 밤이면 밤마다 옆집 폐건물 더미에 모여서
웅성웅성웅성웅성. 아오진짜 그게 머든간에 그것들 때문에 잠 설치고 한거 생각하면
열이 오른다. 근데 그사람들, 그냥 정신병자들 치고는 몇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사람들, 밤마다 숫자가 늘어났다. 점점 새로운 얼굴들이 보였다.
빨리는 아니고, 천천히 한명씩 한명씩 늘어난것 같다.
게다가 사람들이 그만큼 많이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두 다 같은 구석탱이에만 박혀가지고 나올 생각을 안했다. 진짜 개미떼들 같았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솔직히 이젠 좀 지치기도 하고, 익숙해지기도 해서
웬만큼은 견딜수 있었다. 이젠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고.
그 사람들, 그때까지만해도 웅성거려서 짜증나고 소름돋기만 했지
나한테 별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건 아니었거든. 게다가 나말고는 본사람도 없는듯 하고.
그렇게 안심하고 있는데, 사건이 일어났다.
그 날도 몇명이 더 불어난 미친놈들 떼가 구석에 처박혀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난 그때까지도 '그게' 귀신일거라고는 별로 생각치 않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귀신이라거나, 뭐 그런 영적인 존재로 치기엔 너무 느낌이...음, 생생했거든.
그렇다고 완전히 살아있는 생물로 보기에도 좀 위화감이 있었지만. 음. 그건 나중에.
이제 웬만큼 익숙해진 나는 용감하게!!! 고개를 들어 창문을 내다봤다. 그때까지는 무서워서 몸 전체를 내놓지도 않았다.
그렇게 창문 턱에 팔을 걸치고 사람들을 구경했다. 이렇게 보니 진짜 다양한 사람들이있더라...
근데 이렇게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어린애와 노인도 있었긴 했는데, 그건 소수고, 대부분이 한 대학생정도 되보인는 젊은이들. 아무튼 많았다.
엄청 많았다. 그새 또 늘어나서 60명 정도는 되보였다.
이상한건, 그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데도 누구하나 나와서 볼생각을 하지않았다는 거다.
한 1~2분정도 구경하고 있었나. 사람들은 계속 '먹어'를 연발하고 있었다.
좀 모자란 사람들 같기도 해서, 피식 웃으면서 먹긴 멀 처먹어 이러면서 보고 있었다.
근데, 순식간에 그 60명이 고개를 돌려서 나를 봤다.
60명쯤의 사람이 한번에 날 쳐다보는건 유치원 재롱잔치 이후로 처음이지싶다.
으앙ㄱ앙ㄱㄱ아가 이러면서 창문닫고 뒤로 물러서는데,
진짜 이세상의 것이 아닌것 같은 장면을 목격했다.
지금도 그게 두려움이 불러일으킨 내 환상이었는지 진짜였는지는 모르겠다.
창문으로 보이는건,
우리집 벽의 환풍기 구멍을 잡고 내방쪽으로 기어오르는 60명의 사람들.
차라리 기절하고 싶었다. 근데 현실이란게 영화와는 다르더라.
목구멍이 막혀서 소리도 안나왔다. 울고 싶었는데 눈도 안깜박여지더라.
그만큼 쇼크가 컸던것 같다. 그냥 꺽꺽 이상한 소리 내면서 안움직여지는 다리
질질 끌다시피 해서 부모님 방으로 졸라 뛰어갔다.
부모님 둘다 주무시는데 문 냅다 열어서 엄마!!!!!!!!!!!!!!!!!!!!!!!!!!라고 엄청 크게 소리쳤다.
엄마하고 아빠하고 부스스 일어나서 뭐야 이러시는데 무조건 뛰어가서 엄마 막 흔들면서
내방 내방 이것만 반복했던것 같다.
반쯤 잠에 잠긴채로 짜증을 내는 아빠를 억지로 깨워서 내방으로 끌고갔다. 귀신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저 미친 시바라놈들이 우리집에 들어오게 할수는 없었다.
아빠는 내방으로 들어가고 난 경찰 부를려고 전화기 가지러 거실로 뛰어갔다.
근데 아빠가 졸린 얼굴로 나와서 뭔데그래 이러시는 거야.
좀 진정된 내가 아빠 저기 미친놈들이 벽 기어올라.....이럴려고 했는데 아빠는 그냥 들어가셨다.
방에 들어갔더니, 이건뭐 장난도아니고 60명쯤의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허무하기도 하고 열받기도 하고, 아무튼 온갖 감정이 뒤섞여서 그날밤은 그냥 잤다.
도중에 몇번이나 깨서 창문을 확인했는지 모른다.
그날 이후, 난 아예 A4용지를 창문에 다닥다닥 붙여놓고 열지도 않았다. 어차피
겨울이라서 상관도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난후,
나는 부모님이 이웃 아주머니 문제로 싸우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
아무튼간, 부모님과 옆집 하숙집 아주머니는 땅 문제로 대립하고 있었던것 같다.
확실히는 몰랐는데, 그래도 대충 알아들을수 있었던 것을 요약해서 써본다.
일단 기숙사 안들어가고 하숙하고있는 대학생이라면 알겠지만,
하숙집이나 빌라의 여러 여건에 따라서 방세는 많이 달라진다.
학생들 개인취향도 얼마간 반영되겠지만, 일단 보편적인 것을 따져보자면
대학교와의 거리, 건물 방향, 그리고 방 넓이와 가구수 그리고 그에 비례하는 방세.
이정도다. 이런 조건에 한해서 우리집은 대학교에서 걸어서 20분거리였고, 방향도
좋아서 햇빛도 잘들었고, 방도 꽤 넓고 쾌적한것에 비해 방세는 쌌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조건이 더 추가된다.
이것은 건물 자체의 이점이라기 보다는 지리적 이점인데,
문제의 조건은 바로 전봇대.
그거 알아?
전봇대가 인체에 무지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는거.
전봇대에서 흘러나오는 전파 자체가 사람에게 무척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고...들었다.
부모님이 이웃집 아주머니 문제로 언성을 놓이면서 싸울때 흘러나온 대화에서
뭐라나, 그런 전파같은게 뇌암까지도 유발한다나?
아무튼 상당히 좋지 않다는것 같다. 아무튼 전봇대와의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집값이 떨어진다는 거였다
우리집과 그 하숙집이 일직선상에서 서로 붙어있는데 집 사이 간격이 한 50미터 정도 됬을거야.
