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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귀신 - 고모귀(姑母鬼) -
게시물ID : humorbest_6676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ementist
추천 : 21
조회수 : 5504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4/28 20:04: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4/28 12:13:37

고모귀(姑母鬼)의 두 가지 모습 : 원혼귀(冤魂鬼)와 역신(疫神)

개요
고모귀(姑母鬼)는 호조 정랑 이두(李杜)의 고모가 죽어서 된 귀신이다. 십여 년 전에 죽은 이두의 고모가 어느 날 하반신만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출현한다. 목소리는 분명 고모였지만, 종이로 만든 치마 밖으로 드러난 뼈만 앙상한 발이 전부였던 외모에서는 고모의 생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고모귀는 온갖 집안 대소사에 직접 관여하면서 매일 식사를 대접받기도 했는데, 음식이 마음에 맞지 않을 경우 행패를 부리곤 했다. 고모귀가 등장한 뒤 얼마 되지 않아, 조카인 이두는 병이 들어 사망한다. 고모귀가 나타난 후 이두가 죽게 되었다는 점으로 짐작해 볼 때, 천연두를 옮기는 두창신(痘瘡神)처럼 고모귀는 병을 전염시키는 역신(疫神)의 일종인 것으로 보인다.

원텍스트 요약
호조정랑 이두(李杜)의 집에 사망한지 십년이 다된 고모가 나타났다. 고모 귀신은 상반신이 없이 새까맣고 앙상한 몰골의 다리에 종이 치마를 두른 모습이었는데, 이집 식구들을 몹시 괴롭혔다. 고모귀를 내쫓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봤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이두는 병으로 사망했다.

출처 :《용제총화》권4
설화 분석 및 상징적 의미
고모귀(姑母鬼)는 《용재총화(慵齎叢話)》에 실린 “이두의 고모에 관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귀신이다. 《용재총화》는 조선 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성현(成俔, 1439〜1504)이 1525년에 저술한 책으로, 고려에서 조선 성종 때에 이르기까지 역사, 풍속, 종교, 예술 등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두의 고모귀에 관한 내용은 《용재총화》권 4의 말미에 기록되어 있다. 
호조정랑 이두에게는 죽은 지 10년 된 고모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의 집에 죽은 그 고모가 나타났다. 사망한 지 십 년이 넘은 사람이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이외에도, 상체는 보이지 않고 시꺼멓게 썩은 뼈가 전부인 하반신에 종이 치마를 두른 형상은 집안 식구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두 집안의 식솔들은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고모 귀신을 쫓아내려 했지만 실패하고, 얼마 뒤 이두가 병들어 죽게 된다.

이두의 고모귀신은 왜 이처럼 특이한 모습으로 나타났으며, 고모 귀신의 출현 뒤 이두가 병으로 사망했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육신은 땅에 묻혀 썩어 없어지지만 그 영혼은 살아남아 저승이나 천상과 같은 다른 세계에서 삶을 지속하게 된다는 믿음이 존재했다. 생시에 순탄한 삶을 살다가 자연사로 생을 마감한 사람의 영혼은 저승으로 가게 되고, 차례와 제사상을 받는 조상신이 된다. 살아서 악행을 범하거나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이의 혼은 저승에 오르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며 사람에게 폐를 입히는 악귀가 된다는 속신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승을 떠도는 귀신이나 악귀가 모두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생명체가 아닌 동시에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비일상적인 형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두려운 존재였음에는 틀림없다. 귀신들이 저승에 들어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되는 것은 끝내 이루지 못한 생시의 절박한 소망이나 해결하지 못한 원한 때문이며, 그 소망 성취와 한풀이가 곧 무속의 ‘씻김굿(지노귀굿, 오구굿 등등)’이다. 그러고 보면 굿은 원망과 한이 쌓여 억울하고 죽은 영혼을 달래 저승으로 인도함으로써, 살아있는 사람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례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민속 신앙과 설화 가운데는 죽은 조상의 혼령과 귀신이 자신의 후손에게 해를 입히는 경우는 드물다. 대다수의 혼령은 오히려 자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목소리나 꿈에 등장해 특정한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상의 혼령은 후손의 목숨을 구해주거나 길흉화복에 대한 대비를 예고하고 과거 급제를 도와준다. 그러기에 자손들은 조상의 신위를 소중히 모시고 예를 다해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두의 고모 귀신은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장기간 집안에 체류하며 온갖 대소사에 관여하면서 식구들을 괴롭히고 결국엔 자손을 병들어 죽게 만든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고모귀 이외에도 자손에게 해를 입히는 조상 혼령의 관한 이야기는 일부 존재한다. 
“참봉 황대임(黃大任)은 당시 세도가였던 윤원형과 인척 관계임을 내세워 자신의 딸을 순회세자비(順懷世子妃)로 간택되게 했다. 그러자 그 조상신이 나타나 종들에게 몰매를 주거나 사당에 예복을 바치게 하는 등의 횡포를 부린다. 결국 황대임의 딸은 사주가 좋지 않은 데다 병까지 얻어 세자비가 되지 못하고 죽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어우야담》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황대임의 조상신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왕실과 혼인을 맺으려 하는 후손을 문책하기 위해 횡포를 부린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황대임의 조상 혼령은 고모귀와 달리 선한 존재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설화나 민담에서 조상신은 일반적으로 일정한 목적을 지니고 출현한다. 그렇다면 이두의 고모 귀신 역시 분명한 어떤 목적을 띠고 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록 고모귀 관련 이야기 속에는 등장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지는 않지만, 저승에 있어야할 고모 귀신이 이승을 떠돈다는 것은 이두의 고모가 적어도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질병이나 사고로 사망한 존재임을 유추해 볼 수 있게 한다. 
고모 귀신의 괴기스런 형체 역시 등장 목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단서를 제공한다.

