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만 쓸데없이 넓은 카나가와(神奈川)의 한 대학교를 다닐 때 내가 겪었던 일을 풀어보겠다.
강의를 듣고있는데 저 멀리 건너편에 보이는 학교 내 건물 옥상에서 한 남자가 뛰어내리는 장면을 보았다.
나는 창 밖으로 보이는 광경에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도움을 청하려 소리를 지르려다 문득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남자가 떨어진 곳에 시체가 없었다.
이상하다.
다시한번 그 남자가 있던 옥상으로 시선을 돌리자, 아까 그 남자가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에 스윽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금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루프처럼 영원히 멈추지 않을듯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몸을 던진다음 사라지고 몸을 던진다음 사라졌다.
영상을 반복재생한 것처럼 끝없이 반복되는 장면.
죽은 자는 죽을 당시의 상황을 반복한다는 속설을 떠올렸다.
그 남자는 필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닌거겠지.
매일매일 아침이고 점심이고 저녁이고 남자는 자살 광경을 반복했다.
몇번이고 그 장면을 목격하던 나도 어느새인가 익숙해져 그다지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자살 풍경이 일상이 되어버린것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식당을 향해 걷고 있을 때였다.
문득 위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나 좀 제발 멈춰줘."
놀라서 고개를 들어보니 내 머리 바로 위쪽 몇 미터 거리에서, 나를 향해 떨어지는 남자의 얼굴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 떠올렸다.
내가 지금 서있는 이 장소는 그 남자가 추락을 반복하던 그 장소였다는 것을.
하지만 떠올린들 이미 때는 늦었다.
왼쪽 어깨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나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때는 나는 병원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어깨는 탈구와 팔꿈치 골절 정도의 상처를 입었다.
친구의 말로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별안간 내가 어깨를 붙잡으며 쓰러졌다고 한다.
머리 위로 수직으로 떨어져 내려오던 그 남자의 얼굴.
반쯤 웃는 것도 같던, 경련이라도 일어난 것도 같던 그 얼굴.
내 어깨를 스치던 그 머리카락의 감촉.
나는 그 감촉과 충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졸업하고 몇년이 지나고 학교에 찾아갈 일이 있었는데 그 남자는 아직도 자살 상황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절대 자살만큼은 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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