말그대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사이지.
근데 문제는, 옆집에서 한 30미터정도 올라간 지점에 전봇대가 있었다는 거였다.
우리집하고는 꽤 멀었던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아주 먼건 아니고, 걸으면 한 1~2분안에 다달을 정도.
하지만 이웃집에서는 가까웠다. 아니, 사실 그렇게 가까운 거리도 아니었는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이건 좀 나중에서야 알게 된건데, 사실 옆집을 허문것 자체 부터가 문제있는 일이었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멀쩡하던 하숙집을 갑자기 허문 거거든.
명목상의 이유는 일단 확장이었다.
안그래도 소동이 좀 있었다. 그 하숙집에 머무는 학생들 다 내보내고...
아무튼 굉장히 갑자기 철거를 시작했다. 아주머니와 싸우는 부모님도 그 이유를
완전히 알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확장공사를 한다고 건물 자체를 다 헐고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근데 확장공사를 하고 다시 하숙집을 짓는다고 하면 마이너스 요소가 있었다.
바로 내가 아까 말한 전봇대. 가뜩이나 가까운데 확장공사를 하면 더욱더 가까워질 것 아냐. 집값은 당연히 떨어지고.
부모님과의 마찰은 바로 거기서 비롯된것이었다.
그러니까....그 아주머니는 일단 굉장히 정중하게 부모님께 확장공사에 방해가 되니
전봇대를 조금만 우리쪽으로 옮긴다고 한 것 같았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아주머니의 정중한 태도에 오케이했다. 전봇대 몇십미터 옮기다고 별 문제가 되랴 하셨던것 같다.
근데 웬일. 나의 위대하신 어머님이 어디선가 정보를 입수해 오신 것이다.
전봇대 때문에 오히려 우리쪽 집값이 말도안되게 떨어질거라고.
그렇게 소동이 일어났던것 같다.
아주머니는 조금만 옮기게 해달라고 사정하고, 내 부모님은 완강히 거절하고.
근데 이 아줌마, 일단 확장공사는 밀고 나갔다.
그래서 공터가 전봇대 근처까지 미치게 됬다.
아무튼간 그때는 그일로 굉장히 시끄러웠다.
나는 나대로 무서웠다. 도대체 저 곱등이마냥 늘어나는 인간들은 뭐냐고...
근데 동네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내가 머리가 이상해진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밤이 오고, 사람들은 계속 늘어났다. 다 구석에 처박혀서 웅성웅성.
또 섣불리 쳐다봤다가 그때처럼 슬슬슬슬슬 벽타고 올라올까봐 보지도 않았다.
옥상에서 하는 운동도 끊고, 밤에는 벌벌 떨면서 지냈던것 같다.
그렇게 몇주일인가 지났다.
아무튼 몇주일 나름 조용하게 지나갔는데, 사건이 터졌다.
사실 그 공터, 철거한지 몇달이나 지났는데도 신축공사를 할 기미가 안보였다.
나중에 하긴 했는데, 그건 먼 훗날의 이야기.
사실 내가 살던 곳이 좀 시골이었어.
산도 굉장히 가까이 있었고, 때문에 산짐승 같은게 많이 내려오곤 했다.
그래서 길가에 짜부된 시체도 많았고. 워낙 많이 보다보니까 내성도 생겼지만.
그때 본 시체는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시체라고...하기엔 좀 뭐하고, 시체의 '일부'였다.
무슨 동물인지는 모르겠다. 처음 발견했던것은 겨울도 슬슬 지나가는 1월 중순정도.
집에 오는데 웬 꼬꼬마 시키들이 공터 구석에 몰려있는거야.
근데 마침 그 구석이 그 미친넘들이 몰려있는 구석이었거던. 호기심에 가봤다.
냄새나는 초딩새퀴들 헤치고 가보니까, 그 '뭔가'가 보였다.
고양이었다.
근데, 목 조금 아래로 뜯겨나듯이 잘려서 나뒹굴고 있는 고양이의 두상.
특히 눈알이 가관이었다. 하얀 막같은거에 덮여서 반쯤 튀어나온 상태.
그리고 고양이의 손? 발?? 아무튼 사지 중 하나가 나뒹굴고.
초딩 새퀴들은 그걸 나뭇가지로 찔러보고 있었다.
아정말....또 생각하니까 토나온다.
고양이의 목은 말그대로 '뜯겨져나온' 상태였다.
그러니까, 목 부분의 내장있지??목뼈라던가, 식도라던가, 성대라던가...
그딴게 목 잘린 부분 아래로 죽 늘어져있었다.
벌써 부패되는지 냄새도 장난이 아니었다.
그대로 집에 돌아와서 뭘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책상에 앉아서 벌벌
떨었던것같다. 밤이 오는게 무서웠다.
설마 그 미친놈들, 실제로 살아있는것에 해를 끼칠 줄이야.
자꾸 그것들의 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먹어 랩이 생각났다.
아오 그 시바ㄹ럼들 고양이를 처먹고 있었나.... 괜히 욕을 하면서 떨었다.
아무튼, 그렇게 또 밤이 왔다.
밤이 오고 달이 뜨자 또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진짜진짜 정말 레알로 무서웠지만, 당시에는 망할 호기심이 강했다.
왜 있잖아, 초자연적 오컬트를 향한 동경 같은거. 아직 어렸던 때라, 앞뒤구별도
못하고 그런걸 좋아했던것 같다. 물론 겪으니까 장난 아니었지만.
그래서 창문열고 옆집 공터를 봤다.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람들, 진짜 바글바글했다. 족히 백명은 되는듯.
아니, 그 공터가 아무리 확장되고 넓어졌다 하지만 진짜 빡빡했다.
근데 이것들이 진짜 뇌를 삶아먹었나, 딴 넓은 공간 놔두고 한족 구석에만 몰려있었다.
그 고양이 대가리 있던 구석에.
모두다 땅바닥을 내려다보면서, 뭐라뭐라 중얼이고.
먹어먹어였던것 같다. 또 벽 막 기어올라올까봐, 이번에는 이불 뒤집어쓰고 책상위로
눈만 내놨다. 달이 하도 밝아서 잘보였다.
