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무게를 느끼기 시작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하는
나 자신의 선택이 가끔씩 원망스럽기도 하다.
그것 또한 내가 행복하기 위함이었을 탠데.
조금씩 더 초라해지는 내가 너무 힘이 든다.
외롭다는 말과 애석하다는 말이 내 주위를 맴돌고,
난 괜찮은 척 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감당이 안 되는 감정들 사이에서
고양이나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를 반기고
내 곁에 있어주며
나를 기다려주는
그 마음을 나도 받고 싶다고 느끼게 되었다.
울고 싶은 마음이 문득 든다.
눈가에 눈물이 고이고
머릿속 감정들을 토해내듯 힘겹게 떨어지는 이 눈물 사이에
내가 짓고 있는 얼굴은 무엇일까.
차마 거울을 보기가 두렵다.
언제부터였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
먼 과거인 것처럼 회상하는 것이
나를 위한 최선의 위로였다.
아프다.
공허하다는 것이
빈 아파트에 불조차 켜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는 것이
초라해 보인다.
하지만 그 작은 불빛만으로 앞을 보고
깊은 어둠으로 공간을 줄이지 않으면
더 힘들 것 같다.
난 혼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끝이다.
어둠으로 가려
내가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방 어디에는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었다.
아침이 오면
알람이 울리지도 않은 채 눈을 뜨지만
일어나기가 싫다.
누군가 깨워줬으면 하는 바람이
굳이 알람이 울릴 때까지 내가 누어있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나도 잘 알고 있다.
난 우울하고 외롭고 지쳤다.
그리고 난 그것을 표현할 수 없다.
난 나무이기 때문에
언제나 포옹할 자세와 준비로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선택한 것이기에
원망과 증오, 분노 같은 것은 없어야 하겠지만
난 원망과 증오와 분노와 후회와 온갖 감정들이 사무쳐
결국 우울하다.
누굴 다치게 하고 싶고
무엇이든 부수고 싶다.
그 것은
내가 나를 해치지 못해서
나를 대신해서 해하는 것임을 안다.
때문에 난
서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우울하다.
스스로와의 싸움은
길거리와 어느 순간에 보는 말귀들처럼 간단한 게 아니었고
감당하기엔 더더욱 아니었다.
말처럼 쉬운 것은 세상에 없다.
행하고 말하는 것과
말하고 행하려 하는 것은
마치 세상에 아침이 오는 것처럼
너무나 다른 것이었다.
그 여정이란 것이
얼마나 황폐한 사막 속에서
나를 홀로 가두고 있는 걸까.
어린왕자는 왜 그 사막에 있었을까.
나에게도
세상은 신기하기만 한 그쯤이 있었을 것이다.
기억하지 않지만 경험한 일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경험과 비례하지 않지만
적어도 난 숨을 쉬기에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든 앞으로 가야했고
세상은 어렵고 무서운 일들로 가득했다.
죽으면 끝이었다.
선택은 다시 돌릴 수 없었다.
돌아가야 했다.
수습해야 했고
잘못된 선택을 하기까지 적은 시간을 보냈다면
바로잡기까지는 그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선택할 시간은 내가 선택했지만
되돌릴 시간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간절히 바라면서
또한 올바른 선택만을 하면서.
인생은 게임이 아니라 개척이었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살아갈 탠가
죽을 탠가 라는
스타트와 종료일 뿐.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응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공평하지 않다.
이제 나는 눈물을 다 흘렸다.
내 마음은 이 감정들을 쏟아내고
난 그것을 확인했다.
난 사랑한다.
스스로와
내 주위사람들을 너무나 사랑한다.
슬픈 감정과 답답한 이 심정이
난 그들을 사랑한다고 더 절실히 말한다.
내가 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여 왔을까.
그들의 시간들 속에 나는
얼마나 커다란 장애이며
힘든 고통이었을까.
난 그들을 사랑한다.
난 그들을 사랑한다.
난 그들을 사랑한다.
오늘은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하늘이 어두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