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은 상변화를 할 때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방출합니다. 얼음이 주변으로부터 열을 받을 때 0도 부근에서는 얼음이 열을 받으면서도 얼음의 온도가 올라가지 않는 지점이 생깁니다. 이때 가해지는 열은 물질의 온도를 올리는 대신 물질의 상태를 변화시키는데 사용됩니다. 반대로 물이 주변으로부터 열을 빼앗길 때 0도 부근에서는 물이 열을 빼앗기면서도 물의 온도가 낮아지지 않는 지점이 생깁니다. 이 때 잃는 열은 물이 얼음으로 변하면서 방출하는 열 입니다. 그리고 이때의 열량은 얼음이 물로 변할 때 얻은 열량과 같습니다. 이렇게 물질이 상변화를 할 때 흡수하고 방출하는 열을 잠열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잠열이라는 말은 숨은 열이라는 뜻으로 가해진 열이 온도변화와 무관하게 어디로 숨었다는 의미죠.
잠열은 얼음에서 물로, 물에서 얼음으로 상변화를 할 때만 관찰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에서 수증기로, 수증기에서 물로 변할 때도 관찰됩니다. 그리고 물에서 수증기로 변할 때의 잠열을 특별히 기화열 또는 증발열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겨울 철의 차갑고 건조한 공기에 사람의 피부가 노출되면 피부가 머금고 있는 수분이 증발하면서 동시에 기화열도 함께 사라집니다. 피부 보습은 피부가 기화열로 체온을 잃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논문이나 실험 결과를 제시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만, 한쪽 팔뚝에만 바디로션을 바르고 충분히 건조시킨 다음 냉장고의 냉동고에 양 팔을 집어넣어 봤습니다. 온도 측정 같은 결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로션을 바른 쪽이 냉장고의 공기가 덜 차갑게 느껴지더군요.
로션을 충분히 건조시켜야 하는 이유는, 로션 자체가 수분을 머금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션이 덜 마른 상태에서는 로션을 바른 쪽이 더 차갑게 느껴집니다. 바셀린처럼 수분을 포함하지 않은 보습제라면 상관 없는 얘기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