근데 뭐랄까, 내가 저번에 환영같지는 않지만 완전히 살아있는 생물같지도 않은
위화감이 느껴졌다고 했지?? 달빛이 환하니까, 그리고 위에서 지켜보면서 그 위화감이
뭐였는지 알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사람들 있지, 아니, 정확히는 그 사람들 중 몇몇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간 그 몇몇, 그리고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그림자가 없었다.
내가 이걸 알수있었던 것은, 일단은 달이 워낙 밝았기 때문.
과장 아니고, 진짜 불하나 켜져있지 않은 우리집 옥상에 나가도 내 그림자가 뚜렷이 보였다.
또 하나는, 하얀 콘크리트 더미에 까만 그림자가 괴괴한 정도로 선명하게 비친다는것.
사람수가 워낙 많아서 확인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지만, 분명이 몇몇은 그림자가
없었다.
아오 진짜 그런것들이 고양이 있는 구석에서 먹어먹어먹어 요러면서 우글대니까,
그날 저녁에 먹은게 다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그냥 굳은채로 봤다.
아마 그때가 휴일이었을거야...그땐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밤 새우기로 작정했거든.
일단 해가 떠있는 낮 동안에는 그것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확실했으니까.
한 새벽 3, 4시쯤이었을거야.
아직 캄캄한 밤이었지. 나도 막 꾸벅꾸벅 잠이 오는데, 살 꼬집으면서 억지로 버텼다.
아무튼 2시간인가 지나니까, 빠글빠글하게 모여있던 인간들이 슬슬 흩어지기 시작했다
근데, 흩어진는거 정말 빨랐다. 막 바퀴벌레가 도망치듯이 사사사삭 흩어지더니,
동네 전체로 빠져나가더라. 방향은 제각기 달랐다.
아무튼 그걸 끝으로 공터는 한산했다. 나도 그 뒤에는 잠자리에 들었던걸로 기억한다.
그 다음날, 그저께 밤새운 탓에 한 오후1시쯤에 기상한 나는 그 공터로 가봤다.
그 사람들이 있던 구석에는 여전히 고양이 머리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누가 치울
생각도 안한것 같다. 그밖에는 별다른 이상한게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또 며칠이 지나고, 웅성거림은 이제 몇달 겪다 보니까 일상적인게 됐어.
그렇게 아무일 없이 지나가나 했더니, 또 괴사건이 생겼다.
우리 동네 꼬꼬마 새퀴들 있잖아. 동네 초딩들.
걔네들이 있지, 무슨 생각으로 그런진 몰라도 자꾸 그 공터에 가서 놀았다.
처음에는 한명 두명정도였나, 근데 날이 가면 갈수록 거기서 노는 애들이 많아졌다. 거긴 정말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랑 철근밖에 없어서, 위험하면 위험했지 애들이 놀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가까운데에 놀이터가 있었는데도 애들이 그리로 모였다. 진짜, 학교에서 돌아올떄마다 수가 늘어나 있는 애들을 보는데, 밤마다 모여드는 그 미친놈들이 생각나서 오싹해지곤했다.
게다가 오래 놀았다. 겨울철엔 원래 해가 일찍 지잖아. 한 6시 정도에.
근데 8시가 넘어도 애들이 거기서 떠날 생각을 안하는 거지;
지들끼리 뭘 키득거리며 노는데,
급기야 엄마들이 애들 데리러 거기로 오는것을 봤어.
더 오싹한 건, 밤마다 미친놈들이 모였던 그 구석에서 논다는 거였다.
그것도 그 인간들하고 똑같은 자세로, 쭈그리고 앉아서 땅바닥에서 도대체 뭘 하는지 웃으면서.
한 10명쯤 됬나.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냥 동네 애들이 아지트 같은데 찾아서 노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나한텐 굉장히 섬뜩한 장면이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우리동네에 초딩치고는 굉장히 조숙하고 착한애가 있었거든??
초등학교도 같이 나와서 잘 아는 사이였다. 근데 그애도 초딩 무리에 끼여서 그
공터 구석에 놀고 있었다.
근데 이 착한 애가, 9시가 지나도록 집에 갈 생각을 안했다.
이무렵 초딩들은 주위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들을 모아 쌓아서 벽같은걸 만들고,
그 안에서 지들끼리 놀곤 했다. 아무튼 이녀석이 9시가 지나서 완전히 깜깜해졌는데 자기 친구들이랑 그 콘크리트 더미에서 나올 생각을 안하는 거다.
그때 동네 사람들 꽤 많이 모여있었고, 난 그걸 우리집 베란다에서 보고 있어서
생생히 기억한다. 콘크리트 더미에 모여있는 애들을 데리러 아줌마들이 모였고,
아줌마들이 모이면 으레 그러듯이 수다를 좀 떨다가 시간이 많이 됬다 싶자 자기
애들을 불렀다. 애들은 묵묵부답.
한참 불러도 대답이 없자, 그 착한 아이의 어머님이 직접 그 콘크리트 더미가 있는
구석으로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괴성과 함께 그 아주머니한테로 돌이 날아왔다.
다행히 아주머니 맞지는 않았다. 아줌마들 막 웅성거리고, 그 돌맞을뻔 했던 아줌마는 놀래서 엉거주춤 서 있었다. 그러자 저기 구석 콘크리트 벽에서 누군가 쑥 고개를 내밀었다. 그 아주머니의 착한 아들이었다.
우와...나 진짜, 걔랑 같이 몇년동안 한 동네에서 살았는데, 그애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
그 착한 애가 한 팔에 콘크리트 더미를 껴안고 자기 엄마한테 막 던지면서 괴성을
지르는 거다. 머라 했더라, "오지마!!! 오지마!!!! 오지말라고!!!!!!"
대충 이러면서 발악을 했던것 같다.
더 무서웠던건, 내가 위에서 보고 있어서 알수 있었던 건데,
그애 주위에 애들이 한 서너명 있었거든? 근데 걔네들, 존나 킬킬거리면서 그 남자애 팔에다 콘크리트 조각들을 주워다 얹어주더라.
지금도 소름돋아..
아무튼 그 착한애는 계속 자기 엄마한테 돌 던지고, 아줌마는 그냥 팔로 얼굴
막고만 계셨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자기 아들이 던지는 돌에 뭐 피할생각도 못하고 그냥 벙찌셨던것 같다. 다른 아줌마들도 마찬가지. 소란을 듣고 나온 아저씨들이 그애를 강제로 붙잡을때까지 그상태가 계속됬다.
