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잎의 여자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듯 보일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여자, 눈물같은 여자, 슬픔같은 여자, 병신같은 여자, 시집(詩集)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같은 슬픈 여자.
제 지론은 시는 자기 마음대로 읽는 겁니다.
예를들면
여성분들은 여자를 남자로 치환해서 읽어보세요.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재미 있어요.
단어를 마음대로 고쳐서 읽어보세요
눈물 슬픔 병신을 웃음 기쁨 천사로 고치셔도 되고요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를 그 한 잎의 병신력과 개드립을 사랑했네
로 읽으셔도 되요
뭐든지 마음대로.
시는 시인이 포기함으로써 탄생되고
독자가 읽음으로써 완성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