고모귀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동야휘집》에 실린 다음과 같은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진기경(陳耆卿)은 길을 가다 시냇가에서 쉬는 도중에 재채기 소리를 들었다. 깜빡 졸았는데 한 선비가 꿈에 나타나 자신이 억울하게 죽은 사연을 말한 후, 그 시신이 시냇가에 묻혀 있으며, 바람에 날린 가랑잎이 콧구멍을 간지럽게 해 재채기를 한다고 했다. 잠에서 깬 진기경은 시내 건너편에서, 물에 씻겨 드러나 있던 해골을 찾을 수 있었다. 해골의 콧구멍 사이에는 바람에 날린 가랑잎이 들락거렸다. 진기경은 해골의 소원대로 그 자손에게 사실을 알려 주었다고 한다.” 
앞의 이야기에서 해골은 자신의 부당한 죽음을 하소연하는 한편, 이미 살과 피가 다 썩어 해골이 되었으면서도 온당한 무덤자리라고 할 수 없는 시냇가에 묻혀 뼈가 다 드러나고 가랑잎 때문에 재채기하는 불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를 참조해 볼 때 고모귀 역시 그 시신이 적절하게 안치되지 않았다거나 혹은 좋지 못한 묘지 터에 매장되었다거나 또는 사체의 일부가 훼손된 연유 등으로 인해 하반신만 있는 형태로 출현한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자손들은 조성의 묘를 이장하거나 죽은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 굿판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두는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를 입고 죽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고모귀의 등장으로 이두가 병을 얻어 사망했다는 점은 고모귀가 병으로 죽었거나 질병을 옮기는 능력을 지닌 역신의 현신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처용이 밤늦게 집에 돌아와 보니 자신의 아내가 낯선 사내와 동침을 하고 있었는데, 이 사내는 병을 옮기는 역신(疫神)으로,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는 내용의 처용 설화가 있다. 이는 사람의 형상을 한 귀신에 의해 병이 전염된다는 속신의 오랜 역사를 설명해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고모귀는 십 여 년 전에 사망한 이두 고모의 목소리를 가장한 전염병 귀신이 이두에게 접근해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고모귀의 등장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억울하게 죽어 저승에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고모의 혼령이 고모귀로 나타났다. 둘째, 고모귀의 시신에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거나 묘지가 훼손되어 사체의 일부가 유실되어 하반신만 있는 귀신이 되었다. 셋째, 고모귀는 역신이 병을 전염시키기 위해 고모의 목소리로 위장하여 이두에게 접근한 것이다. 특히 하체만 있는 고모귀의 외형은 역신을 ‘하체의 두 다리’로 묘사한 처용설화와 맥을 같이한다. 
이런 관점을 종합해 보면, 고모귀는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죽거나 이승에서의 깊은 원한을 풀지 못한 귀신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용재총화(慵齎叢話)》권4 
김귀웅〈민담을 통한 한국인의 종교심성 연구〉카톨릭대학교 석사 학위논문 1995
김현룡 《한국문헌설화5》 건국대 출판부 2000.
윤주필 〈귀신론과 귀신이야기의 관계 고찰을 위한 시론〉 《(건국대)국문학논집》15집 1997.
한병천 〈귀신설화연구〉 전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논문 2001.

내용 출처 : Kocca - 문화콘텐츠닷컴 -
이미지출처 : 이글루스 - 이선생의 신화도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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