주위 동네 사람들 다나오고, 그애들과 공터에서 같이 놀았던 초딩들도 나 나와서
구경했다. 실실 쪼개면서. 엄마가 자기 아들한테 돌맞는거 보면서 도대체 뭐가 그리 웃겻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착한 아들을 비롯 그 콘크리트 더미에 숨어있었던 애들은 죄다 강제로 집에 끌려갔다. 아저씨들이 그 구석에 가서 애들을 끌고나오는데, 진짜 대단했다. 애들은 악쓰면서 돌던지고, 잡히니까 팔뚝물고, 발버둥치고...엄청 요란해서 주위사람들 거의 다 나왔던것같다.
그래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 철거된 하숙집으로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언제까지 저렿게 공터로 놔둘꺼냐고 불만도 나오고, 그 아들한테 돌맞은 엄마는
한동안 밖에 나오시지도 않았다. 근데 그 하숙집 아줌마는 끄떡도 안했다. 그냥,
전봇대가 방해되서, 아니면 아직 겨울이니까 시기가 안맞아서, 이런 말뿐.
그렇게 확실한 결론도 없는채로, 공터는 계속 방치됬다. 어른들이 아무리 뜯어
말려도 애들은 계속 거기에 모였고. 수도 갈수록 늘었다.
그리고, 며칠 더 지난 밤에, 진짜 소름끼치는걸 봤다.
언제였나, 거의 2월달 들어갈때쯤이었을 거다.
그날밤도 억지로 웅성거림을 무시하면서 잠자려고 하는데, 무섭기도 하지만 이젠 짜증이 더 뻗쳐서, 욕을 하면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근데, 세명쯤인가, 딴 미친놈들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한쪽 구성에 몰려있는데,
그 세명인가 몇명인가만 멀찍이 떨어져서 몸을 돌리고 반대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근데 그 세명, 몸집이 묘하게 작은거야ㅋ 어린애같달까. 게다가 걔네들만 완전히 몸을 돌려서 딴방향을 보고 있구...
걔네가 구석이 아니라 바깥쪽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로등 불빛에 비친 얼굴을 확인할수 있었다.
다름아닌 그 소동때 콘크리트 더미에 죽치고 앉아서 돌던졌던 꼬꼬마들.
그 착한 애도 끼어 있었다.
걔네 얼굴 보는순간, 내가 드디어 미쳤지 싶었다.
솔직히 이런일이 일어날리가 없자너.................뭐냐고 근데.
그 초딩들, 꿈쩍도 안하고 정면을 보고 있었다. 날씨도 추운데 옷도 얇고.
꿈쩍안하고 있는 애들 세명하고, 그 뒤에 구석에 낑겨서 먹어먹어먹어먹어 요지랄 하고
있는 백몇명 무리의 정신병자들. 내가 무신론잔데, 그때는 정말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찾고 싶었다.
근데 의문점은, 도대체 그 꼬꼬마들이 어떻게 자정이 넘은 시각에 집을
빠져나왔냐는 거였다. 부모님들이 안그래도 저번 소동때문에 엄청 날카로워졌있는데. 게다가, 또 말하는거지만, 내가 살던 동네가 대학로라서 12시 넘긴 시각에도 시시닥거리면서 노는 대학생들도 꽤 있었거던.
아무튼간, 걔네들 그러고 몇시간동안 서있었던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공터 확인했는데, 그땐 이미 없더라. 아마 그 미친놈들하고 같이 돌아간 거겠지.
아무튼간 학교갔다가 돌아왔다. 초딩들은 아직도 구석에서 놀고 있었다.
근데, 이번에는 초딩들뿐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거기서 놀던 애들은 모두 초등학교 2~3학년정도의 어린애들이었거던.
근데, 거기에 섞여서 좀 커다란 애들이 보였다. 한 초딩 5,6학년 정도. 연령대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그새끼들도 실실 쪼개면서 뭘 하고 있던데, 무서워서 그냥 집에 바로 왔다.
집에와서 씻고 밥먹고 숙제하는데 아직까지도 애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진심으로 무서웠다. 책상앞의 커튼은 좍 내려놓고 건드리지도 않았다. 창밖을 내다보면 이번에는 애들이 우리집 벽을 기어올라올것 같은 느낌에...
9시가 넘자 부모님들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애들을 데리러 온 거겠지.
애들 악쓰는 소리가 나고, 고함소리 나고, 막 우는 소리도 났다. 이번에는 확인
안햇다. 저번같은 광경은 보고싶지 않았기에.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굉장히 궁금하긴 했다. 도대체 그 공터 구석에 뭐가 있는지. 왠지 자꾸 이끌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날이 가면 갈수록 그런 느낌이 더해졌다. 학교 오면서도 자주 기웃거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날보면서 깔깔 웃는 애들이 무서워서 진짜 가보진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그때 반쯤은 홀렸던게 아닌가 싶다.
희한하게도 그래도 끝까지 나는 홀리지 않았다. 제일 가까이 있었고 제일 처음부터 지켜봤는데도.
도대체 왜이렇게 일이 커졌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그냥 꼬맹이 하나가 돌더미에 앉아있었을 뿐이었는데...
아무튼, 애들이 자꾸 이상한 행동을 보이니까, 어른들 사이의 불만도 높아졌다.
그런데도 하숙집 아주머니는 애매한 소리만 해댈 뿐이었다. 전봇대가 문제라나 뭐라나. 아무튼간 그렇게 또 며칠이 흘럿는데, 드디어 그 미친놈들의 마수가 우리집까지 뻗쳤다.
아까 말한거 기억한 사람 있으려나. 우리집은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그리고 내 동생
두명 합쳐서 대가족이라고. 계속 이상한걸 본 난 괜찮았는데, 내 동생들은 그게
아니었다.
내 여동생이 나보다 3살 아래였거든. 그보다 더 어린애는 그당시엔 아직 갓난애였고.
근데 내 3살 아래의 동생이 그 콘크리트 더미에서 놀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도 물론 동네 소동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동생이 거기로 간다는걸
아시자 펄쩍 뛰셨다. 다만, 부모님은 그 공터를 아이들의 아지트 정도로 생각하고
계셨던거 같다. 어쩄든 동생은 콘크리트 더미에 갔고, 거기서 딴초딩이랑 실실거리면서 놀았다. 내 동생이지만 무서웠다.
언제 한번은 저녁 먹을 시간이 넘도록 그애가 돌아오지 않는거야.
