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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이전에 신뢰가 있고, 신뢰 이전에 행실이 있다.
게시물ID : sisa_4504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AIA
추천 : 0
조회수 : 1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1/06 22:34:05
요즘 보이는 여러 일들과 그에 대한 갑론을박을 보며, 다음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판단 이전에 신뢰가 있고, 신뢰 이전에 행실이 있다."

누군가의 입장이나 행위를 옳은것 혹은 그른것으로 판단할 때에는, 그 사람이 벌인 객관적인 행동을 갖고 판단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반드시 감안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 사람이 믿을만한 사람이냐 아니냐, 그것입니다.

쉽게 말해보지요.

예전부터 공평무사하고 청렴한 생활을 해 온 어떤 고을의 원님이 "마을 저수지를 만들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세금을 올리겠다"고 공표했을 때, 사람들은 투덜거리겠지만 적어도 이 원님이 마을 저수지를 만들어 가뭄에 대비하자는 생각을 했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 원님의 생각에 반대할 망정, 원님의 생각이 뭔지에 대해서는 이해를 할 거라는 얘기지요. 이건, 원님에게 찬성까지는 못할 망정 신뢰는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주 소문난 탐관오리에다가 거짓말을 써서 백성들을 속여 이익을 챙겨온 원님이 "마을 저수지를 만들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세금을 올리겠다"고 공표했다면, 얘기는 아주 달라집니다. 저수지를 위해 세금을 올리는게 온당한지 아닌지를 떠나서, 이 원님이 세금을 올리게 놔두면 그걸로 과연 저수지를 만들기는 할 것인지, 혹 저수지를 만들더라도 그걸 가뭄대비가 아닌 그냥 공사비 몰아주기 비리를 벌이지는 않을 것인지,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얘기지요.

다시말해, 사람의 행위를 판단할 때에는 가장 먼저 그가 행하고 있는 행동이 근거가 될뿐 아니라, 그 이전에 이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도 판단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신뢰할 수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정할 때, "그 사람이 예전부터 실제로 보여온 행실이 어떤 것인지"가 근거가 된다는 것입니다.

"판단 이전에 신뢰가 있고, 신뢰 이전에 행실이 있다."라는 얘기는 바로 이런 얘기입니다.

그러면, 이 얘기를 현재의 시사문제에 대입해 보지요. 딱 두가지만 말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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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현재 보수와 진보 두 입장 중,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행되어야 하는 가치를 짓밟은 무리를 지지한 쪽이, 과연 보수였는가? 진보였는가?"
이것만 생각해 보십시오.
보수였나요? 진보였나요?

(B) "국민을 속이며 진실을 감추고 언론을 이용하여 장난질을 쳐온 행동을 한 쪽이, 보수였는가? 진보였는가?"
이것도 생각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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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둘만 생각해보아도, 
행실이 불량했던 쪽이 어느 쪽인지 답이 나올 것이며,
신뢰를 할 수 없는 쪽이 어느 쪽인지 답이 나올 것이며,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이 나올 것입니다.

요번에 윤석열 양심선언 이후에 
"일선검사는 나무를 보지만, 
 부장, 그 이상의 높은 자리의 검사는 숲을 보기 때문에
 항상 더 큰 그림을 생각한다... 그래서
 의욕 넘치는 검사 한사람이 나무의 잘못만 보고
 정의를 앞세웠다간 더 큰 숲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뭐 이런 일갈이 있었던 모양이군요.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31141)

이 논리가 이상하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분들이 설파해 주셨습니다만, 백배 양보해서 이 논리를 최대한 선의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작은 부분의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더욱 큰 가치를 훼손하거나, 작은 부분을 바로잡기 위하여 훨씬 선행되어야 하는 가치를 망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뭐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그런 해석이 바로 현재 보수집단이 가장 소원하며 "내 말을 이렇게 해석해줘"라고 바라고 있는 해석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이 사람들이 위의 일갈을 방금 적은 좋은의미로 말했다고 믿음이 가나요?

그냥 덮어놓고 무조건 못믿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위의 (A)(B)와 같은 "현실에서 실제로 범한 행실"이 있는 사람의 말을 못 믿겠다는 것인데, 이게 무리한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를 안 믿어주어 괴롭다, 좌좀들은 전부 팩트를 외면하고 음모론만 주장한다, 한 나라의 장관이나 국회의원, 주류언론이 하는 말도 안 믿으면 어쩌란거냐... 등등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신뢰를 한번 잃은 이들이 다시 신뢰를 갖는 것은, 처음부터 백지상태였던 사람이 신용을 쌓아가는 것보다 힘들다고 말이죠. 공신력을 갖고있지 못한 사람이 "저놈들은 나를 믿지 않는다. 순 음모론 종자들이다!"라고 얘기해보았자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쉽게 말해서, 거짓말을 여러번 해온 양치기소년이 "마을사람들이 내 말을 안 믿어주어 양들을 잃었다! 따라서 마을사람들이 나쁘다!"라고 얘기해봤자 소용이 없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에게 믿음을 얻고 싶으면, 지금부터 신용을 쌓아가세요. 언론이나 국가기관을 동원한 장난질은 그만 하시고, 지금부터라도 모든것을 밝히고, 모든것을 상식에 맞게 해석하고, 모든책임을 지고, 지금부터라도 정직하세요. 그러면 됩니다. 그런 식으로 50년~60년이 지나면 보수도 신용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신용은, 댓글이나 트위터로 치는 장난질보다 더욱 효력이 좋을 것입니다. 그 때가 되어 누군가가 보수세력을 보며 "저 사람들은 악독한 사기집단이 아니라, Sein과 Sollen중에서 Sein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의견을 낸 것이다"라고 설명한다면, 아무도 그 설명에 대해 비난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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