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의 11월의 그날.
학교 체육복에 두툼한 오리털 파카를 걸치고 아침일찍 집을 나섰던 그 날.
엄마가 싸준 보온 도시락통 된장국의 그 따뜻한 온기가 금방이라도 날아갈거 같았던 그 날.
집을 나서기전 엄마에게 몰래 준비했던 편지를 주곤 그렇게 혼자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었더랬다.
분명 어제와 똑같은 해가 떴을텐데, 그날은 왜 그리 슬프고 어두운 해가 떴었는가. 금방이라도 져버릴거 같았던 그 날의 해는 위태롭게 하늘에 떠있었다.
그런데 그날 하필 난 생리가 터지고 만다.
친구들은 피임약 까지 먹어가면서 생리주기를 미뤘었지만 난 그것도 하나의 나의 운이라 생각하고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다.
쓸데없는 자신감이었을까.
거짓말처럼 그렇게, 당일 생리가 터지고 말았다.
설상가상.
생리통도 심해 도저히 시험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난 초조하지 않았다.
공부를 잘해서?
이미 포기했기 때문에?
아니다.
그날 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뿐이었다.
코피가 터져도, 내 교실 스피커 상태가 안좋아도, 내가 모르는 문제 투성이라도, 내 앉은 자리 의자가 삐그덕 거리더라도 그냥 그 상태에서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 그 마음 뿐이었다.
그러니 식은땀 날듯 아파오던 배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난 그냥 최선만 다하면 됐었으니까.
그래서 시험을 망쳤어도 난 후회는 없었다.
그 순간은 최선을 다했었으니까.
참 시시콜콜하고 별 감흥 없는 조언이다.
그렇다.
그런데 그날은 정말 이게 다더라.
최선을 다하는 것.
시험을 잘치든 못치든 조지든, 그 날의 넌 최선을 다할거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라는 것.
난 지방의 유명하지 않은 일반 사립대를 졸업하고 중어중문 전공에 무역학과를 복수전공하였다. 학교 졸업하기 전에 기회를 얻어 중국 광조우로와 작지만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회사에서 순수 월급 200만원 받으면서 2년 반넘게 일하고 있다. 내 현재 나이 26살이다.
수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 하지 않을 거야.
왜냐면 너희들은 지금 수능이 전부일 테니까.
수능이 전부인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내일까지만 참아.
너무너무 수고 많았어.
지금까지 열심히 해줘서 너무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