그래서 부모님이 나보고 시켰지. 가서 동생좀 데려오라고. 아무래도 저번일을 나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설마 내 자식이 그러겟어, 그런 마음이셨겠지. 하지만 난 진짜 가기 싫었다. 나도 돌맞으면 어떡 하라고..
부모님의 성화에 떠밀려 어쨋든 옆집에갔다. 가는 내내 아 시팔 젖댔다 계속 이러면서 갔던게 생각났다. 돌에 대비해서 일부러 두꺼운 옷도 입고ㅋ
바로 옆집이라, 집을 나서자마자 저기 공터에서 놀고있는 동생이 보였다. 일단 가까이 가진 않고, 멀리서 xx야 라고 불렀다.
그색히, 들은척도 안하더라. 다시한번 불러도 여전히 씹고.
할수없이 가까이 갔다. 그떄가 아마 동생이 초딩 4학년인가 5학년인가 그랬을거다. 주위에 애들이 한 4명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구석 바닥에서 뭘 하면서 킬킬대는 동생 어깨를 툭 치면서 가자, 라고 했다.
우와, 근데 어깨를 치자마자 그색히가 획 돌면서 내 손을 쳐내더니, 날 존나 꼬라보면서 "건들지마!!!!!"이렇게 소리쳤다. 얼떨떨하기도하고 화나기도 해서, 다시 한번 어깨를 꽉 쥐고 가자고 했다.
근데 이번에는 이녀석이 나를 퍽 밀치는게 아닌가.
완전 뜻밖의 반응이라 뒤로 몇발자국 주춤 물러섰다. 동생녀석도 평소엔 착한애였는데,
그때 보니까 흰자위가 번뜩 돌아간게 장난 아니더라.
그와 동시에 주위 꼬꼬마들이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개중에는 콘크리트 더미를 쥐락놔락하는 녀석도 있었서 좀 쫄았따.
하지만!! 난 중딩이었고!!!! 내동생은 초딩!! 내 동생한테 쫄면 체면이 말이아님ㅋ ...그렇게 오기로 동생을 억지로 잡아끌었다.
"아 미친년이 좀 가자!!!!!!"
이러면서 동생 어깨를 콱 잡았다. 그러니까 이색히가 으아앙강아아아악 이러면서 악을 쓰는게 아닌가. 왜, 어린애들이 장난감 안사줄떄 투정부리는것처럼. 근데 목소리는 훨씬 컸고, 쩌렁쩌렁했다. 게다가 주위 시키들은 계속 웃고 있었다.
솔직히 내가 밤마다 본 그 정신병자 무리들만 아니었으면, 나도 그냥 방치된 공터에 아지트가 생겼으려니, 했을거다. 근데 그게 아니란걸 아니까, 동생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데도 무서웠다.
하지만 어쨌든 내 동생 아닌가. 귀신이든 뭐든 홀리게 놥둘순 없었다.
딴 초딩시키들은 웃거나 말거나 냅두고 동생을 거의 질질 끌다시피 해서
공터밖으로 끌어냈다. 지나가던 대학생들이 우릴 이상한 눈으로 봤다.
공터를 벗어나니까 일단은 발악이 좀 가라앉았다.
반쯤 정신나간채로 악만 쓰고 있는 동생시키를 질질 끌고 빌라를 올라갔다.
그리고 무사히 저녁을 맥였다. 내가 진짜ㅋ너이색이 저녁 하나 먹일려고 별ㅋ
개같은 고생을ㅋ
아무튼간, 밤마다 그 먹어머거 어쩌고 랩은 계속되고, 초딩들도 거기에 껴 있었다. 게다가, 정신병자 무리가 늘어남에 비례해서 걔네들도 늘어났다. 아무짓도 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서있기만 했다. 아마도 밤새 내내.
그러다 결국에 그 동네 사람들과 하숙집 아주머니하고 시비가 붙었던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우리 부모님도 껴있었고. 신축공사는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상태로 한참을 갔다.
동네 사람들은 도가 지나친 아이들의 놀이가 그 공터때문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근데도 아주머니는 계속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자꾸 전봇대가 길을막고 있다는 소리만 하고, 공사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면서 우물쭈물.
그러던 와중에 또 한차례 소란이 일었다
그 맨날 공터에 모였던 초딩들, 그러니까 내가 밤에도 목격했던 꼬꼬마들.
걔네들이 아픈것 같았다.
몇명은 열이 상당히 올라서 응급실에 갔다는 소문도.
저번에 엄마한테 돌던졌던 아들도 끼어 있었다.
그리고 이건 그냥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뭔가 있는건지 모르겠는데,
그 시기에 맞춰서 그당시 아직 갓난애였던 내 막내동생이 설사를 하면서 앓기
시작했다. 덧붙이자면 혈변을 봐서 응급실도 갔다왔다.
3살 아래 동생은 가끔씩 지랄발광을 한단것 빼곤 짜증날 정도로 건강했다.
이건 훗날 얘긴데, 내가 그때 너 왜 발광했냐고 물으니까 그색히가 내가 자신의
굉장히 즐거운 놀이를 못하게 방해했다는 거였다. 게다가 자기들만의 장소를 침범해서 짜증났다나 뭐라나. 그랬다.
뭐랄까, 거기 공터에 갔다온 애들은 한번씩 다아픈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냥 유행성 감긴가 뭔가 했는데,
저번에 그 돌사건도 있고...아무튼 동네에 그 공터에 대한안좋은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귀신이 씌였다는 말도 있고.
주인 아주머니의 애매한 태도도 그런 소문을 만드는데 한몫한것 같다.
그런데도 아주머니는 여전히 확실한 답이 없었다.
겨울도 끝나고 3월달이 되어가는데, 여전히 공사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새학기도 시작되어서, 친구들이랑 같이 놀러다니고 그랬다. 밤의 머거머거 랩하고 살짝 맛간 초딩들만 뺴면 그런대로 평범한 나날들을 보냈다.
애들이랑 사복입고 대학로에도 자주 갔다. 마침 우리집이 대학로 근처에 있으니까. 그날도 애들이랑 만나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근데 그게 화근이었다.
대학 캠퍼스 부지내에 가서 막 그냥 걷는데,
저기 멀리 대학생 무리가 지나갔다. 슥 스쳐지나가는데, 그중 남자 한명의
얼굴이 이상하게 낯익었다.
