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함께이길 바랐던 봄날의 아련함을
꿈꾸고 싶던 밤,
거친 손톱으로 긁어대는 듯 따갑던 목 언저리와 함께 찾아온 것은 감기였다
헛된 소망을 비웃듯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서
밉살스런 빗방울들이 창문을 두드리던 그 날이었다
감기에 약이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구시렁구시렁거리면서도
재채기 한 번에 찢어질 듯 저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나서야
애써 찬장을 뒤져 감기약을 찾아 먹는 모습이 썩 미련했다
첫 날은 좀 괜찮아지는가 싶었다
몸살기가 가시더니 정신도 좀 맑아지는 것 같고
벌써 떨어졌나 하는 순간
코가 근질근질 하더니
눈물이며 콧물이며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온다
팽- 하고 풀고나면 이내 또 가득 차 주르륵 흘러내리는데 이거 참,
약을 먹어도 소용없고 주사를 맞아도 그때 뿐이고.
아예 안 먹자니 이대로 알아서 떨어져 나가게 내버려둬야 겠구나
날 이렇게 짜증나고 괴롭게 만드는 감기가
그 때,
너에게 매달려있던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되는 그 모습이
썩 미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