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3학년때 잠깐 할아버지댁에서 지낸적이 있는데요
말그대로 깡촌, 길하나 빼고 전부 산으로 둘러싸이고 길 옆엔 개울이 흐르고 뒷산엔 소나무가 빽빽하고 평지엔 논이 있는 전형적인 시골입니다
어릴적 그곳에서 지내면서 온갖 괴상한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지금도 가끔그래요; 군대에서 고생좀했죠
아무튼 제일 대표적인 사건을 꼽는다면 할아버지 손잡고 산에가다가 귀신봤던 일이 생각나네요
사실 귀신이라곤 했지만.. 정확히 뭔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할아버지랑 저는 새벽마다 산에 올라서 깨밭이나 고추밭에 간밤에 야생동물들이 해꼬지 하지 않았나 순찰을 돌고나서 내려와서 밥을 먹었는데요
그날도 평소와 다를바없는 푸르스름한 새벽공기가 꽉 차있는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매번 일찍 일어나다보니 별다른 불만없이 할아버지 손잡고 뚜벅뚜벅 산을 오르고있는데,
산에 오르다보면 경사진 밭 중턱에 비석없는 봉분(묘지)하나가 딱 있는지역이 있잖아요? 거길 지날때였습니다
묘지따위야 생각보다 흔한거고 그 밭도 아는 할아버지댁 밭이니 무서울거 하나 없어서 아무 거리낌없지 지나다니곤했는데
무심코 쳐다봤더니..
봉분 위에 '무언가'가 서있더라구요
사람은 아니였습니다 네발로 서있었는데..
사슴? 예 사슴이 적당할꺼 같네요 하지만 뿔대신 안개처럼 뿌연 수증기가 머리에서 아른아른 거리고있었구요
쭉 뻗은 네개의 다리를 당당하게 내딛었는데, 봉분은 둥그니까 조금 기우뚱해야 되는데 마치 혀공에 서있는것처럼 딱 뻗고있었어요
순간 무섭다기보다 신기해서 할아버지 손을 흔들었죠
"할아버지 할아버지, 저게 뭐야?"
제가 가리킨쪽을 보신 할아버지는 지긋이 그걸 보시더니 그러시더라구요
"보지마라."
그러면서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셨는데 그땐 그런가..하고 안쳐다보고 계속 할아버지 손잡고 평소대로 산에 올랐다가 내려왔었죠 (내려올땐 없었었네요)
그뒤로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점차 나이를먹고 할아버지 말씀을 생각할때마다 소름이 돋습니다;
심각하거나 다급한기색없이 지긋이 보시더니 시큰둥하게 얘기하신거면.. 저만 본게 아닌것같아 더 소름돋네요
지금은 안계셔서 그때 일을 여쭤볼순없지만.. 가끔 시골에 가면 그 밭의 그 봉분을 종종 봅니다만 다시는 그런일이 없었네요
게다가 이제 마을 주민분들이 거의 다 떠나셔서 젊은양반이 땅을 죄다 사들이고 거대한 임야농업을한다고 그 주변을 싹 갈아엎었는데
아직 그 비탈진 밭 만은 남에게 안팔리고 그 할아버지댁 자손들이 대대로 지키고있다고하더라구요
음.
끝은 어떻게 맺지;;
아, 그 사슴?은 파란색?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