아마 이 일련의 사건중 가장 소름끼쳤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남자, 밤의 정신병자 무리중 한사람이었다.
시간이 그대로 얼어붙는것 같았다. 정말 그때 그느낌은 말로는 설명못해.
근데 너무 자연스러웠다. 자기 친구들하고 웃으면서 지나가는데, 어딜 어떻게
봐도 완벽하게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네.
그리고 그냥 그렇게 스쳐지나갔다.
속으로는 벌써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 남자, 내가 정신병자 무리를 보기 시작한 초기부터 그 공터에 있었던 사람이라
잘 기억하고 있다.
분명 다른 정신병자와 똑같이 아무 표정없이 땅만 보고 있던 남자.
아무튼간 그때는 완전 소름끼쳐서, 아오 내가 잘못봤겠지 이러고 그냥 집에 왔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분명 그 얼굴이었다. 지금도 기억한다.
살짝 처진 눈매에 까만 뿔테안경. 둥그스름한 얼굴형에 중간키.
그때와 다른점은 지금은 얼굴에 표정이 있다는것.
밤이면 밤마다 랩이 계속됬다. 숫자도 엄청 늘어났고, 개초딩들도 많아졌다.
이젠 진짜 거의 바퀴벌레로 보였따. 드글드글 넘쳐나는. 그것도 구석에 다 낑겨서. 아니, 도대체 왜 눈치를 못채는건지, 나는 그게 진짜 의아했다.
그 정신병자 그룹은 귀신이든 환상이든 내가 미친거든 그렇게 치지만,
초딩들은 엄연히 실체가 있고 가족이 있는 '사람'아닌가. 어떻게 밤마다 이만한
숫자의 애들이 나오는데 아무도 눈치를 못채는가 싶어 진짜 의아했다.
근데, 그 궁금증은 곧 풀렸다.
이번에는 내 동생시끼가 나가기 시작했다.
동생시끼를 처음 발견했을때는 내가 그 대학생을 길에서 보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날밤도 여전히 먹어먹어먹어먹어 어쩌고 졸라 랩을 해대는걸 애써 무시하고 잠을 청하는데, 뭔가 느낌이 묘했다.
뭔가가 자꾸 걸린달까....지금 생각해보면 사랑의힘!!!!!!이런것 같기도하고. 아무튼 뭔가가 자꾸 걸려서 밖을 내다보았다. 근데 시발 저노무 동생시끼가
저번에 똥쌀힘까지 동원해서 겨우겨우 끌어냈건만 그 공터에 또 있는거야
지금은 이렇게 농담하지만, 그당시엔 진짜 장난아니게 무서웠다....내 동생이 공터에서 다른 꼬꼬마 시키들하고 같이 무표정으로 서있는거 보니까, 왠지 동생이 아닌것 같았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저번에 느꼈던 위화감. 그게 지금 동생한테서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초딩들한테서도.
걔네들, 그림자가 없었다.
그건 정말이지, 말로 설명할수 없는 공포였다.
진짜 말도 안나왔다. 그냥 멍하니 봤다. 걔네들 위로 가로등이 비치고, 그 아래에는 분명 있어야할 꺼먼색 그림자가 없었다.
와....눈물부터 나왔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몰랐다. 환영이거나 귀신이라고 생각했던 남자는 길에서
멀쩡히 살아있는걸 만나고, 지금껏 계속 같이 자라온 동생은 그림자가 없다니.
그렇게 멍하니 서있다가,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방을 박차고 나와서 동생을 찾았다.
참고로 아직 어린 동생 두명은 부모님하고 같이 잔다.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서 부모님 침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쾅 열어젲겼다.
근데 씨발.
동생이 있었다.
동생녀석은 부모님 옆에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난 그때 진짜 내가 미쳤구나 했다. 그 빌어먹을 전봇대때문에 뇌에 뭔가 이상이
생긴 거라고 확신했다
몇초간 멍하니 있다가 다시 내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커튼을 확 열고 창문도 다 열고 옆집을 정면으로 봤다.
솔직히 그때는 혼란이 극에 달해있어서, 공포감도 뭐도 없엇던거같다.
그림자 없는 동생은 초딩들과 함께 여전히 거기 있었다.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다. 씨발씨발. 욕만 나왔다.
시발 근데 그 동생인지 뭔지 아무튼 그 그림자 없는 동생같은 녀석이 있잖아,
내쪽으로 고개를 슥 돌리더니 날보고 씩 웃더라??
별로 무섭지도 않았다. 그냥 분노만 끓어올랐다.
저게 뭔지는 몰라도 당장 가서 먼지나게 패주고 싶었다.
그렇게 그 뭔지모를 새끼와 몇분동안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겁많은 중딩이라도 시발 그림자도 없는 뭔지도 모를 새끼한테 질수는
없자나. 그래서 계속 노려봤다.
그러다가 그 동생모습을 한 시끼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바닥을 쳐다봤다.
눈싸움에서 이겼다는 기분에 조금은 의기양양해진 기분으로 난 잤다.
아침에 눈을 떳을땐 그 단체 정신병자클럽은 없어졌다.
동생은 아무 이상 없었다. 평소대로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나도 아침먹고, 진짜 피곤했지만 학교를 갔다.
아무튼 곧 학교에서 돌아왔고, 돌아오면서 또 낄낄대는 초딩새끼들을 봤다.
내가 지금 이렇게 피곤하고 힘든게 괜히 쟤들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그 쳐웃는 얼굴을 조낸 패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근데 뭐랄까. 나는 그렇게 나날을 보내고 있는동안 어른들의 뒷세계에서는 일이 꽤 커진것 같았다. 급기야는 민원까지 들어온것 걑았다. 동사무소에서 직원이 나와 아주머니와 얘기하는걸 봤다. 동네 사람들도 꽤 있었고. 아직 땅을 소유하고 있는데, 어린아이들에게 위험한 곳을 방치하고 있다는 죄목이었던것 같다.
그 아주머니, 일이 이렇게 커지자 꽤 당황했던것 같다. 며칠을 더 버티다가, 결국
뭔가 타협안을 내놓았다. 근데 그게 꽤 뜻밖.
그 해결책이라는게, 신축공사 하기전에 일단 굿을 하자는 거였다.
솔직히 난 올게 왔다는 기분이었다.
근데 어른들이나 주위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꽤나 웅성거렸던것 같다.
한동안 동네에는 그집에 귀신이 씌였느니, 그것때문에 아직 계약 다 끝나지도 않은 하숙생들 내쫓고 건물 철거한 거라느니 말들이 많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조건이 있었다.
공터 옆에 있는 전봇대를 없애자는 것.
아무튼 일반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완전히 상식에 벗어난 일들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별로 이상하지도 않았지만.
지금껏 내가 겪어왔던 괴현상들과 아주머니의 애매한 태도로 미루어 보자면, 분명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될거라고 생각했다. 동사무소 직원도 그 제안에는 난색을 보였고. 실제로
신축 할때 그 전봇대는 그대로였다.
아무튼간, 아주머니가 직접 모셔온 무슨 유명한 사찰의 법산가 뭔가를 모셔왔다.
진짜 영능력자 보는건 그게 처음이었다.
아무튼 그 굿인가 뭔가 하는 날은 완전 동네 잔치 분위기였다. 소문이란 소문은 다 떠돌고, 어른들은 자기들끼리 쑥덕대고. 나도 구경했다.
근데 존나 그 법사가 공터에 들어가자마자 헉 이러는거야.
아주머니는 계속 안색이 안좋았다. 뭔가 계속 안절부절못했다.
그 법사님이 공터에 한발자국 들어가더니, 인상을 팍 쓰고 이러는거야.
"이거, 이런데서 정말 사람 산거 맞습니까?"
웅성거리던 사람들도 갑자기 싹 조용해졌다. 아줌마는 창백해진 얼굴로 입 꾹 다물고 있었고. 법사님만 계속 말을 이었다. 대충 기억해서 써보자면,
"이건 진짜 굉장하네. 여기서 하숙집을 했다고요? 이거이거, 엄청 많네. 뭐가 이리 많아."
법사님 왈, 여기 살았던 사람들 지금은 다 어디있냐고 아줌마한테 물었다.
아줌마는 모기만한 목소리로 지금은 다 흩어져서 모른다, 라고 답했다.
그러니까 법사님이 갑자기 화를 막 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사람들을 그냥 놔줬냐고. 당장 여기 있던 사람들 다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최근에 이 공터에 있던 사람들도.
그뒤로 난리가 났다. 그, 저번에 아들한테 돌맞은 아줌마도 있었는데, 그 아줌마는 거의 울고 있었다. 아들은 아직도 병원에 입원해있다고 들었어.
그래서 어른들은 애들을 꼬치꼬치 캐서 공터에서 놀았던 초딩새퀴들 추려내고, 하숙집 아줌마는 방 계약서 죽 훑으면서 그 사람들한테 연락했다.
그렇게 한 일주일쯤 흘렀던것 같다.
이렇게 다 모으니까, 사람수가 어마어마했다.
소름끼치는건, 내가 밤마다 봣던 래퍼들과 초딩들의 숫자와 거의 비슷했다는것.
물론 내 동생도 그 무리에 끼어 있었다.
근데 법사가 사람들을 죽 둘러보더니, 아줌마한테 이랬다.
"사람이 모자라는데, 나머지는?"
그러니까 아줌마, 법사님 얼굴을 피하면서 사람들을 불안하게 쳐다봤다.
그러니까 법사님이 고함을 질렀다.
"나머지 어디있냐고!?"
그제서야 아줌마가 땅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게....벌써 이세상 사람이 아닌것 같습니다."
시ㅋㅋ발ㅋㅋㅋㅋㅋ난정말 그소리 듣는순간 온몸에 피가 머리로 뻐쳤다.
사람들도 엄청 웅성거렸다. 그때 그 돌맞은 아줌마는 아예 울고 있었다.
근데 이노무 초딩 새퀴들은 그떄까지도 실실 쪼개고
법사님 말로는 한 3~4명 빠진것 같단다.
사람들은 족히 150명???정도는 되보였다. 근데 시발.
그 사람들, 내가 밤에 본 그 정신병자 무리였다.
그때는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건지, 내머리로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동생이 불안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오 시발 날 보지 말라고. 난 그렇게 외쳤다. 속으로.
ㅋㅋㅋ저번에 내가 본 그 대학생도ㅋ 거기 있었다ㅋㅋㅋ
그 사람, 반쯤은 웃고 있더라. 아마 이런 걸 안 믿는 눈치였다.
일단 법사님이 관계자 외에는 다 돌아가라고 했다. 이 공터에는 한동안 얼씬도 하지 말라고. 나와 우리가족과 초딩들 부모님들은 관계자로 남았다.
그리고나서야 법사님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다 알아들을순 없었다. 그냥 기억나는 대로 써볼께.
아, 그전에 법사님이 건장한 남자 한명 나오라고 시켜서, 사람들이 밤마다 랩을 하던 그 문제의 구석을 파보라고 했다.
동네 아저씨가 삽을 준비해줬다.
그리고 그 남자는 영문도 모르채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뭔가가 나왔다.
엄청 많은 물건들이었다.
진짜, 왜 저런게 저런데 묻혀있나 싶을정도로 굉장한 숫자의 물건들.
종류도 가지각색이었다. CD 플레이어나, 책이나, 거울이나 등등.
근데, 그 남자가 파올린 물건을 쌓아놓자 사람들 속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땅속에서 나왓다는걸 빼면 딱히 무서운 물건도 없었는데, 왜 그런가 했냐면...
그 물건 하나하나가, 하숙생들 소유의 사생활품이기 떄문이었다.
나중에 들어본 사람들 말로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하숙집에서 사라진 개인 용품들이라고 했다.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잊어버렸던게, 지금 와서야 땅속에서 나오니까 비명을 지를 수밖에.
이것도 나중에서야 안건데, 그 아줌마 무슨 사이비 종교 단체의 신봉자??같은거라고 했다. 거기서 자신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곁에 있는 물건을 모아놓으면 그 사람들의 양기가 모아져 집안에 복이 온다나 뭐라나. 나중에 아줌마가 울면서 고백햇다.
하숙집 문의 열쇠는 다 아줌마가 가지고 있으니까, 하숙생이 자리를 비운 새에 몰래 들어가 하나씩 뺴왔던 것 같다.
나중에 괜히 문제가 되지 않을만한 일상적이고 자잘한 소품들로.
아무튼간, 진짜 많이 나왔다.
사람들은 계속 비명을 질렀다. 막 어 내 가방, 내 거울, 왜 저게 저깄어
이러면서.
근데, 그 법사님 설명이 더 가관이었다.
그 뭐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이 담긴다고.
그래서 왜, 사람이 죽으면 유품같은것도 다 태우고 그러잖아.
그런 비슷한 원리라고 한다.
기를 잘 다룰줄 모르는 일반인이 그렇게 무작위로 양기를 쌓아 놓으면, 반드시 탈이 난다고.
그 상태로 두면 언젠가는 반드시 화가 미쳤을 거라고 한다.
근데 그 일촉즉발의 폭탄같은 상황에 불씨를 던진게, 거기 하숙집에서 잠깐 생활햇던 어떤 아이의 죽음이었다.
기억하는 지 모르겠는데,
내가 맨 첨에 봤던 그 체크무늬 셔츠의 꼬마인 것 같았어.
걔가 한 1년전인가, 하숙집에서 살았던 애라고 하는데,
방 뺀지 얼마 못가 죽었다고 한다.
아줌마가 계약서 훑으면서 전화하던 중에 알아냈다고한다.
근데 아주머니는 이미 그애의 물건도 파묻어놓은 상태.
그 뭐랄까, 그렇게 잘못된 방식으로 축적된 양기로 인해
음....
도플갱어 같은게 생겨났다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미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생전 그 사람의 양기에 의해 붙잡혀 있는, 굉장히 어중간하고 불안정한 상태.
그리고 더 쑈킹한 사실이 있었다.
아이가 죽은건 병떄문이라고 들었다.
아무리 잘못된 양기가 모아진 '그릇'이 있다 해도, 그 '그릇(법사님이 이런 표현을 쓰셨다)' 과 그 '그릇'의 주인의 죽음을 이어주는 매개가 있어야만 그....살아있지 않은 도플갱어같은게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매개란 바로 전봇대.
그날 들은대로 대충 설명해 보자면, 전봇대의 전파가 원래 사람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했자나. 그래서 그런지, 음기의 기운이 굉장히 강하다고 들었다. 이건 전봇대가 있던 자리의 수맥인가 머시긴가 하고 지형의 영향도 더해진 거라고.
하필이면 사이비 종교 아줌마가 파묻은 하숙집 근처에 그딴 병신같은 전봇대가 있어서, '그릇'주인의 죽음과 이세상에 남아있는 주인의 양기가 합해져 살아있는것도 죽은것도 아닌 어중간한 존재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런 양기를 집에 몇백개나 모아뒀으니, 그 아주머닌들 성할리 없다.
그래서 근래에 무당집을 찾아가봤는데, 그 무당이 전봇대가 문제라고 하더란다.
그래서 은근슬쩍 하숙생도 다 쫒아낼 겸, 확장 공사를 구실로 전봇대를 우리집 쪽으로 옮기려고 했댄다.
그 아이의 죽음을 시작으로, 그 왜, 생령이라고 하지?? 물건 주인들의 기가 죄다
역전되서 물건쪽에 기가 쌓이기 시작했댄다.
내가 봤던 그 정신병자 집단은 그러니까 물건에 사람의 양기가 쌓여 만들어진 도깨비 같은 거였던 거야
그런 까닭으로, 그 공터가 헬게이트 같은 곳이 되어버린 거. 그래서 상관없는 동네 애들까지 기가 빨려서 도플갱어가 생긴거라고.
내가 본 그림자 없는 애들과 내 동생은 바로 그거였다.
참고로 그림자가 아직 생기지 않은건, 매우매우 다행히도 기를 충분히 빨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래.
그 왜....그림자가 찐해진 사람들 있었지??? 밤에 맨날 먹어라고 랩하는 놈들 말야. 그런 도플갱어의 원래 주인은 기가 쇠약해져서 이미 죽었을 가능성이 크대
나이어린 애들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한건, 역시 어린 애들이다보니까 상대적으로
기가 더 약해서 그런거래. 법사님 왈, 조금만 더 있었으면 어른들도 헿헤헿ㅎ헤헤
이러면서 공터에 박혀있었을거라고.
그리고 이건 내가 추측해본건데,
그 정신병자들이 랩한 '먹어'있잖아, 구석에 짱박혀서 막 웅성거린거.
그거 아마 거기에 묻혀있는 물건들을 매개로 그 물건 주인의 양기를 빨아들이면서
한말 아니었을까.
말그대로 양기를 '먹는'거지
양기가 모이면서 걔들도 나름의 생존본능이란게 생긴것같다.
그래서 그렇게 숫자를 불리고 양기를 빨아들이는데 집착한거고.
아무튼 그래서, 그 물건들 다 파헤쳐가지고 법사님이 처리하겠다면서 가져갔다.
애들하고 하숙생들도 다 무슨 의식 받았다. 양기를 다시 되돌리는의식이래.
나도 받았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 다 받은것 같다.
물론,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 주위 사람들 플러스 하숙생들의 비난이 폭발했다.
그 아줌마는 얼마 못견디고 이사갔다. 지금은 소식 모름. 나도 이사갔고.
그래서 양기를 원래대로 되찾은 사람들은 보통 생활로 돌아갔다.
또 그 공터가 있던 자리는 법사님이 무슨 정화의식같은거 한다음에 신축 들어갔다. 2009년쯤인가, 완공됐던 걸로 기억해.
아, 그리고 맨 처음에 죽었던 그 아이 말인데.
그 아이 때문에 여러 사람이 끌려들어간건 물론 그 양기가 모인 물건 탓도 있지만, 그 아이 자신의 바람 때문도 있었대.
잘은 몰라도, 그 아이 최후가 그렇게 행복했지만은 않은가봐.
아마 쓸쓸하고 외롭게 최후를 맞았을거라고. 법사님이 그러더라.
그래서 어중간하게 이 세계에서 떠돌게 되자, 자신과 같은 성질을 가진 동지들을
애타게 갈망했다고.
참, 왜 나만 그런 도깨비들을 볼수 있었냐면
뭐랄까, 그 아이와 내가 뭔가 파장이 맞았다고 한다.
나중에 법사님한테 들었어.
그 아이와 나 사이에 무언가 강하게 공명하는 감정이 있었다고.
사실 나도 외로움 잘타고 그런 성격이거든.
그래서 그 아이의 존재를 통해 그런 도깨비들을 보게 된거고
바로 옆집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도 큰 요인이고
여기까지 들어줘서 모두들 고마워!!!
그리고, 그 아이의 명복을 빌어주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